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은 스파이를 소재로 했지만, 스파이 영화라기보다 '버디 영화'에 가깝다.
'밀정'의 두 주인공인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 '이정출'(송강호)과 무장독립운동단체 의열단의 리더 '김우진'(공유)과의 정신적 교감과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냉철하고 치밀한, 포커페이스를 지닌 스파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밀정' 속 스파이인 '이정출'은 조선인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살며 남들보다 더 쉽게 가슴이 뜨거워지고, 동료의 죽음 앞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인물이다.
김지운 감독은 "혼돈의 시대에 살면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당하는 인물의 인간적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그만의 인간적 매력과 특출난 연기력으로 영화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인 '이정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김우진' 역을 맡은 공유도 후반으로 갈수록 카리스마 넘치고 강직한 의열단 리더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며 송강호와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영화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가 된 공유는 이번 작품으로 흥행뿐만 아니라 '연기도 되는' 배우임을 보여준다.
'이정출'과 함께 충성 경쟁을 벌이는 또 다른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는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다만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 역은 한지민의 열연에도 적은 비중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했다.
영화 속에서 일본 경찰과 독립군은 서로의 정보를 캐기 위해 곳곳에 밀정을 심어놓는다. 이 때문에 극 중 인물들은 보이지 않는 내부의 적과 싸우며, 서로서로 속이고 항상 경계한다.
일본 강점기 경성거리와 경성역, 가옥 등을 재연하는 등 비주얼에 상당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그러나 때로는 세트임이 티가 날 정도로 영화 속에 완전히 밀착되는 느낌은 아니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9월 7일 국내 개봉하는 '밀정'은 해외에서는 이미 호평을 받고 있다.
제7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과 제41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의 첫 한국영화 투자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