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지난 4.13 총선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정치테마주의 주가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증시가 2000선을 넘어 박스권 장세를 보이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몰리면서 매주 나오는 대선 지지율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웃지 못 할 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대선이 1년 이상 남았다는 점에서 당분간 정치테마주의 강세는 어느 정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총선이 끝났을 때만해도 정치테마주에 대한 평가는 회의적이었다. 기업의 실적과 관계없이 움직이는 테마주인 만큼 총선이 마감되면서 정치테마주의 주가도 급락세를 나타내거나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대부분 정치테마주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결과는 예상대로 가는 듯 했다. 하지만 일부 정치 테마주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면서 대선 때까지 오름세를 이어갈 기세를 보이고 있다.
정치테마주를 부활시킨 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의 5월 말 방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는 ‘대망론’이 불거졌고 그의 테마주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5월 16~18일 장에서 반 총장의 테마주들은 줄줄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 총장의 대표 테마주인 보성파워텍은 5월 17일 장중 1만5500원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보성파워텍은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씨가 부회장으로 근무한다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었다. 특히 반 총장은 방한 와중에 “내년 1월 1일부터는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 결심하겠다”는 등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테마주의 강세를 결과적으로 부추겼다.
그러다가 6월 들어 반 총장의 테마주의 주가도 하락세를 타면서 ‘신공항 테마주’ 등 다른 테마주가 증시를 주도했다. 이때도 언론들은 정치테마주의 고별을 고하는 등 호들갑을 떨면서 투자자들을 걱정했다.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뿐 아니라 테마주에서도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에도 끝난 게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등이 7월 청와대에서 오찬을 가지면서 다시 정치테마주가 꿈틀거렸다. 유 의원의 테마주인 영신금속은 7월 21일 장중 72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영신금속의 주가는 올해 초반 2000원대에 불과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테마주인 전방과 유유제약 등도 급등세를 보였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8월 들어서는 남화토건, 동양에스텍 등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테마주가 반짝 상승세를 보였다. 이 대표가 친박계라는 점에서 반 총장의 테마주가 수혜를 입기도 했다. 친박계에서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대선 출마를 시사하면서 써니전자 등 그의 테마주도 급등세를 보이는 등 정치테마주의 부침은 연중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한 반 총장과 문 전 대표의 테마주로 좁혀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반 총장의 사촌 동생 반기로씨가 대표로 있는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이 투자한 종목인 파인디앤씨, 고려포리머, 부산주공 등의 주가가 들썩이기도 했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인기를 끈 12개 테마에 속한 총 134개 종목(코스피 33종목, 코스닥 101종목)을 대상으로 올 1월 4일부터 7월 29일까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정치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은 51개에 달했다. 이는 가상현실(18개), 인공지능(14개), 중국자본(14개), 남북경협주(11개), 신공항(7개) 등 다른 테마주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만큼 정치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주가 수익률도 크게 나쁘지 않았다. 테마별로 보면 지카테마주가 이 기간 83.9% 오르며 가장 수익률이 높았고, 품절주(37.7%), 정치테마주(29.8%)가 뒤를 이었다. 반면 경협 테마주(-2.3%), 보안 테마주(-2.8%)는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도 정치테마주가 별로 뒤지지 않는 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수익률은 5.02%에 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관되게 정치테마주 투자에 자제를 촉구했다. 당장 반 총장의 테마주인 보성파워텍은 반기호 부회장이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며 사임하면서 주가가 폭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보성파워텍의 빈자리는 장지혁 대표가 반 총장의 외조카라는 이유로 지엔코가 메웠다.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주식시장이 있는한 정치테마주를 근절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잘 따라가면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겠지만 상투를 잡고 손해보는 사람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추적매매 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심하게 작전하는 세력을 막는 게 거래소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테마주의 개인투자자 비중이 평균 94.6%로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불공정거래나 주가 하락 위험이 개인투자자에 그대로 연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수익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귀신같이 타이밍을 잡아 매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돈 벌었다는 개인투자자가 없는 것을 보면 정치테마주는 피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