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이 미국 시장 점검을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초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의 현대기아차 공장을 잇따라 방문했던 것에 이어 한 달 만에 또다시 해외출장길에 오르며 '현장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의 저성장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직접 현장을 챙기며 해외 판매의 고삐를 죄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회장의 미국, 멕시코 방문은 작년 3월 이후 1년 6개월만이다. 정몽구 회장은 당시 미국의 현대기아차 판매·생산 법인, 멕시코 공장 건설 현장을 순방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5일(현지시간) LA에 있는 미국판매법인을 찾아 업무보고를 받고 현지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선전하는 임직원들을 치하하고 격려할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은 2012년 이래로 매년 성장률이 하락해 왔다. 올해는 소비심리 둔화로 8월까지 1167만대가 팔려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현대기아차는 8월까지 96만4000대를 판매하며 전체 시장 성장률보다 2%포인트 높은 2.5%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정몽구 회장은 "글로벌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의 성과는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미래 변화다"라며 "미래는 이미 시작됐다. 혁신, 고객, 품질로 시장을 앞서가야 한다"고 밝힐 예정이다.
미국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 비중이 18%에 이르는 등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주요 시장이다. 현대기아차는 유럽시장 정체와 신흥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특히 미국에서의 성장세 확대를 위해 ▲ 고급차 ▲ 친환경차 ▲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 역량 강화 등 3대 키워드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정몽구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을 통해 미국 고급차 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본격 판매를 시작한 제네시스 G80, G90(국내명 EQ900)의 성공적인 안착에 대한 주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제네시스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육성해야 한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은 우리가 새롭게 도전할 또 하나의 과제"라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차와 SUV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라는 주문도 있을 전망이다.
지난 유럽 출장중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현장점검을 하고 있는 정몽구 회장./기아자동차
정몽구 회장은 "친환경차 기술력을 더욱 강화해 미래 친환경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업체 간 친환경차 기술 경쟁의 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신차 출시로 친환경차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낸다는 전략이다.
올 하반기 현대차는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출시하고 기아차는 K5(현지명 옵티마)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선보인다.
정몽구 회장은 또 "최근 미국 시장은 SUV 수요 확대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투싼, 싼타페, 스포티지, 쏘렌토 등 경쟁력 있는 SUV 차종의 판매 확대를 위해 판촉 강화, 공급 물량 확대 등 적극적인 대처를 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미국 내 SUV 공급 확대를 위해 지난 6월 기존 기아차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되던 싼타페를 앨라배마 공장으로 이관해 생산토록 했다.
정몽구 회장은 미국 자동차 시장의 중요 변곡점마다 과감한 승부수를 던져 시장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8년 미국 판매가 9만대까지 떨어지자 이듬해 '10년 10만 마일'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해 미국 판매의 돌파구를 열었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한 2009년에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 마케팅을 통해 불황을 극복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은 미국 시장 점검을 마친 뒤 멕시코 누에보 네온 주(州)로 이동해 7일(현지시간) 예정된 기아차 멕시코 공장 준공식 행사를 주관한다.
기아차 멕시코 공장은 2014년 10월 착공해 1년7개월여 만인 올해 5월 양산을 시작했으며, 남미지역 공략과 북미시장 진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