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참석 차 중국을 방문한 첫날부터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3일 오바마 대통령 수행기자들에 대한 중국 측의 통제를 비판하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전날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전례 없는 통제가 시작됐다.
통상 외국 정상의 전용기가 공항에 도착하면 앞쪽 문 앞에 레드카펫이 깔린 계단이 마련되는데 이날엔 계단이 마련돼 있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은 전용기 중간 계단을 통해 내려와야 했다.
곧이어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에 도착하는 순간을 찍기 위해 백악관 출입 카메라 기자들이 자리를 잡았을 때도 중국 환영 대표단 가운데 한 명이 기자들에게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가 나서서 "우리 대통령이고 우리 비행기"라며 취재 규칙을 알아서 정하겠다고 하자, 중국 관리는 "우리 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다"라고 소리 지르며 맞받았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4일 오후(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 항저우 국제전시장에 도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회담장에서는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이 보안검색대에서 발이 묶여 백악관 직원들을 돕는 중국 정부 관계자와 보안검색 담당 관계자 간의 말다툼이 거세지면서 주먹 다툼 직전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서로 주먹을 휘두르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강제로 떼어놓아서 물리적 충돌을 간신히 피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 기자회견 요청을 거절했으며 회담장의 기자단 출입을 놓고도 어깃장을 놓았다. 중국 측은 "미국 기자 12명이 들어올 공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은 충분하다고 응수하면서 다툼이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와 사드 문제를 놓고 최근 껄끄러운 관계를 보여주듯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중국 방문이 거친 분위기 속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항저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에서 있었던 일과 관련해 "의미를 지나치게 부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취재진이 자신과 외국 정상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는지를 두고 백악관이 협상을 벌일 때마다 언제나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취재진 접근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쟁이 현재 미중 관계가 어려움에 부닥쳐있다는 뜻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G20과 같은 큰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 얼마나 부담되는지 알고 있다며 중국에 한정된 문제도 아니고 처음 일어난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한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등을 놓고 최근 중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양측은 이 문제를 놓고 4시간이 넘도록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남중국해, 인권, 무역 문제 등을 언급하며 중국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동맹국의 안보'를 강조하며 일본, 필리핀 등 중국과 해상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의 편에 설 것이라는 뜻을 강조했다.
하지만 크고 작은 갈등 속에서도 양 정상은 회담 이후 ‘서호’ 주변 산책을 겸한 비공식 회동과 저녁 식사까지 함께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이후 "매우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