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한은 기준금리가 9월에도 동결됐지만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를 비롯한 금리인하 제한요인이 변수다. 한편 미국‧유럽 등 주요국들은 이미 완화적 통화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금리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연내엔 더 이상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9일 한국은행(총재 이주열)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기준금리를 연 1.25%로 유지했다. 지난 6월 전격 인하 이후 3개월째 동결이며 금통위 7인이 만장일치로 '유지' 의견을 냈다. 세부 내용을 보면 금통위는 미국 기준금리의 움직임과 가계부채 문제를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은 기준금리가 9월에도 동결됐지만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은 계속 제기되고 있다. /미디어펜
금통위 종료 직후 기자간담회를 주재한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향후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신흥시장국의 경제 상황 등에 영향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짚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8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000억원으로 7월보다 8조7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 늘었다. 기준금리 하락은 가계부채 문제를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금통위도 이 부분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 말미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총재는 지난 달 정부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8‧25 대책'에 대해 "가계부채 급증세가 어느 정도는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호주‧유럽‧일본 중앙은행이 추가완화에 조심스러워진 점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오래 전부터 예상된 일이고 기존 상황에서 크게 바뀌는 면은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발언들은 기준금리 인하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이제 올해 세 번밖에 남지 않았다.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과 가능성이 존재한다 해도 연말로 갈수록 금리를 내리기가 점점 부담스러워질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타진하는 동안 미국에서는 이미 금리 '인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달 초 견조한 호조세를 보인 것으로 발표된 8월 고용지표 결과가 조금만 더 좋았다면 9월 인상도 충분히 가능했으리라는 분석이 존재할 정도다. 현재는 '12월 인상설'에 무게가 실려 있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은 오는 20~21일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근시일내 금리를 올린다면 비기축국인 한국으로서는 그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한국만 내리는 방향으로 갈 경우 금리 단차가 발생해 대규모 외화 유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기준금리를 현행 '제로' 수준으로 동결하고 '양적완화 연장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완화 기조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한국 코스피 지수는 ECB 금리 동결과 북한의 제5차 핵실험 영향 등으로 장중 1.5% 가까이 하락하며 2030선을 넘나들고 있다.
주요국 금리정책이 '인상' 혹은 '동결' 쪽으로 수렴되고 있지만,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즉시 포기하기에는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있다. 금리인하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평가받던 연 1.00%까지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한은으로서는 '타이밍'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이날 바클레이즈, 노무라증권 등도 한국은행이 4분기 중 기준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노무라증권은 한은이 다음 달인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00%로 한 차례 인하하고, 2017년 3월에도 한 차례 추가 인하에 나서 금리가 연 0.75%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번 동결을 기점으로 올해 안에는 기준금리가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연내 금리인상을 마무리 짓고자 하는 미 연준의 의지가 높아졌다"면서 "약 2개월 뒤 미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한은이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며 기존 '10월 인하' 전망을 '연내 동결'로 수정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