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 |
의사와 병원의 모든 것이 공무원의 감독 밑으로 들어갑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의료가 나아갈 방향은 정해진 것 같습니다. 의사는 공무원처럼 되고, 병원은 보건소화처럼 변해 갈 것입니다. 의사들에게서 한국인 특유의 의욕은 사라질 것입니다. 의사가 병상에서 죽어가는데도 보험공단의 지시만을 기다리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민간, 사립이라는 것은 더러운 단어가 된지 오래입니다. 사립중고등학교와 사립대학, 사립유치원, 민간어린이집 같은 곳은 이미 국가기관과 다를 것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제 병원도 거의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부가 종합병원에 대해서 왜 이러는지 이해는 됩니다. 환자들이 동네병원은 안가고 종합병원으로만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데에 집중해야 할 종합병원의 의사와 시설들이 감기치료나 하게 되었으니 공무원들이 걱정할만도 합니다. 하지만 종합병원을 선택하는 환자가 잘못한 것은 아닙니다. 환자들은 동네병원을 믿기 어려우니까 종합병원을 선택한 것입니다. 거기에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종합병원은 늘어나는 환자에 봉사하기 위해 의사와 시설과 병상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그것을 막는 것은 환자들을 억지로 동네병원에 배급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국회의원과 공무원의 월권입니다.
이런 현상들이 발생하는 원인은 폭력에 가까운 의료수가 규제에 있습니다. 생명을 다투는 중증환자나 병원 안가도 되는 가벼운 환자나 치료비에 별 차이 없이 묶어 두다 보니, 다들 기왕이면 안전한 종합병원으로 향하는 겁니다. 종합병원은 적자를 면하고 조금이라도 환자의 경중을 가리는 장치로서 특진 제도를 만들었는데 나쁘게 보면 이것도 부작용이지요. 수가규제를 피해가는 방법이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특진의사를 1/3로 줄이라는 규제가 들어왔군요. 그 규제는 또 다른 부작용을 부를 것이고 그것을 막기 위해 또 다른 규제가 나올 것입니다. 악순환에 빠진 것입니다.
▲ 정부와 정치권이 종합병원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가하면서 환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당하고 있다. 특진의사 비율을 줄이고, 종합병원의 병상을 늘리는 것까지 제한을 두려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의료수가 규제로 인해 종합병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의료수가를 정상화하고, 의사도 환자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환자도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이 협상을 벌이고 있다. |
이 고리를 끊으려면 의료수가의 정상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의료수가의 정상화, 이건 정말 어려운 과제입니다. 의사 빼놓고는 모두가 반대할 테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한다고 해서 그 생각이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의사와 질병의 관계에 대한 생각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인간이 아픈 것은 의사 때문이 아닙니다. 의사는 질병을 고칠 능력이 있는 사람일뿐 고칠 의무가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납득이 안되시면 식량을 한번 생각해 보시지요. 인간은 음식이 없으면 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량을 생산하는 농민은 고마운 존재입니다. 농민이 식량 공급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농민들은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원하는 가격을 받을 자유가 있습니다. 물론 소비자도 수많은 농민들 중에서 선택할 자유가 있지요. 저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있고 의사도 자기가 원하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격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물론 의사들이 인위적으로 높은 치료비를 받기 위해 담합을 한다면 문제죠. 그러니까 정부 당국의 역할은 담합을 적발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처럼 치료를 제대로 하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될 정도로 수가를 낮게 묶어두는 것는 공권력의 남용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규제와 부작용과 또 다른 규제가 끝없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무원같은 의사, 보건소 같은 병원을 원치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의료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에 착수해야 합니다. 자율과 선택이 보장될 수 있도록.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