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로 등재돼 이사회의 일원으로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책임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앞으로 삼성전자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2일 이사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을 등기이사로 신규 선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확정짓는다. 이재용 부회장은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되면 그날부터 등기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급변하는 IT산업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이사회는 이러한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등기이사 추천을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오랫동안 권유해왔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와병 중인 상태여서 이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이사에 선임되면 삼성전자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된다. 경영상 문제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물론이고 보수까지 공개해야 한다.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등기임원의 5억원 이상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재벌그룹 오너들은 대부분 등기이사가 되는 것을 꺼려왔다. 삼성그룹에서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유일하게 등기이사에 올라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기로 한 것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결함 문제로 삼성전자가 위기 상황을 맞은 가운데 오너가 직접 책임지고 위기를 돌파한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로 상황이 안 좋아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책임 경영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주가에 상당한 호재”라며 “근본적으로 기업경영을 책임지고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 회장에 오르기 위한 중간 단계의 의미가 있다”며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이사회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됐다”는 회사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기존 등기이사인 권오현 부회장(DS부문장), 윤부근 사장(CE부문장), 신종균 사장(IM부문장)과 함께 공동경영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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