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한국해운산업의 상징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은 절대 안된다. 게도 구럭도 모두 놓치는 최악의 카드다.
한진그룹이 제시한 5000억원의 자구안은 최선이자, 최대치다. 채권단이 더 이상 한진을 압박하는 것은 무리다. 한진그룹마저 위기에 몰리게 만들 수 있다. 한진은 이미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해서 1조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채권단이 한진의 5000억원 자구안을 보자마자 퇴짜 놓은 것은 매우 유감이다. 조양호 회장으로선 사실상 사재나 다름없는 돈을 내놓은 셈이다. 조회장은 제수씨(최은영 전한진해운회장)가 계열분리해서 독자 경영하는 한진해운을 다시 넘겨받아 사력을 다해 살리려 했다. 에쓰오일 매각대금을 투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진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어떻게 더 자구안을 내놓으라는 것인지 답답하다. 한진은 주력인 글로벌 항공업계 경쟁 격화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 부채비율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핵심기간산업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해운 무역업계에 17조원의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한진의 자구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정부, 채권단, 한진이 머리를 맞대고 한진해운을 회생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국 해운산업은 세계 7대 수출강국의 중요한 인프라다. 세계6위의 해운경쟁력을 자랑하고있다. 한진해운보다 더욱 어렵던 현대상선은 현정은회장의 결단과 채권단의 추가지원으로 회생의 길을 찾았다. 메이저 해운동맹에 합류하는 마지막 티켓도 받았다.
한진해운은 이미 해운동맹에 가입한 상태다. 현대상선보다 훨씬 큰 상선을 보유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해운사다. 수출한국의 동맥이다. 북한 김정은의 도발과 동북아 안보위기시 군수물자와 군병력을 수송해야 한다. 핵심기간산업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 해운산업만은 핵심 기간산업으로 육성한다. 중국 유럽등은 위기에 처한 자국해운사들을 대규모 자금지원하고 있다. 합병등으로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채권단은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무작정 시장논리로 처리하려 한다. 최악의 해법이 될 것이다. 수십년간 힘들게 키워온 해운산업을 일순간에 나락으로 추락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가? 국내외 화주들이 당장 화물운송계약을 해지한다. 선박도 압류한다. 용선계약도 해지할 것이다. 파산이 불가피하다.
해운동맹에서 퇴출될 수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해운동맹에서 빠지면 영업을 할 수 없다. 해운협회는 한진해운 퇴출 시 9조3000억원대의 부가가치가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항만과 무역업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하면 무려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부산항의 환적수요도 급감한다. 중국 상하이와의 동북아항만주도권싸움에서 결정적인 차질을 빚는다.
국내 무역업계의 화물운임도 유럽항로 47%, 미주항로 27%가 급등한다. 수출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악화하게 된다. 가뜩이나 수출이 수십개월째 감소중인데, 화물운임까지 오르는 설상가상이다.
채권단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채권단이 이끄는 산업은행이 적극 나서야 한다. 당장의 불을 꺼야 한다. 산업금융지주 이동걸회장이 '변양호 신드롬'에 급급해 접시를 닦지 않는다면 심각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해운산업 경쟁력을 추락시킨다는 점에서 최악의 국책은행 수장이 될 것이다.시장과 언론에선 대선캠프출신의 이회장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이회장은 대우건설 신임사장 선임과정에서도 뭇매를 맞았다. 한진해운 정상화에서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주무당국 금융위도 너무 소극적이다. 대우조선 5조원대 부실회계 문제로 곤욕을 치른 금융위가 총대를 메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7월 대우조선에 4조원대 자금지원을 결정할 때와 너무나 다르다. 당시는 청와대 서별관회의가 수시로 열렸다. 청와대 경제수석 기재부장관 금융위원장 산은회장이 모여 신속하게 자금지원에 합의했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은 리더십을 발휘해서 한진해운 정상화방안을 신속하게 모색해야 한다. 이동걸회장의 결단과 소신이 필요하다. /미디어펜
야당과 언론은 2000년이후 7조원이 투입된 대우조선이 아직도 정상화되지 않은 것에 대해 서별관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여야는 이미 서별관청문회에 합의했다. 금융위와 산은이 대우조선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해운 정상화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고용유발 효과가 대우조선에 비해 작다고 해서 시장논리로 해결하려는 한다면 큰 착각이다. 단견이다.
청와대와 금융위 산업은행 한진의 수뇌들이 다시금 모여서 정상화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서 살리려 하는 한진만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 채권단도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 대우조선에 대해 신속한 지원결정을 했듯이 한진해운 문제도 서둘러야 한다.
한진해운을 벼랑으로 몰고가는 것은 경제관료와 산업은행이 할 일이 아니다. 피와 땀으로 일군 핵심기간산업을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골든타임이 지나간다. 시간이 없다. 관료와 채권단이 기간산업을 살린다는 소신을 갖고 접시를 닦아야 한다. /미디어펜 사설
[미디어펜=편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