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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에 과잉규제…김영란법이 경제 '독'인 까닭은?

2016-09-01 08:5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김영란법에 관한 경제적 고찰

일명 김영란법의 정식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뒷돈 등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헌법재판소의 합헌판결로 9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물론 구체적인 금액에 대한 조정은 있겠지만, 기본 틀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법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찬성과 반대가 극명히 나뉠 뿐만 아니라 각각의 논리가 법을 보는 시각에 따라 설득력을 가진다. 

법은 제도다

경제학에선 법을 제도로 해석한다. 제도가 바뀌면 경제주체들의 행동이 변하기 때문에 그 변화의 방향·속도·강도가 국가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연구한다. 또한 한 국가의 경제성장과 퇴보는 제도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제사학자들은 잘사는 국가들과 못하는 국가들의 제도를 비교함으로써, 어떤 제도가 국가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밝혀냈다.

학계의 공통된 의견은 경제자유를 높임으로써 많은 경제주체들이 열심히 일하게 하면, 그 나라는 발전한다는 것이다. 반면 평등·민주와 같이 겉보기에만 좋은 명분으로 착취적 제도를 남발하게 되면 그 나라는 필연코 가난해진다.

김영란법도 이런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향후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제도인가, 아니면 오히려 경제발전을 저해하는 제도가 될 것인가라는 시각에서 논의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선 이 법에 대한 논쟁이 극히 부분적이다. 특히 김영란법은 외형적으로 도덕을 강조하는 법이므로, 이에 반대하면 부도덕한 사람으로 치부될 위험이 있다.

법에 대한 본질적인 논쟁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우린 이미 이런 도덕적인 법의 위험성을 경험했다. 성매매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성매매 본질에 대한 논의 없이 외형적인 현상만을 보고 그 행위에 대한 법적제제를 높인다고 해서 성매매가 근절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음성적 성매매가 더욱 확대되는 경향이 그 반증이다. 남은 건 도덕적인 명분의 법이 존재한다는 자위뿐이다.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성매매와 같은 논리로 부패는 나쁜 것이며 선진국가로 가기 위해 반드시 없애야 하는 악이다. 그러나 이 악을 없애기 위해 악을 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수위를 높이면 악이 제거될까? 그렇지 않다. 악은 결과일 뿐, 그 원인에 대한 규명이 없다면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원인 고찰이 선행돼야하는 이유다.

김영란법의 훨씬 심각한 부작용은 민간과 공무원 간의 대화가 끊긴다는 것이다. 공직자는 본질적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하지 않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본인에게 처해질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한다. 법대로 하겠다는 원칙이 공무원 사이에 퍼지면 한국 사회는 더 이상 활발하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 김영란법은 부패를 없애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발전을 저해할 것이다./사진=미디어펜



규제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공직자에게 밥을 사고, 선물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권한 때문이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규제권한’ 때문이다. 규제는 왜 생기는가? 규제가 생겨나는 기본시각은 ‘정부는 선하고, 기업 등 민간은 악하다’는 것이다. 기업 등으로 대표되는 시장경제는 이윤과 사익을 위해 어떠한 악한 행위도 마다하지 않으므로 공익만을 생각하는 선한 정부가 규제하지 않으면 사회가 피폐해 진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선한 정부가 악한 시장을 ‘규제’로 통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모든 규제는 선한 의도와 명분을 가지고 입법화된다. 선한 의도와 명분으로 만들어진 규제는 국민들에게 인기 있는 정책이다. 인기에 인생을 거는 직업이 정치인이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앞 다퉈 규제 만들기 경쟁을 한다. 선한 규제를 많이 만들수록 선한 정치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의 규제수준은 최고다. 민간의 모든 경제행위는 규제로 촘촘히 엮어 있다.

모든 제도가 다 그렇듯, 규제도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여기서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규제제도와 달리 현실 경제는 매우 복잡하다. 일률적 제도가 현실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다. 그래서 민간은 공직자들과의 면담이 필요하고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밥을 사고 선물하는 것이다. 

법체계의 문제

우리나라 법체계는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의 법체계는 민간의 경제적 자유를 기본환경으로 보고 민간이 해서는 안 될 행위를 규정한다. 넓은 바다 위에 무인도가 있다고 할 때, 넓은 바다가 민간의 경제적 자유다. 민간은 이런 무한한 자유를 누리면서 정부가 때론 어느 정도의 행위는 막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무인도를 만들어 낸다. 이른바 negative system 법체계, 즉 ‘자유 우선법’로 번역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 법은 정반대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민간이 해도 좋은 행위를 일일이 나열해 주는 제도다. 거꾸로 애기하면, 정부가 허락한 행위에 포함되지 않으면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른바 positive system 법적제도며, ‘규제 우선법’ 체계다. 이 제도가 의미하는 바는 규제라는 바다에서 민간이 할 수 있는 행위를 무인도로 표현할 수 있다.

이런 법적 제도 하에선 민간의 다양하고 창의적인 행위를 일일이 법으로 명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민간은 정부를 대상으로 끊임없이 설득하고, 그 행위를 법으로 명시해주기를 구걸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밥과 술과 선물이 오가는 것이다. 공공부문은 민간의 경제행위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특히 개방화 시대에 민간의 경제활동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콸콸 쏟아진다. 이런 흐름을 어떻게 공공부문에서 법으로 다 명시할 수 있겠는가? 이런 법체계 내에서 민간은 끊임없이 정부에 새로운 경제행위를 법으로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지난 7월 28일 나오면서 계속해서 후속보완 입법이 거론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적 폐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까? 시중에 떠도는 논리는 술과 밥이 오가는 음식업종이 타격을 받고, 선물로 포장되는 상품을 생산하는 농어촌에 타격이 갈 것이므로 신중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부차적인 효과다. 이보다 훨씬 심각한 부작용은 민간과 공무원 간의 대화가 끊긴다는 것이다. 공직자는 본질적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일하지 않고 업무처리 과정에서 본인에게 처해질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한다.

부패의 처벌수준이 높아지면 그만큼 민간과의 대면을 줄일 것이고, 법에 규정된 대로만 움직이려고 할 것이다. 민간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행위는 타인의 의혹의 시선을 불러와 결과적으로 본인의 위험수준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법대로 하겠다는 원칙이 공무원 사이에 퍼지면 한국 사회는 더 이상 활발하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 김영란법은 부패를 없애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발전을 저해할 것이다. 무릇 제도는 국가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있는데 외형적 논리에 집착한다면 결과적으로 국가경제에 폐를 끼치는 악이 될 수도 있다.

과잉범죄화 문제

김영란법에서 공직자 범주에 언론사와 사립학교를 포함하였다. 엄연한 민간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법에 포함시킴으로써 정부가 이들의 행위를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민간기관의 잘못된 관행적 행위를 법으로 다스리겠다는 논리다. 외형적으론 선한 정부가 이들 집단의 악한 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분쟁이 발생하지 않는 민간 사이의 거래를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들에 대한 불법적 행위는 얼마든지 기존의 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강력한 공법에 포함시킴으로써 개인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개인 간 행위를 공법으로 규제했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과잉범죄화(over-criminalization)'다. 법은 일률적으로 규정하므로 개인 간 발생하는 다양하고 복잡한 행위를 탄력적으로 선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에 따라 많은 민간은 그들의 경제행위로 인해 범죄인이 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지금도 우리나라 국민 4명 중에 1명은 전과자인 세상이다. 그만큼 공법으로 민간행위를 과도하게 개입함으로써 국민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김영란법은 민간의 행위도 공법으로 처벌하는 과잉입법으로써 잠재적 범죄자를 증가시킨다. 친구나 동창간의 선물이라고 해도 규정된 액수를 초과하면 법의 본질과는 달리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국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이런 법은 얼마든지 오용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을 표적삼아 이 법을 악용하게 되면 누구든 범법자가 될 위험에 노출된다. 업무와 관련 없는 만남이라고 해도, ‘순수한 만남’임을 해명하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8일 대한변협등이 제기한 김영란법 위헌소송에 대해 각하및 기각처분을 내렸다. 김영란법은 9월 28일부터 원안대로 시행된다. 사진은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헌재 결정을 위해 착석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은 제외하는 꼼수

형평성 논란이 이는 요소 중 압권은 공직자 처벌 범주에 국회의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제외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했다. 과거에는 행정부 중심의 권력이 이제 국회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따라서 많은 규제도 행정부보다는 국회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선한 명분으로 포장된 규제는 국회의원들의 인기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규제가 지속적으로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제 규제와 관련된 민원은 행정부보다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로비가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래 상 부정부패가 발생한다.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란 부패행위에 대한 고상한 포장지일 뿐, 김영란법에서 단죄하려는 부패행위와 다를 바 없다. 국회는 법 재정권한을 이용하여 명분도 얻고 실리도 챙기는 일석이조를 얻어낸 것이다.

김영란법 이전에 해야 할 일

부패는 사라져야 한다. 특히 한국이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관행상 이뤄졌던 접대형태의 부패는 척결해야 할 대상이다. 이러한 정책목표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김영란법과 같은 처벌위주의 수단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득보다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부패행위의 원인인 ‘규제철폐’가 답이다. 규제철폐는 곧 대한민국 법체계 패러다임을 ‘규제우선법(positive system)’에서 ‘자유우선법(negative system)’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접근법이 선행된 후에 김영란법을 부수적인 장치로 사용해야 한다.

원인 진단 없이 결과적 행위를 김영란법으로 규제한다면 우리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 결과적으로 경제퇴보를 맞이할 것이다. 한 국가의 장래는 제도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김영란법이 우리 경제의 미래에 해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이제 이 법은 시행될 것이고, 제도로 정착할 것이다. 우리는 잘못된 법이 야기할 사회적 비용을 또 다시 치러야 할 운명이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이 글은 9월 1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김영란법 이후, 세상은 어떻게 바뀔까’ 토론회에서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이 발표한 발제문 전문입니다.)

[현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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