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노조가 9‧23 총파업을 3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총력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노조 측은 23일 하루 동안 업무상 거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사측은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성과연봉제에 대해 노조 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은 찬반에 고루 분포된 반응을 보였다.
20일 오전 서울 다동 금융노조 투쟁상황실에서는 금융노조원 약 70명이 참석한 가운데 9‧23 총파업 직전 마지막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행사를 주재한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9‧23 총파업은 금융노조 역사상 유례 찾기 힘든 대규모"라면서 "노동사상 최대 규모 총파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9‧23 총파업을 3일 앞둔 20일 오전 금융노조가 서울 다동 투쟁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력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미디어펜
또한 김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을 통해 23일 하루 동안 금융현장에 많은 애로가 초래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문호 위원장은 "(총파업으로 인해) 은행 영업이 마비되고 업무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져 국민 여러분께서 상당한 불편 겪으실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송구스런 마음을 갖는 한편 이번 파업이 금융노동자는 물론 고객과 국민들을 위한 파업임을 널리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이기권 노동부 장관에 대해 "정권과 재벌의 주구일 뿐 노동부 장관도 아니다"라는 강경발언을 하기도 했다.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국민은행 성낙조 위원장 또한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성 위원장은 "10년 넘는 시간동안 국민은행을 망가뜨린 관치(官治)에 맞서 직원들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면서 "이번 총파업에 국민은행지부 90% 이상의 인원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융노조는 정부 측이 최근 실시한 성과연봉제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스스로 실시한 새 여론조사 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지난 5월 중순 정부는 매일경제신문과 한국리서치가 대한민국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국민 대다수는 파견법 개정과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기존의 '연공서열' 대신 '성과 중심' 인사 평가를 추구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71.1%가 찬성 의견을 드러냈다. 당시 정부 측은 이 조사가 4‧13 총선 이후 처음 이뤄진 노동개혁 설문조사라는 점에서 '국민들이 성과연봉제를 원하고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낸바 있다.
하지만 이날 금융노조는 정부의 주장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김문호 위원장은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언론사와 정부 등에 세부자료를 요청했지만 공개하지 않아 결과에 강한 의문이 든다"면서 금융노조가 새롭게 실시한 여론조사야말로 진짜 민심을 내포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관련된 65페이지 분량의 세부자료를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일 전국 거주 성인남녀 1045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스마트앱을 통해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0.%p다.
세부 내용을 보면 응답자의 61%는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에 대해 '정부가 근로자와 충분한 협의를 선행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는 정부가 강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는 노조 측 주장과 합치하는 응답이다. '정부와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인식에도 62.9%가 동의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가 성과연봉제에 대한 국민여론이 노조 측 의견과 같다는 근거로만 쓰이기엔 다소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성과연봉제를 '해고연봉제'라고 바꿔 부르는 노조 측 입장과 달리 응답자의 43.9%는 '성과연봉제가 해고수단이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성과주의가 불공정 해고를 야기한다'는 답변은 43.5%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성과연봉제가 '불공정 보상을 야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3.3%를 나타낸 한편 '공정 보상을 촉진한다'는 여론도 42.8%에 달해 오차 범위 내에 진입했다. 한 마디로 국민여론은 성과연봉제의 도입 '속도'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성과주의 그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 비중이 비슷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의 분포를 고려했을 때, 노조 측 주장대로 23일 총파업이 은행 이용자들의 거대한 불편을 초래한다면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업계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우호적인 여론이 적지 않아 은행권 총파업이 도리어 노조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사측은 이번 총파업에도 불구하고 은행 고객들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한 관계자는 "자동입출금기기,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이미 전체 은행거래의 90% 수준에 육박하는 상태"라면서 "지점 간 인력교류, 고객 분산 유도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다수 고객들이 큰 애로 없이 금요일에도 은행 업무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