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베트남 리서치인력이나 현지 사무소도 안 갖추고 존 리 대표가 베트남펀드를 내놓겠다는 데 참 기가 막힙니다. 여행 몇 번 다녀와서 펀드를 내놓겠다는 걸로 밖에 안 보이네요. 예전 존 리 대표가 코리아펀드를 내놓을 때와는 달리, 고객들이 얼마나 똑똑해졌는데요. 방송에서 몇 번 떠든다고 펀드에 가입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10년 폐쇄형으로 펀드를 출시했다는 점도 이해가 안 가네요.”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최근 베트남펀드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내심에는 운용업계 스타 최고경영자(CEO)인 존 리 대표가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베트남펀드의 자금을 쓸어갈 수 있다는 일종의 ‘라이벌 의식’도 반영됐다. 그만큼 최근 베트남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얘기다.
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해외주식형펀드 중 베트남펀드에는 이달 7일까지 204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작년 유입금액이 2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1000배가 넘는 자금이 쏠린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주식형펀드에서 5987억원이 빠져나간 것에 비하면 베트남펀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브렉시트 등의 여파를 겪은 유럽 주식형펀드에서만 3742억원이 빠졌다.
올해 들어 새로 나온 공모펀드만 13개에 달할 정도로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존 리 대표가 지난 5일부터 10년 패쇄형 ‘메리츠 베트남펀드’를 출시하면서 다른 운용사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그간 베트남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묵묵히 길을 닦아왔는데 스타 CEO 존 리 대표가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라는 것.
특히 베트남펀드는 이미 10년 전인 2006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베트남 VN지수 폭락으로 투자자들은 이미 큰 손실을 입었다. 이에 2010년~2012년까지 아예 새로 출시된 공모 베트남펀드가 없을 정도로 투자자와 운용사는 ‘악몽’을 경험해야했다. 이제 다시 베트남경제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자 존 리 대표가 끼어들었다는 것이다.
‘메리츠 베트남펀드’ 10년 폐쇄형 상품인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증시에 상장해 중간에 현금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는 하지만 그간 증시에 상장된 펀드들이 많으면 15% 이상 디스카운트됐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환매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증시에 상장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맵스리얼티1의 경우에도 매년 5%가 넘는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액면가 5000원에도 한참 못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그것도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합병을 앞두고 센터원빌딩 보유 지분 50%가 부각돼 주가가 껑충 뛰어오른 결과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펀드가 상장되더라도 큰 손해를 보고나서야탈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베트남펀드 전체의 붐을 되살린다는 점에서 존 리 대표의 진출을 반가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대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블랙록 등 해외 유수의 운용사도 한국 사무소 없이 한국이나 아시아 펀드 운용을 잘 해가고 있다”며 “존 리 대표의 전략이 뭔지는 몰라도 베트남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는 다 같이 잘되면 되는 것이어서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메리츠 베트남펀드는 이날까지 미래에셋, 현대, 한국투자, 메리츠, 동부, 유진증권 등 6개 증권사에서 판매된다. 회사 측은 목표했던 1500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펀드 설정 최소액인 500억원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상환 메리츠운용 전무는 “10년 폐쇄형이라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2% 선취수수료 외에 매년 판매사가 매년 받을 수 있는 판매보수가 없다보니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가장 수익률이 높은 베트남 공모펀드는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증권투자신탁 2’로 29.81%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펀드 역시 폐쇄형으로 한국운용이 지난 2006년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설정이후 수익률은 –6.61%를 기록 중이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