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와 상속은 보완관계에 있습니다. 증여와 상속은 모두 부(副)의 무상이전(無償移轉)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증여와 상속의 선택은 무상이전의 시기에 대한 선택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속시기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지만, 증여를 통하여 상속 이전(以前)으로 그 무상이전의 시기를 앞당겨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속 전에 증여를 통하여 무상이전이 이루어졌을 때, 단순히 증여세를 계산하여 납세의무를 이행하는 것으로 그 무상이전에 대한 납세의무가 완전히 종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증여 이후에 ‘일정한 기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하면 이미 증여된 재산을 상속당시 피상속인의 재산에 가산하여 상속세를 계산해야 합니다.
‘일정한 기간’이라 함은 수증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다른데, 상속인에 대한 증여는 10년 이내의 증여가, 상속인 외의 자에 대한 증여는 5년 이내의 증여가 상속재산에 가산됩니다.
가족 중 상속인은 배우자와 자녀이며, 상속인이 아닌 가족의 예는 사위, 며느리와 손자들 입니다. 다만 증여했던 재산의 가치가 상속당시에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상속세 계산시 합산되는 증여재산은 증여당시의 재산가액으로 가산됩니다.
증여세와 상속세의 세부담의 차이
증여세와 상속세의 적용에 있어서 과세표준과 세율은 동일하지만, 세부담에 있어서 차이가 있습니다. 과세대상범위의 차이와 공제 때문입니다. 과세대상범위의 차이란, 상속세는 피상속인(亡者)이 남겨주신 재산총액을 과세대상으로 하고, 증여세는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과세대상으로 세금을 계산합니다.
단순화시켜 예를 들면, 20억원을 증여 또는 상속으로 자녀 2명에게 10억원씩 줄 경우, 상속세는 20억원 전체에 대하여 과세표준과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하지만, 증여세는 자녀별로 각각 10억원에 대하여 과세표준과 세율을 적용합니다.
증여세는 받는 사람의 숫자만큼 낮은 세율을 여러 번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상속보다는 증여가 구조적으로 세금이 작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10년(또는 5년) 이내에 상속이 발생하면 당초 증여재산이 상속세로 재계산이 되어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됩니다. 부의 이전에 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는 증여가 빠를수록 좋으며, 사위와 며느리를 예뻐할수록 세부담이 줄어듭니다.
증여세와 상속세의 적용에 있어서 과세표준과 세율은 동일하지만, 세부담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과세대상범위의 차이와 공제 때문이다. /연합뉴스
부의 무상이전에 있어 증여가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닙니다. 무상이전자산의 규모에 따라서는 상속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증여와 상속은 공제금액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증여의 경우에는 공제금액이 단순합니다.
수증자가 성년인 직계비속인 경우에는 5천만원, 미성년 직계비속인 경우에는 2천만원, 배우자인 경우에는 6억원이 공제됩니다. 상속의 경우에는 피상속인이 거주자인 경우에는 최소 5억원의 일괄공제가 적용됩니다. 그리고 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있으면 최소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배우자공제가 적용됩니다.
상속인 중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있는 경우라면, 최소 10억원까지는 상속세가 “0”이 됩니다. 피상속인의 재산이 10억원 전후라면 상속을 통해 받으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세금계산상으로는 굳이 증여세를 내면서 증여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사망한 자녀의 배우자와 그 자녀에 대한 증여와 상속
상속인이 될 직계비속이 상속개시 전에 사망하거나 상속결격사유로 인하여 상속권을 상실한 경우, 그 자의 직계비속과 배우자가 대신 상속을 받게 되는데 이를 “대습상속”이라고 합니다.
세법상 세대를 건너뛴 상속(유언을 통한 손자에 대한 상속 등)재산에 대해서는 30%(유증을 받을 손자가 미성년자이고 해당 재산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40%)가 할증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습상속에 해당할 경우에는 상속재산을 받을 자가 손자라고 하더라도 할증과세가 되지 않습니다.
이 점은 증여의 경우에도 동일합니다. 기본적으로 세대를 건너뛴 증여에 대해서는 30%(또는 40%)가 할증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지만, 증여자의 최근친(最近親)인 직계비속이 사망하여 그 사망자의 최근친인 직계비속이 증여받은 경우에는 할증과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7년 전에 손자에게 증여한 이력이 있는 상황에서 조부모의 사망으로 그 손자가 상속인 된 경우(대습상속)에는 손자가 민법상 상속인이 되는 것이므로 상속개시일 기준으로 10년 이내의 증여재산이라면 상속재산에 가산하여 상속세를 계산해야 합니다.
가족 외의 자에 대한 증여 - 기부
삶의 의미와 가치관을 떠나서 개인의 경제적 효율성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지닌 바 자산을 마지막까지 모두 소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힘겹게 이루어놓은 재산을 죽는 순간까지 모두 소비하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은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자녀들에게 더 많은 것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동기부여가 되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남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나, 받을 가족이 없는 경우로서 남겨질 재산을 가족이 아닌 필요로 하는 곳에 사용되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가족 외의 자에 대한 증여를 익숙한 표현으로 “기부”라고 합니다.
기부는 세금에 대한 의사결정이라기 보다는 쓰임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기부를 받는 입장에서는 증여자와 가족이라는 관계가 아니더라도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증여세나 상속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법은 기부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증여나 상속(유증)은 그 받는 자의 이익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공익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일 때에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내 재산이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 즉 ‘공익법인’에게 증여나 상속되도록 하고, 해당 공익법인이 세법상의 요건을 갖추어 공익목적으로 사용 또는 지출하게 되면 세금 없이 그 재산이 온전하게 주는 분의 뜻에 맞게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부는 상속 전 또는 상속개시시에 이루어지도록 선택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 증여를 통하여 먼저 기부를 하실 수도 있고, 유언을 통하여 남겨질 재산이 상속이 개시되는 시점에 기부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공익법인이 아닌, 본인의 재산의 출연을 통하여 공익법인을 직접 설립함으로써 기부받을 대상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증여 또는 상속은 그 받을 분들인 배우자나 자녀가 “나와 같은”존재이기 때문에 주는 것만으로도 받는 것이나 소비하는 것 이상의 행복과 만족을 느끼게 됩니다. 주는 것, 나아가 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입니다. 그런데 그 범위나 대상을 넓혀서 가족을 벗어나 좀 더 필요로 하는 곳에 주는 것도 또다른 행복일 수 있겠습니다.
자녀가 없는 경우의 배우자에 대한 증여와 상속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배우자와 부모님이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은 경우에 배우자가 단독 상속인이 되는데, 이 때에는 상속세를 계산할 때 앞서 살펴본 일괄공제(5억원)가 적용되지 않고, 2억원의 기초공제와 연로자공제와 장애인공제 등의 기타인적공제만이 적용되고, 여기에 더하여 배우자공제가 적용됩니다.
상속인이 배우자 단독인 경우에는 기초공제와 기타인적공제의 합계액이 통상 5억원보다 작지만 배우자공제가 자녀가 있는 경우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훨씬 큽니다. 배우자공제는 민법상의 배우자의 상속지분가액의 범위 내에서 배우자가 실제 상속받은 금액을 30억원의 한도 내에서 공제하는데, 배우자단독상속의 경우에는 민법상의 배우자의 상속지분가액이 상속재산의 100%이기 때문에 상속재산 전체가액에 대하여 30억원 한도내에서 공제되기 때문입니다.
받을 사람이 배우자밖에 없는 경우에는 절세차원에서 증여와 상속으로 재산을 배분하는데 있어 상속대상 재산이 30여억원에 이를 때까지는 증여로 부의 무상이전 시기를 분산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상속대상 재산규모가 그 이상인 경우에는 주어진 시간을 10년 이상으로 예상할 수 있을 때, 6억원의 배우자상속공제를 적용받으며 증여하거나, 예상상속세 한계세율과 증여세의 한계세율이 일치하는 수준(규모)까지 증여함으로써 낮은 세율을 한 번 더 적용받아 절세의 기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족 이외의 친족이 상속인으로 예상되는 경우
자녀나 배우자 그리고 직계존속이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됩니다. 그리고 형제자매
가 없는 경우에는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중 최근친이 상속인이 됩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다보면 형제자매나 조카 등이 상속인이 될 것으로 예상될 때, 그 중 특정인에게는 상속되지 않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상 이러한 경우에는 증여나 상속으로 인한 세금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고, 재산이 특정인에게 이전되거나 특정인이 배제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사전증여를 통하여 이전하거나 유언을 통하여 받을 자를 특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속인으로 예상되는 자가 형제자매인 경우에는 법정지분의 3분의 1만큼에 대하여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하며, 상속인이 4순위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유류분을 청구할 수 없으므로, 전체 재산을 피상속인의 선택에 의하여 이전될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소비와 기부를 통한 행복
주시고자 하는 마음,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본인이 모은 재산을 쓰라 해도 쓰지 못하는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깝습니다. 자산가에게 절세의 기본은 소비입니다. 모으는 재미도 있지만, 쓰는 재미도 있음을 알았으면 합니다. 예를 들어 50%의 상속세율이 예상되는 분이 2만원의 맛있는 식사를 한다면 상속세가 1만원 줄어듭니다.
빗대어 표현하자면, 50%의 상속세율이 적용될 분은 모든 소비에 대하여 저절로 50%의 세일이 적용됩니다. 본인이 가장 먹고 싶은 것과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에 적극적으로 소비하면, 가장 만족스러운 절세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충분히 아껴오셨다면 절세를 위하여, 나를 위하여 아낌없이 지출하십시오.
그리고 굳이 내 가족이 아니더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증여하는 행복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다가오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장욱 국민은행 WM컨설팅부 세무전문위원
[장욱 국민은행 WM컨설팅부 세무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