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지난 12일 경주에서 연거푸 발생한 진도 5.1∼5.8 지진에 이어 300차례가 넘는 여진을 겪은 시민 등이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다.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집 등이 조금만 흔들려도 '혹시나'하는 공포감에 사로잡히는가 하면, 늦은 밤잠을 자다가도 순간순간 깨는 일이 잦다고 한다.
경주 황성동 주민 김영찬(24)씨는 "첫날 지진이 심하게 왔을 때 집 밖으로 나가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대피했다가 이튿날 0시 넘어서 들어왔다"며 "그 이후로도 계속 여진 때문에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이번 강진 진앙인 내남면 부지리에 사는 주민들은 "집 바닥이 울렁거리는 것 같아 누워있지 못하겠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신경이 곤두선다"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주에 사는 한 여성은 "지진이 아닌데도 괜히 예민해져 지진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며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상가 유리창이 깨지고 제품이 진열대에서 떨어져 피해를 본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경주 중앙시장 한 상인은 "'쿵'하는 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두근두근한다"며 "조금만 흔들려도 상인 모두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곤 한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시민 등도 있다.
경주시내 한 약국 관계자는 "청심환이 평소보다 4∼5배 더 많이 나갔다"며 "남성보다는 할머니, 아주머니 등 여성이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내남면 부지2리 박종헌(61) 이장은 "주민들이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경주와 가까운 포항을 비롯해 대구, 울산, 부산 등에 사는 일부 시민도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추석을 맞아 포항 시댁을 찾은 최모(38·여)씨는 "혼자 살고 계신 시어머니께서 아직도 지진 때 겪은 일을 무서워한다"며 "가끔 속이 메스껍다는 증세를 호소한다"고 전했다.
대구 동구 한 오피스텔 26층에 사는 김모(38)씨는 "지진을 겪은 후로 방에 있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 등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질 수 있다"며 "심하면 전문의를 찾거나 약물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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