[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금융투자업계 해결사로 떠올랐다. 금융투자업계가 원하거나 유리한 법안을 속속 발의하면서 금융투자업계와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진보 세력은 금융투자업계에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통념도 깨고 있다.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박 의원은 인수합병(M&A) 중개 주선 및 대리업무를 자본시장법 상 투자중개업으로 규정하고, 인가 받은 자만이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19일 대표 발의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 인가를 받지 않아도 M&A 중개 주선·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내 증권사보다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이나 국내 회계법인이 이를 거의 독식해왔다.
블룸버그통신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M&A 중개 주선 및 대리 업무 수행 건수는 삼일PwC(삼일회계법인)가 12건으로 가장 많고 크레딧스위스와 EY한영회계법인이 각 6건, 모건스탠리 5건 등 순이었다.
이에 국내 증권사의 회계법인에 대한 불만은 커져만 갔고 황 회장은 지난달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 상반기 M&A딜을 국내 증권사가 주관한 것은 3개에 지나지 않아 존재감이 거의 없다”며 “증권사가 M&A를 못하는 건 참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미국과 달리 모든 형태의 기업이 M&A 중개를 할 수 있도록 허용돼 있는 것 등 제도적인 문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간접적으로 회계법인의 M&A 업무 수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황 회장의 발언을 기다렸다는 듯 불과 일주일 사이에 박 의원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박 의원은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이 기업 M&A를 중개·주선하는 경우 회계감사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이해상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회계법인은 별도의 자문 법인을 설립해 인가를 얻어야 하는 등 사실상 M&A 관련 업무를 하기 어려워진다. 회계업계는 당연하지만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대 대형 회계법인의 M&A 등 자문과 중개 수수료 수입이 전체 매출의 30~40%에 달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지난 10일에도 금융투자사의 펀드.채권 방문판매를 가능케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방문판매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는 금융투자사가 금융투자상품을 영업점 밖에서 판매할 경우 방문판매법에 따라 고객이 원할 경우 14일 이내 계약을 철회할 수 있어 사실상 방문판매가 막혀있다.
투자자가 손실을 입은 뒤 계약을 철회하면 그 손실은 금융투자사가 전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금융투자상품 방문판매를 방문판매법이 아닌 자본시장법 규정을 적용받도록 해 계약 철회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대신 채권과 펀드 등 비교적 불완전판매 우려가 덜한 상품만을 방문판매 대상으로 허용토록 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숙원으로 꼽히는 방문판매법 개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당시 정무위 간사였던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반대하면서 통과되지 못했다.
이처럼 금융투자업계에 우호적인 법안을 발의하고 잇따라 발의하고 있지만 박 의원은 “밥그릇 싸움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시장경제에서의 규칙을 잘 세우자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M&A 업무를 인가 받은 자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더니 금융투자협회에서 찾아와 ‘우리와 사전에 법안을 상의하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회계법인에 다니는 친구가 항의를 하기도 했다”며 “어느 쪽 편을 들겠다는 게 아니라 회계법인이 부실감사로 지탄을 받고 있는 때에 이해상충 가능성을 줄이는 등 시장의 규칙을 잘 세우겠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에서도 인가를 받지 않고 M&A 업무를 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M&A 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해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게 법안 발의의 큰 의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금융노조 측이 저성과자 퇴출 등을 지적하고 있지만 규칙의 방향을 잘 잡으면 자본시장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며 “새로운 규칙에 이득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각각 생기겠지만 중요한 것은 올바른 규칙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