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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은행 파업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불편 있어도 없어도 문제?

2016-09-22 17:25 |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미디어펜=이원우 기자]성과연봉제 확대에 반대하는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파업 여파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시민들이 불편을 겪든 겪지 않든 노조 측에 '역풍'이 불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주요 지부 위원장 교체 등 내부사정에 의해 금융노조의 투쟁력은 당분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는 오는 2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총파업 집회를 갖는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예고된 이번 파업일이 다가올수록 금융노조는 투쟁 분위기를 점증시키며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성과연봉제 확대에 반대하는 금융노조 각 은행지부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파업 여파에 대한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미디어펜


특히 금융노조는 공무원의 직권남용을 금지한 형법 제123조와 노조의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 혹은 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 노조법 제81조를 위반한 혐의로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조 측 관계자는 "임 위원장이 지난 21일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기득권을 위한 파업은 정당성이 없다’는 등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근거 없이 비방했다"면서 "합법적인 금융노조 총파업 참여 방해를 지시한 것은 금융노조의 정당한 권리인 총파업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노조는 약 10만 명의 조합원들에게 총파업 투쟁명령을 배포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산하 34개 지부 조합원들에게 "23일 09시까지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집결할 것"이라는 지침을 하달한 것. 노조 측은 이날 적어도 4만 명 이상의 조합원들이 모여 금융권 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성사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민 여론도 비등해져서 이날 하루 '은행 파업'이라는 키워드가 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인기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됐다. 은행 근무시간 중에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에서 '중요한 은행업무는 오늘 미리 봐야 한다'는 내용이 꾸준히 공유되기도 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은 반드시 노조 측에 유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트위터 검색창에 '은행 파업'이라는 키워드를 넣으면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므로 (은행 파업한다고 해서) 불평하거나 민원 넣지 마시고 ATM 이용하세요"라는 취지의 트윗이 있는 한편 "은행 파업했는데 별일 없어서 인력 감축하는 거 아니냐"는 내용도 다수다.

실제로 이번 은행 파업으로 인한 시민 불편은 '있어도 문제 없어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빚어진다면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금융노조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권 외에는 성과연봉제가 이미 확산된 분야도 많기 때문에 한사코 성과주의를 거부하는 금융권의 모습이 시민들 눈에 자칫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반면 시민들이 ATM‧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거래를 이용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문제다. 이번 파업이 은행원들의 역할 축소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면서 성과연봉제 확산여론을 도리어 부채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총파업에 대한 두 가지 경우 모두에 '역풍'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금융당국과 노조는 서로를 비난하며 갈등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음을 감안하면 이번 행보는 전례 없이 강력하다는 평가다. 은행권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은 이번이 세 번째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성과주의에 대한 금융노조의 반발이 극심하다는 의미지만 또 다른 시선도 있다. 금융노조 주요 지부 위원장들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투쟁 일변도' 경향이 오히려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내년 1월 임기 만료를 맞는 것 외에도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박원춘 우리은행 노조위원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등의 주요 지부 위원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칫 리더십 위기를 올 수 있는 상황에서 금융노조가 오히려 '강공' 전략을 펴는 것 같다"면서 "당분간 노조 측의 강력한 행보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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