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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자살 부르는 검찰 수사…별건수사 문제점은?

2016-09-11 09:4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피조사자의 자살과 검찰의 수사관행

1. 검찰의 수사관행이 피조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얼마 전 검찰 소환을 앞둔 롯데그룹의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관행이 또다시 재조명 되고 있다. 법무부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4년 7월까지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자살한 사람의 수는 총 83명에 이른다.1) 

특히 2004년에는 5명, 2005년에는 3명, 2006년에는 4명, 2007년에는 1명으로 증가세 없이 비교적 낮은 수치를 보이던 것과는 달리, 2008년에는 11명, 2009년에는 4명, 2010년에는 9명, 2011년에는 14명, 2012년에는 10명, 2013년에는 11명, 2014년 1월∼7월까지는 11명이 검찰 수사를 전후로 자살을 선택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더욱 주목할 점은 이 기간 동안 자살한 피조사자 중 절반에 이르는 인원의 직업군이 ‘고소득 전문직, 공무원, 기업가, 정치인’등으로 한정된다는 것이다. 자살의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겠으나 흔히 엘리트 집단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직업군에서 검찰의 수사가 하나의 큰 계기가 되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물론 개인으로서의 인간이자 사회적인 인간이기도 한 피조사자라는 존재가 자살에 이르게 되는 원인을 어느 하나만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억울함을 항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자살을 감행하는 피조사자도 있을 것이고, 처벌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거나 검찰의 무리한 수사관행에 의해 자살을 선택하는 등 복합적인 이유들이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검찰의 수사관행 및 시스템이 엘리트 집단에 국한한 피조사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한정하여 그 원인과 대안에 관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피조사자의 자살은 그의 가족뿐만 아니라 관계된 모든 이들과 담당 수사기관까지 충격에 빠트린다. 또한 검찰에서는 결국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게 됨으로써 사건의 진실은 규명되지 않은 채 종결된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관행과 피조사자의 자살 간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일은 인명의 보호와 진실의 규명이라는 차원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검찰의 수사관행이 엘리트 집단에 과도한 굴욕감을 주는 것이라면 이러한 수사기법은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없어져야 할 관행이다./사진=롯데물산



2. 엘리트 집단으로서의 피조사자에 대한 이해

검찰의 수사 과정 및 수사 직전·후에 발생하는 피조사자들의 자살은 반드시 엘리트 집단에만 국한되는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엘리트 집단에서의 그 비율은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인다.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기까지, 일각에서는 이들이 행한 범죄 행위에 대해 화이트칼라 범죄2)라고도 명명하는데 여기에는 몇몇 특징이 나타난다.

우선, 이들이 일으키는 범죄 행위는 개인적 비리로서 일어나는 것들도 있지만 대체로 구조적이며 조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트 집단에 속한 이들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지위에서 물질적인 풍요까지 누리므로 업무수행 중에 자신을 둘러싼 조직과 조직구성원에 대한 의무 및 신뢰와 이익을 지키는 것을 대전제로 삼는다. 그리고 이 전제를 지키기 위한 과정 속에서 조직의 구조는 범죄와 부패에 점점 취약해 진다.

이때에 엘리트 집단은 사회지도층이기에 더 큰 사회적 관심과 함께 비난의 여론에 부딪치게 된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들의 범죄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크므로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피조사자 개인뿐만 아니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주변인물들에 대한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를 통해 검찰은 범죄 사실에 대한 증거와 여러 정황을 수집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피조사자의 주변을 샅샅이 뒤지는 그물망식 수사가 피조사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가 있다. 각각의 분야에서 상당한 입지를 쌓아온 엘리트 집단의 사람들이 특정 사건으로 인해 수사를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되면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시련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일부의 정신과 의사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른바 엘리트라 불리는 사람들은 작은 실패에도 스스로를 쉽게 패배자로 낙인찍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위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엘리트 집단의 중년 남성에게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엘리트 집단의 경우 검찰조사과정에서 일반인에 비하여 보다 더 큰 굴욕감을 느낄것이라는 것은 위에서 본 것처럼 많은 연구결과에서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수사과정에서 이러한 엘리트 집단의 굴욕감에 대하여 배려를 하여야 할 것인가가 핵심적인 문제 중의 하나로 보여진다.

얼마 전 검찰 소환을 앞둔 롯데그룹의 이인원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이후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관행이 또다시 재조명 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 범죄수사의 효율성과 피조사자 특성의 고려

범죄수사의 필요성과 효율성에 비추어 검찰조사과정은 어느 정도는 피조사자가 굴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또한 일반상식에 비추어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입장에서 이는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라 할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엘리트 집단의 위와 같은 특성을 이용하여 일반 피의자에 비하여 과도한 굴욕감을 주고 이를 통하여 원하는 수사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그동안의 검찰조사관행이라면 이는 분명 심각한 문제이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 할 것이다.

검찰이 조사과정에서 일반인과 엘리트 집단을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집단에서 자살률이 높게 나오는 경우 일반인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피조사자는 수사 대상이기 이전에 생명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임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생명권은 생명이란 최고의 가치를 보장하는 권리로서 모든 인권보장의 대전제가 되고, 생명에 대한 보장 없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할 수 없으며, 구체적인 기본권의 보장도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판결을 받은 수형자에게도 생명 및 건강 등 인도적 차원에서 형의 집행을 정지해줌으로써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데3), 아직 피조사자 신분에 불과한 피의자 중 일정집단이라 하더라도 수사 도중 자살률이 급증하는 집단이 있다면, 국가기관인 검찰에서는 이러한 집단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며, 이는 헌법이 국가에게 부여한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할 의무에 비추어 당연히 취하여야 할 조치라 할 것이다.

또한 검찰은 피조사자가 자살하는 경우 당해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하게 되어 사건은 미해결로 종결할 수밖에 없고, 이는 더 이상 사건의 실체진실을 발견할 수 없게됨으로써 형사사법 정의의 확립이라는 검찰수사의 목적이라는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못한 결과라 할 것이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피조사자의 상대주의적 특성에 대한 이해와 고려는 반드시 수반되어야만 한다. 엘리트 집단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사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검찰의 수사관행이 엘리트 집단에 과도한 굴욕감을 주는 것이라면 이러한 수사기법은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없어져야 할 관행이며, 검찰이 일반인과 엘리트 집단을 동등하게 대우함에도 불구하고 엘리트 집단의 자살률이 높게 나온다 하더라도 검찰은 이러한 집단의 특성에 맞추어 조사관행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할 것이며, 아래에서는 이러한 취지에 맞추어 검찰수사관행의 개선책에 대하여 검토하겠다.

검찰 스스로도 그동안의 수사관행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자정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정의 구현, 국가형벌권 실현이라는 임무를 온전하게 발휘하기 위해서 말이다./사진=미디어펜


4. 피조사자의 자살 방지를 위한 검찰의 수사관행 개선책

피조사자는 인간이자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특히 엘리트 집단의 피조사자의 수사 도중 자살률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검찰의 수사관행에도 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그물망 식으로 피조사자의 주변 인물들을 무조건 수사하고 보는 방식이나 별건 수사, 자백에 의존한 수사 등에서 벗어나 과학수사와 증거에 입각한 수사를 지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피조사자의 지위나 직업적 특성에 대한 수사 실무 담당자의 깊은 이해 역시 수반되어야 하며 인권교육 역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수사기관 종사자가 현재 수사 중인 피의 사실을 공표하는 일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이는 언론의 범죄보도로 이어져 개인의 명예 및 사생활 등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고, 왜곡된 여론을 조성하게 하거나 수사에 혼선을 초래할 여지가 크다. 

우리나라 일간신문에 보도되는 상당수의 기사가 재판 전 단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피조사자의 피의 사실과 관련한 검찰의 짤막한 언급들에 대해 특종 경쟁을 벌이는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법원의 확정 판결이 있기도 전에 피의자의 유죄를 추단하게 만들고 회복이 불가능한 낙인을 찍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경우 누구라도 자신의 범죄혐의가 연일 뉴스에 보도된다면 엄청난 심적 부담감과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피조사자의 인격 보호 차원에서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행위에 대하여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4)

더 나아가 이를 적용하고 수사기관을 견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관 설립의 필요성까지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 그동안의 수사관행에 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자정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거두게 된다면 가장 이상적인 결과가 되겠지만 검찰 스스로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위원회 형태의 제3의 기관의 견제를 받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안들이 세워지고 검찰 스스로도 그동안의 수사관행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 자정하려는 노력을 보일 때, 법원과 함께 형사사법에 있어 정의를 구현하는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검찰은 범죄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실현 및 정의의 확립이라는 본연의 기능과 임무를 온전하게 발휘할 수 있으리라 본다. /홍세욱 자유와통일을향한변호사연대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치스


1) 홍일표(새누리당)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실 자료.

2) 1939년 미국사회학회 연설에서 서덜랜드가 처음으로 명명한 개념으로,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고 존경 받는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상 저지르는 범죄라고 규정하였다.

3) 형사소송법 제471조 제1항

4) 형법 제126조 “검찰/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취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이 글은 바른사회시민회의가 9일 주최한 ‘검찰의 수사관행,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홍세욱 자변 변호사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홍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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