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박근혜 정권이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은행권에 '낙하산 논란'이 재점화 됐다.
금융노조는 국민은행장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기업은행장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며 '낙하산 불가론'을 꺼내들었다.
이 가운데 지난달 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낙하산 방지법이 발의돼 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는 지난 1일 '관치금융 몸통 낙하산 인사 강력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배포했다.
김문호 위원장 명의로 작성된 이번 성명서는 금융회사와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낙하산 논란'에 방아쇠를 당겼다.
윤종규 회장(사진) 체제에서 KB지주는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권 계열사의 몸집을 성공적으로 불리며 업계 파워를 강화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은행장-지주회장 분리 의견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 다시 CEO 분임 체제를 가동해 윤 회장은 지주 회장직만 담당하는 게 온당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미디어펜
성명서의 요점은 현기환 전 수석이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 각각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에 집중됐다.
우선 기업은행장의 경우 현직 권선주 행장이 올해 12월 27일로 임기를 마친다. 제도적으로 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전례가 거의 없고 권 행장도 연임에 적극적이지 않아 신임 행장 취임설이 다수다.
다만 권 행장이 기업은행 내부 출신으로서 성공적인 업무수행 능력을 보여준 만큼 차기 행장도 내부 출신에서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은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 기업은행 차기 행장 하마평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론한 일은 있지만, 현 단계에서 실명까지 거론하며 '낙하산 불가' 방침을 밝힌 금융노조의 성명서는 다소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종의 '사전 저격'이라고 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최근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금융노조의 투쟁력이 올라간 상황이라 이 문제(낙하산)를 가지고도 공방이 거칠게 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은행장의 경우 상황이 좀 더 복잡하다. 현재 윤종규 KB지주 회장이 국민은행장을 겸하고 있지만 이 체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기 때문이다.
KB는 2014년 지주-은행간 갈등을 윤종규 회장의 '통합 체제'로 봉합했다. 이후 윤종규 회장 체제에서 KB지주는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을 인수하는 등 비은행권 계열사의 몸집을 성공적으로 불리며 업계 파워를 강화했다.
이에 자연스럽게 은행장-지주회장 분리 의견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 다시 CEO 분임 체제를 가동해 윤 회장은 지주 회장직만 담당하는 게 온당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지난 7월 KB금융 이사회는 '차기 회장 선임 시 윤종규 회장에게 연임우선권을 주지 않는다'고 의결해 차기 인사에 대한 예측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했다. 현재 KB 측은 관련 사안에 대해 '어떤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낙하산 논란은 정권말이 될 때마다 반복되지만 앞으로는 내부 인사가 CEO로 승진하는 사례가 더 많아지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많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윤종규 국민은행장, 이경섭 농협은행장과 권선주 기업은행장 등 내부에서 승진한 CEO들이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선례가 많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외부 출신은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도다.
한편 지난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한다는 취지의 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요건으로 '5년 이상의 금융회사 근무 경력' 등을 명시했으며, 요건에 맞지 않는 임원은 직위를 잃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이 통과 시 금융권에서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잣대는 더욱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