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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차 핵실험에도…'북핵 사이렌' 박지원의 끔찍한 유혹

2016-09-11 09:0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정치인들이 말을 쉽게 뱉고 수시로 바꾸는 변덕을 부리는 이유는 잘 지적받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정부의 말실수는 곧잘 물고 늘어지는 우리 언론은 희한하게도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꽤 너그럽다. 비판이라고 해봐야 범죄사건이나 욕설과 같은 거친 말, 민감한 발언이 나왔을 때 반짝 때리는데 그친다. 그마저도 언론 일부는 시늉으로 끝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언론이 국가 운영을 맡은 정부의 입장을 꼼꼼히 감시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의 발언이나 그 말에 담긴 위험한 논리들을 꾸준히 지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입법 뿐 아니라 여론에도 큰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존립, 국민 생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정부 견제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던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하자 "북한은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규탄하는 발언을 SNS에 밝혔다. 

박 의원은 또 "북한의 계속되는 백해무익한 도발행위는 한반도는 물론 세계 평화를 저해하는 만행으로 마땅히 국제사회의 고립을 자초하는 행태" "우리 당도 즉각 비대위·국방위·정보위원 연석회의를 갖고 정부와 함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하지만 박 의원의 이런 발언들은 김정은이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는 말만큼이나 공허하게 느껴진다. 북한 세습 정권이 그동안 해온 핵개발과 핵실험 기간만 해도 수십 년이다. 급기야 9일 있었던 5차 핵실험은 핵실험 수준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핵탄두를 만들어 폭발실험을 한 것이었다. 

북한이 밝힌 대로 표준화된 핵탄두 위력 실험이라면 이미 얘기는 여기서 끝난 것이다. 아직 사실상이란 단서가 붙긴 하지만 북한은 이제 마음만 먹으면 남한 뿐 아니라 미국 영토까지 핵미사일을 쏘고 공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북한 핵실험에 대한 규탄발언은 언제나 공허하고 위험하다. 형식적인 비판 뒤엔 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거리로 삼았다. 그리고는 실패한 김대중식 햇볕정책 주장을 반복했다./사진=연합뉴스


북 핵실험 때마다 교묘하게 선동해온 박지원

북한은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온갖 제재를 받으며 고립당하는 와중에서도 핵개발에 집착했다. 박 의원은 그럴 때마다 "국제사회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란 케케묵은 수사들로 북한에 대해 하나마나한 비판으로 일관해온 사람이다. 5차 핵실험 뒤 "북한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그런 식의 얘기가 어디 한 두 번인가. 

3차 핵실험 이후엔 '체제 유지에도 도움이 안 되는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했고 4차 핵실험이 있은 뒤엔 '북한의 만행을 규탄한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런 형식적인 비판 뒤엔 늘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거리로 삼았다. 그리고는 실패한 김대중식 햇볕정책 주장을 반복했다. 북한 핵실험 전후로 쌀 지원과 같은 대북퍼주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도 비슷한 패턴이다. 

3차 핵실험 전엔 북핵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가(MB정부) 수십만톤의 대북 쌀 지원을 해야 한다고 하더니 5차 핵실험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7일) 대북 쌀지원과 제주도 감귤을 퍼주자고 했다. 

박 의원은 쌀과 감귤이 핵무기가 되지 않으니 퍼주자는데 참 웃기는 얘기다. 도대체 누가 현금 지원만 핵무기 개발을 돕는 것이라고 주장하나. 핵실험 한 번에 2조 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많은 북한전문가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에 지원하는 각종 현물이 핵개발에 전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위 보수정권 8년 반 동안 우리가 지원하지 않았는데 북한이 무슨 수로 핵실험을 진전시켰느냐고 또 반박하는데, 이것도 가당찮은 선동이다. 

북한이 우리 지원만으로 핵개발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현금이든 현물이든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북한을 지원하는 것은 김정은의 핵무장을 돕는 것이고, 다양한 형태로 전용가능성이 있으니 검증된 방식이 아니면 지원이 부적절하다는 얘기다. 대북지원 핵개발 전용 가능성은 무시하면서 북한에 쌀을 주는 것은 동포를 먹여 살리는 것이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본인 주장만 우기는 것은 북한 핵무장을 거드는 것에 불과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북 5차 핵실험 관련 안보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이 핵실험을 통해 얻을 것은 국제사회의 더욱 강도 높은 제재와 고립뿐이며, 이러한 도발은 결국 자멸의 길을 더욱 재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대한민국 파멸시킬 박지원의 북핵 궤변

김대중 정부의 대북퍼주기 햇볕정책은 실패한 정책으로 판명이 났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들은 현금 뿐 아니라 온갖 종류의 현물과 다양한 형태로 북한을 지원하면서 10년간 대화하며 살갑게 지냈지만 핵개발은 막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더 고도화 정밀화 됐을 뿐이다. 물론 이후 이명박 정권이나 현 정부도 북의 핵개발을 효과적으로 저지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수십 년 전 유일한 체제유지 생존전략으로 핵개발을 선택했고 그걸 목표로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수백만 주민을 굶겨죽이면서까지 지독하게 핵개발에만 매달려온 북한을 대화와 타협으로 포기하도록 만든다는 발상자체가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이런 현실은 인정하지 않고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하나마나한 얘기나 하면서 방어용 미사일 하나 배치하지 못하게 사사건건 나서 반대하는 박지원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다시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완성을 목전에 뒀는데, 김대중 노무현식 대북정책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건 이제 그만 김정은의 노예가 되자는 얘기나 똑같다. 북한 핵개발은 우리가 대화니 설득이니 해서 컨트롤할 수 있는 선은 이미 오래전에 넘었다. 

핵미사일이 다 완성된 시점에서 남북이 대화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핵개발 완결 후 대화에 나서는 건 어떤 형태로든 결국 김정은의 공갈 협박을 우리가 얼마만큼 들어주느냐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칼 든 깡패에 목덜미를 잡힌 사람은 처분만 바라는 것이지 어떤 선택권이 있을 수 없다. 극한 고통도 감수하고 핵무기를 완성한 김정은이 이제와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망상이다. 

사드를 반대하고 소위 김대중 정신, 과거의 남북관계가 좋았지 않느냐고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주장은 그래서 완전히 틀렸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완성을 알리는 끔찍한 신호를 듣고도 박 의원이 대통령에게 사드를 국회에 넘기라고 요구하는 것은 선원을 파멸시키려는 사이렌의 유혹이다. 망망대해 항해 중인 대한민국호를 핵무덤으로 잡아끄는 사이렌 유혹에 이 나라가 흔들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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