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우리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대한 이중잣대로 바라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시장원리에 입간한 구조조정이 아닌 서별관 회의 같은 비공식 자리, 즉 정부가 개입해 밑빠진 독에 물봇기하느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달리 한진해운의 경우 물류대란이 일어났는데도 정부가 제대로 개입하지 않고 한국경제 위기를 관리 못하냐고 한다. 이중적인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구조조정호는 갈지자 행보를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들과 참고인들이 출석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에 대해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원칙은 단호하다. 근간은 기업을 살리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기업 스스로 회생 의지나 자구노력이 없다면 구호의 손을 내밀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진행된 서별관 청문회(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이중잣대와 오류를 분명히 확인한 자리였다.
정부는 조선·해운 구조조정의 원칙과 체계를 분명히 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부실과 분식회계 의혹에 있어 당국으로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이 오점이기 하지만 말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고민한 끝에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정부내 협의체에서 격상해 2년 한시적 공식 회의체로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경제 관계 기관 6곳의 수장들이 경제 현안 논의(서별관 회의)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특혜지원에 대한 의혹문제가 증폭된 만큼 소모적인 정쟁을 차단하기 위한 결단이다.
또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의 원칙을 분명히 세웠다. 자금을 빌려준 채권은행과 관계자들이 모여 채무자인 부실기업에 청진기를 대 자금 지원으로 살릴 수 있을지 없을 지 판단하는 역할이다. 채권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 대해 청문회 의원들은 무분별한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지적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경영관리위원회와 이사회 등 자기사람 심기에 급급했거나 산은 이사회나 자회사에 정부 코드 인사를 내려앉은 것도 부실을 초래한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별관 청문회에서는 이사회 선임이나 경영관리위원회의 인사를 배치할 때 국회에서 스크린할 수 있는, 또는 인사 권한을 갖게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고민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금피아, 모피아 등 부적격자의 낙하산을 수 없이 봐왔다. 마치 우리경제의 자랑인양 관치금융을 자랑하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금융권의 낙하산들은 전문성 논란에 빠지거나 경영 악화, 도덕적 해이, 경영부실이라는 문제점을 보였다.
대부분 경제부처 수장이나 금융당국자, 정치인 등이 공공기관에 앉아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채 리스크를 키우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관치금융의 오명을 안겼다. 제대로 된 경영목표를 세우지 못한채 임기를 채우는 자리 보전에 급급한 모습에 국민들의 한숨은 커 갔다.
국회에서 정치논리에 입각해 또 다른 낙하산 부대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이 큰 만큼 고민하거나 연구할 개연성이 전혀 없다.
또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사들의 부실 원인을 해양 플랜트로 지목했다. 해양 플랜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저가수주와 또 다른 경영 실적을 만들기 위해 무리한 수주가 원인이 됐다.
당장 해양 플랜트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해양 플랜트다. 해양 플랜트 사업을 위해 국가적으로 전문가를 키워 조선사가 수주한 해양 플랜트를 맡길 수 있는 기업을 정부가 만들 것을 권유하는 발언도 문제 중 하나다.
물론 대안은 될 수 있겠지만 국가적 분쟁 요소가 있고 법적 제한이 있다. 철강·해운산업의 장밋빛 시절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도 전세계 불황의 바람을 타고 적자와 부실을 불러일으켰다.
기업 구조조정이 재무구조의 변화뿐만 아니라 산업구조의 체질화를 완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투자 설비 감축, 공급과잉업종의 기업 M&A 등 선제적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급한 불만 끄는 임시방편적 구조조정일 뿐이다. 또 다른 혈세가 투입될 것이며 독점적 경쟁시장을 만드는 꼴이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한진해운의 물류사태를 통해 한국경제가 위기의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잠시 국유화를 시키면 어떻겠냐는 요구도 구조조정의 원칙에서 어긋난다.
한계기업은 도태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은 키우는 것이 옳다. 한계 기업을 정치적인 이유로 연명시켜서는 안된다. 채권단과 자율협약이라는 동아줄이 있는데도 기업 살리기를 포기한 기업에 국유화는 말이 안된다.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의 사례를 놓고 볼때 국책은행의 구제금융 문제가 대두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정부도 산업은행의 비금융 자회사 132곳을 오는 2018년까지 모두 매각할 방침이다.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정책금융기관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다. 더이상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관리 소홀을 원천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뜻도 된다. 물류대란으로 수출기업의 생계마저 위태롭다고 해서 국유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기업구조조정의 원칙을 거스리는 역행이나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시장 경제 원칙에 맞게 구조조정이 잘 이뤄져 산업구조의 체질구조 변화와 사업재편이 잘 되도록 금융당국을 비롯한 경제관련 부처는 감시와 감독이 지켜져야 한다. 정치권은 또 다른 옥상옥을 만들지 말아야 하고 정치적 공세보다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한 지지를 해줘야 할 때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