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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꼼수?…조선일보 '창간 이래 위기' 왜 감지 못하나

2016-08-30 09:11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조우석 주필

 '조선일보 게이트'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향응과 함께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송희영(62)이 29일 주필직을 사임했다. 청와대가 '부패 기득권세력'이라고 그 신문을 공격하고, 새누리 김진태 의원이 두 차례 폭로 기자회견을 한 뒤 벌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그건 표면이다. 상황이 크게 변한 건 없는데, 송희영은 보직사임을 한 것에 불과하다. 주필직과 함께 편집인 노릇을 내려놓았을 뿐 퇴사하거나 파면 당한 건 아니다. 그래서 당혹스럽다. 이런 헐거운 대응이 새삼 보여주는 건 1등 신문 조선일보가 창간 이래 최대위기인 지금의 엄중한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민적 의혹으로 떠오른 송희영과 조선일보

주필이면 해당 언론사의 간판이고, 조선일보의 상징이다. 그런 그가 저지른 비리 의혹의 중차대함, 그리고 국민적 의혹으로 떠오른 전에 없는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라.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조선일보가 국민-독자를 기만해온 최악의 제작태도에서 출발한다.

구악(舊惡) 주필이 앞장서서 취재원으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받으며 모럴 해저드의 끝을 보여줬다. 또 그 윗선의 경영진이 그와 합세해 청와대 흔들기와 우병우 죽이기라는 악의적 지면을 만들며 무려 한 달이 넘게 세상을 뒤숭숭하게 했다. 이런 구조적 성격 때문에 조선일보 게이트란 규정이 너끈히 성립되는데, 프랑스대혁명 이후 시작된 동서양 근현대언론사를 살펴봐도 그렇다.

언론사에서 오보(誤報)와 실수는 무수히 많았어도 이렇게 국가 사회에 해악이 됐던 악성 언론권력의 몽니란 거의 유례 자체가 없다. 이런 추악한 성격의 일부가 드러난 게 지금이고, 그래서 조선일보는 창간 이래 최대 위기가 맞다.

그런데 송희영에 대한 보직해임이란 꼬리 자르기 정도로 그치는 걸 보면 조선일보의 도덕적 해이와 언론권력으로서의 오만함이 과연 어느 정도였던가를 새삼 보여준다. 송희영 사태가 불거진 다음날인 8월 30일자 지면을 보면 그게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1년 9월 임대한 초호화 전세기를 이용한 유력 언론인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의원은 이와 함께 송 주필의 부인과 당시 산업은행장의 부인이 대우조선에서 제작해 독일 선주에 납품한 선박의 명명식에 참석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송희영 보직해임 기사는 1면에 2단 기사로 처리한 게 전부이며, 조선일보가 변하거나 반성의 기미를 보인다는 기미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회사 입장 표명이나 경영진-편집진의 사과성명 등이 지면에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없다. 예상과 달리 조선일보가 막무가내 식 버티기 단계로 돌입했음을 이날 신문은 보여준다.

즉 이날 신문은 1면 머리기사로 이석수 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알렸다. 왜 우병우 수석의 집과 사무실은 제외했느냐고 볼멘소리다. 이날 사설도 '기자 압수수색은 우 수석 처가 땅 보도에 대한 보복인가'를 다루며 권력으로부터 박해받는 조선일보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황당한 '약자 코스프레'하는 조선일보

즉 언론권력 조선일보의 황당한 약자 코스프레다. 당분간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권력과 언론의 갈등'으로 포장하겠다는 꼼수이기도 하다. 더구나 실망스러운 것은 중앙-동아 등 경쟁지와, 일부 좌파매체들의 모습이다.

같은 날짜 중앙-동아는 김진태 의원의 폭로를 요란하게 다루는데 그치면서 이번 사안의 파장을 구조적이고 균형 있게 다루는데 크게 미흡했다. 반면 좌파 매체는 조선일보 편들기에 몰입하느라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바로 이런 게 우리 언론계와 지식사회의 파편화되고 지리멸렬한 모습을 반영한다.

자, 이런 상황에서 상식을 재확인해봐야 하는데, 조선일보의 이런 대응과 달리 최선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송희영에 대한 파면 조치다. 진정 독자와 국민을 무서워한다면 송희영에 대한 보직사임 대신 이번 사태를 보는 회사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파면 카드를 뽑았어야 했다. 

"조선일보는 대학에서 문제가 드러난 교수를 두고 먼저 업무정지를 시키는 방식 등을 잘 원용했어야 옳았다. 업무정지 땐 월급은 주되 강의를 못하게 한다. 그리곤 자체 조사를 통해 교수의 문제를 체크하는데, 송희영에게도 그런 방식이 온당했다."

필자에게 들려준 한 언론학자의 말이 맞다. 보직 해임과 달리 업무정지와 파면 조치 등은 그나마 독자 신뢰를 얻을 수 중간 단계의 카드였다. 구악 기자 송희영과 조선일보가 거리 두기를 하는 좋은 계기였는데 조선일보는 여기에서 실패했다.

그래서 걱정인데, 혹시 조선일보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닐까? 이번 사건에서 송희영은 깃털이며, 그 윗선의 몸통은 따로 있는데 그걸 보호하기 위한 게 지금 조선일보의 다급한 형편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게 사실이라면 사안은 더욱 커진다. 송희영 윗선은 누구일까?

송희영 조선일보 전 주필은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지난 2011년 9월 총 경비가 무려 2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유럽여행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송 씨 일행이 제공받은 초호화 요트는 ‘Ferretti 97’로 2011년 9월5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카프리를 거쳐 소렌토까지 운항했는데 그 임차 비용이 2만2000유로(당시 환율기준 3340만원)였다./김진태 의원실 제공


조선일보 넘어 언론계 전체에 악영향

조선일보 경영자인 그는 자신의 개인적 민원 해결을 다양한 방식으로 우병우 수석에게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거절당해 그를 괘씸죄로 손보기로 작심했던 사람이다. 저번 글에서 쓴대로 개인적 비리를 갖고 있는 송희영과, 분풀이를 벼르던 최고경영자가 합심해 청와대를 선제공격한 것이 이번 우병우 죽이기 지면이었으니까.

가늠컨대 지금 그 경영자는 보직을 내려놓은 송희영과 함께 머리를 굴리며 이번 사태를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게 사실이라면 조선은 진흙탕에서 빠져나오기 보다는 더 들어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단언컨대 조선일보의 미래는 보장키 어렵다.

정부로부터 '부패 기득권세력'으로 찍히고, 독자들로부터 '반성하지 않는 오만한 언론권력'으로 더 더욱 각인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을 더 해야할까? 당장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벌어진 일만으로도 편집-경영진의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결단을 해야 한다.

검찰 조사와 별도로 자체 진상조사팀을 구성해 1백년 가까운 조선일보 역사를 먹칠한 이번 사건을 추스르고 땅에 떨어진 독자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옳다. 편집-경영진의 동반사퇴 등은 그 다음이다. 사실 필자는 두렵다. 이번 일이 조선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 미디어 전체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종이신문은 사양업종인데, 미디어로서의 위기에 더해 독자 신뢰도가 왕창 떨어질 것이다. 이게 조선일보를 포함한 조중동과 지상파-포털 등에 연쇄 파급효과와 공멸(共滅)을 불러올 것도 얼마든지 예상된다. 그래서 지금의 '조선일보 게이트'는 '언론 게이트'가 맞다. 언론계는 물론 지식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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