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레테의 강을 건넌다". 현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실 공직기강 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망각의 강을 건넌 것일까. 그의 폭로정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구체적 증거 없는 짜리시성 휘발성 폭로는 저급한 정치공세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20일 국회대정부질문에서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착용하는 브로치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정윤회씨의 전 부인 최순실씨가 구입해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최근 제가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대통령이 착용하는 브로치, 목걸이 등 액세서리를 최순실씨가 청담동 주얼리숍에서 구매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청와대측은 조응천 의원의 발언과 관련 21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 구체적인 증거 없이 저급한 정치공세를 펼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청와대에 근무했던 사람이 전형적인 폭로정치에 몰두한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 역시 조 의원의 주장과 관련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조응천 의원이 지난 6월 법사위 대법원 업무보고에서 MBC 한 고위 간부가 성추행했다가 명예 피소된 점을 들어 "멀쩡한 분을 성추행범으로 몰던 사람 아니냐"며 "자신이 주도했던 찌라시 파문의 2탄을 보는 것 같다"고 황당해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찌라시성 폭로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물증 없는 의혹 부추기기식의 "~얘기도 있다" "~하는 것 같다"는 조응천표 '카더라'식 폭로는 정치공세적 측면이 강하다. /사진=연합뉴스
'찌라시 파문 2탄'을 언급한 것은 지난 2014년 정윤회 비선 실세 의혹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당시 공직기강 비서관이었던 조 의원은 박관천 경정과 함께 이른바 '비선 실세'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등 청와대 내부문건 17건을 무단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어 조 의원이 언급한 브로치·목걸이 가게 주인이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을 위해 선물을 사갔느냐'는 질문에 '한 번도 그런 적 없다', 또 박 대통령이 이 곳 주얼리 제품을 종종 착용했고, 그런 모습이 tv에 많이 나왔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전혀 안 해요 그분(박 대통령)은. 우리 것을 전혀 (착용)안 한다'고 답했다는 언론보도를 언급하면서 "주얼리샵 주인의 증언으로 거짓이 드러나고 있는데 정말 사적인 영역까지 폭로하는 걸 보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황교안 총리 역시 이에 대해 "전혀 들은 게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조응천 의원이 주장하는 최씨가 비선 실세라는 보도도 "추측일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정부질문에서 조응천 의원은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해 정윤회씨의 전 부인 최순실씨의 개입설을 주장했다. 조 의원은 또 우병우 민정수석의 청와대 입성도 최씨와 인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은 "우병우 민정수석은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데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이유로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며 "우 수석의 민정비서관 발탁, 청와대 입성은 최순실씨와의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우병우 수석이 사건에 너무 시시콜콜 개입해 못해 먹겠다" "(우 수석은)주로 법무부를 통해 지시하는데 중앙지검장한테는 직접 전화를 하는 것 같다"는 말도 했다. 이에 대해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들어보지 못했다.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그야말로 조웅천 의원의 폭로는 의혹만 있고 물증은 없다. "~얘기도 있다" "~하는 것 같다" 등 아니면 말고식 막장 폭로다.
조응천 의원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민정비서실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취임해 박 대통령 주변인사, 친인척관리는 물론 청와대 직원 감찰과 장차관 인사검증까지 맡았다. 그런 그가 더민주당행을 택했을 때 정치권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X파일을 들고 투항했다는 얘기까지 돌기도 했다. 즉 청와대와 여권을 상대로 저격수 역할을 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였다.
당시 조응천 의원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를 흠집 낼 생각이 없다"고 했다. 공직수행에 대한 비밀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런 그의 입은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 6월 국회 법사위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MBC 보도국 핵심간부가 성추행으로 2개월간 정직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고 허위사실을 발표했다.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아 동명이인 줄도 모르고 저지른 막가파식 폭로였다. 당시 김종인 대표로부터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강한 질책을 받기까지 했다.
조응천의 한풀이 정치·원한 정치가 막가파식 폭로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물증 없는 의혹 부추기기식의 "~얘기도 있다" "~하는 것 같다"는 조응천표 '카더라'식 폭로다. 그의 말은 청와대에 근무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거짓도 진실처럼 포장된다. 야당은 그의 찌라시성 폭로를 악용한다. 안 그래도 어지러운 정치판에 미꾸라지가 더한 것 같아 안타깝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