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시경 기자]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되고 나서 수도권 분양시장은 더욱 과열 양상을 띈 것으로 드러나 대책의 실효성이 도마위에 올랐다.
20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이후 청약경쟁률과 청약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등 전국의 주요 분양시장은 식을 줄 모르고 과열 양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개관한 호반건설의 '동탄2 호반베르디움 6차' 견본주택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후 몰려든 수요자들로 북적였다./자료사진=미디어펜DB
부산 대연자이와 명륜자이, '시청스마트W'는 전국 최고 청약경쟁률 순위를 앞다퉜고, 수도권에서는 '장위1 래미안'과 '동탄2 사랑으로 부영' 남양주 '다산 지금 금강펜테리움' 등이 기대 이상의 청약 호성적을 거뒀다.
이들 단지는 중도금대출 회수 제한 시행에 이어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나온 뒤에 청약을 받은 곳이어서 정부 대책을 무색케 했다.
반면 경기도 용인과 부천, 충청 서산과 당진, 전주 에코시티, 진주, 거제 등은 신규 분양 상당수가 2순위에 미달사태를 빚는 등 분양성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요층이 탄탄하거나 입지가 양호한 단지의 경우 '머니게임화'하면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운 반면 과잉공급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는 지역의 경우 정책이 식어가는 시장을 급속 냉각시켰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초저금리에 여유 뭉치돈은 정부 대책에 개의치 않고 돈되는 단지로 쏠렸다.
지난달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 개관한 ‘동탄2 호반베르디움 6차’ 견본주택에는 오픈 전부터 몰려든 수요자들로 북적였다.
당시 분양 관계자는 “8·25 가계부채 대책이 발표되고 이튿날 본보기집을 열게 돼 수요자뿐만 아니라 업계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사람들이 몰릴 것으로 추정, 예정시간보다 30분가량 앞당겨 개관했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소재 한 부동산 관계자는 “8·25 가계부채 대응책이 주목받으면서 ‘뭔가가 바뀌는구나’ 싶어 투자를 노리고 몰려든 고객들이 많았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특히 택지 공급 물량을 축소하고 분양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안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다”며 “‘택지 축소’가 현실화되자 남동탄 지역을 희소성 있다고 판단한 듯 했다”고 설명했다.
희소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시작한 지역은 동탄뿐만이 아니다.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B 부동산 관계자는 “대책 발표 전 청약을 진행한 ‘다산 지금 반도유보라 2차’와 ‘다산 금강펜테리움 리버테라스Ⅰ’의 분양권에 대해 뒤늦게 달려드는 문의전화가 상당하다”고 전했다.
D 부동산 관계자 역시 문의가 많다면서 “덩달아 추석 이후 분양을 앞둔 ‘다산 금강펜테리움 리버테라스Ⅱ’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송파 두산위브’이 견본주택에는 “입지 등이 훌륭해 8·25 대책이 적용되기 전에 우선 청약부터 넣어보려는 생각으로 왔다”고 답한 관람객도 있었다.
고홍주 분양소장은 “특히 전용 59㎡의 경우 문의하는 투자자가 60% 비중을 차지했다”며 “택지 공급 제한 항목 때문에 기존 단지들 가격까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10월 대책 적용으로 공급이 줄어들기 전에 아파트를 청약하려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고 답했다.
앞서 분양한 단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지난 6월 분양한 대우건설의 ‘중동 센트럴파크 푸르지오’ 은 미분양분이 적지않았으나 정부대책 발표 후 계약속도가 발표전보다 3배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J 부동산 관계자는 "계약을 할까말까 망설이던 대기 수요자가 많았으나 정부대책이 발표되자 계약으로 선회했다"고 밝혔다.
한석만 한국주거환경학회 이사는 8·25 대책 이후 분양시장에 대해 “고액 연봉자 등 ‘있는 자’와 저소득자 및 소득 증빙을 할 수 없는 사람 등 ‘없는 자’로 청약 시장이 양분될 우려가 있다”며 “지방의 경우 거래가 전무할 수도 있고 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부동산 거래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모든 사항을 규제하다가 조금씩 살아나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면 전체 시장까지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며 “정부는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는 방향으로 진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