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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영 일탈·우병우 죽이기…조선일보의 두 얼굴

2016-09-02 09:55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근혜 대통령이 7월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자리에서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 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나가 달라"고 했을 때 조선일보는 유난히 발끈했다.

그 달 18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강남땅 매매 의혹 건을 처음 보도한 후 며칠 간 집중타를 날리며 우 수석을 자르라고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을 때 대통령으로부터 그런 답이 돌아왔으니 신경이 곤두설 만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했던 말은 "대통령이 이 모든 문제 제기를 그저 '저항'이나 '비난'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비난이었다.

그런데 자사 전 주필의 비리 의혹 사건을 대하는 조선일보야 말로 이 문제를 그저 일부 독자들의 저항이나 비난쯤으로 무시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인 개인 일탈"이라며 선 긋고 "청와대가 언론 공격을 하겠다면"이라며 갑자기 언론탄압 약자 코스프레 프레임으로 방어할 순 없는 노릇이다.

조선일보의 우 수석 처가 강남땅 거래 보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우 수석 처가가 넥슨과 부동산 거래할 때 진경준이 다리를 놔주었고 우 수석이 그 대가로 진경준의 비리를 눈감아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물증은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럴듯해 보이는 정황을 소설처럼 그려 제시하고는 '의혹이 제기됐으니 자리에서 물러나라'며 목덜미를 쥐고 흔드는 식의 기사들로 우 수석과 청와대 공격에만 매달렸다. 조선일보는 우 수석 쪽에 어떤 확인도 하지 않았고 반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분명 통상적인 언론 취재 양식에서 크게 벗어났던 것이다. 이상한 건 또 있다. 보통 언론은 제소 건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출석하면 자사 보도가 정당함을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조선일보 기자는 별다른 입증 노력이나 항변을 하지 않았다. 취재 내용도 몇 군데서 듣고 확인했다는 말로 얼버무린 게 전부라고 한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1년 9월 임대한 초호화 전세기를 이용한 유력 언론인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체 진상조사가 필요한 '조선일보 게이트'

이런 내막까지 다 공개된 마당에 "현장 취재 기자들이 권력 비리의 의문을 갖고 발로 뛰어 파헤친 기사"라고 강변하는 조선일보 주장을 과연 몇 사람이나 수긍할 수 있을까. 본인에게 단 한통의 전화도 하지도 않고 발로 뛰어 파헤친 기사라고 할 수 있나.

공정성 정확성과 같은 언론윤리는 내다버리고 막연한 추론이 동원된 소설 같은 기사가 조선일보의 평소 실력이라고 믿어야 한다는 얘긴가. 조선일보 명성이 그렇게 쌓인 건가. 전혀 아니다. 그렇기에 독자들과 많은 국민으로부터 조선일보 우병우 기사들이 어떤 의도에서 나온 의혹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석연치 않은 취재 과정도 그렇고 첫 보도 이후 물증도 없으면서 의혹을 반복 재생산하고 아들 처갓집 별건 보도로 끊임없이 곁가지를 쳐갔던 것은 어떤 면에서도 언론의 상식적인 권력 견제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조선일보 고위 간부들이 청와대에 로비가 안 통하니 우병우 죽이기를 했던 것이란 세간의 의심은 청와대가 음모론을 펴서가 아니라 바로 이런 조선일보의 비상식적인 일련의 보도 과정과 태도 때문이었다.

소위 조선일보 사태는 이제 송희영 전 주필만의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고위 간부가 특정 기업 회장 등 구명을 위해 청와대에 청탁을 넣었다가 거절당하자 보복한 것이라는 의혹으로까지 번진 상황이다. 우 수석은 그 청탁도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조선일보가 그 기업 회장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검찰을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는 보도까지 나온 마당이다.

이렇게 되면 송희영 전 주필이 자기 흠을 덮기 위해 그동안 조선일보 지면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뿐 아니라 그 윗선으로까지 의혹이 확대된 상황이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우병우 죽이기 보도를 해온 이유가 결국 이것 때문이었구나 싶게 앞뒤가 꼭꼭 들어맞고 있다. 조선일보는 자사 고위 간부들의 원한이나 보복, 혹은 정권을 흔들고 길들이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려면 이런 의혹들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

송희영 주필의 부인(가운데)이 2009년 8월 17일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노던 야스퍼스와 노던 주빌리호의 선박명명식에서 밧줄을 자르고 있다. 오른쪽에 남상태 전 사장이 지켜보고 있다. /김진태의원실 제공


개인 일탈과 언론탄압 공허한 선동 논리

그동안 침묵하던 조선일보 노조가 회사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추가대책을 요구한 것도 아마 그런 인식에서 비롯된 위기감 때문 아닐까 싶다. 송 전 주필이 기자에 취재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사장과 발행인도 아침 신문에서 우 수석 처가 땅 보도를 처음 봤다는 회사 해명을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송 전 주필이 조선일보 편집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언론계에 소문으로도 알려졌는데 독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그런 해명을 회사 직원들이라고 이해할리 없잖은가. 그러니 조선일보가 전 주필 의혹을 '개인의 일탈'로,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랐다는 식으로 넘긴다면 더 큰 불신을 부르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거의 한달 반 동안을 '우병우 죽이기'로 미친 듯 달렸다. 많은 독자들은 찜찜하고 미심쩍어도 조선일보가 숭악한 의도를 가지고 그럴 리가 없다고 믿었고,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그런데도 조선일보가 보도 경위나 과정, 보도 이후 석연찮은 문제들에 제대로 된 해명이나 사과도 없이 자신들은 옳았고 청와대가 언론을 탄압하려 한다고 뜬금없이 언론탄압 프레임으로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건 언론을 모욕하는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 감찰내용 기밀 누설 의혹과 관련된 조선일보 기자 핸드폰 압수도 법원의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진행한 것이다. 설령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도 조선일보가 먼저 밝히고 해야 할 것부터 하지 않고 언론탄압이라는 식의 여론몰이부터 하려 한다면 공감할 국민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조선일보가 우 수석 건으로 한창 물고 뜯고 할 때 강석천 논설고문은 칼럼에서 "뻔뻔한 거짓말보다 교묘한 거짓말이 더 미움을 산다."며 우 수석을 비난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우 수석 뿐 아니라 조선일보에게도 그대로 해당될 수 있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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