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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정부질문 파행...필리버스터에 "식사할 권리" 30분정회

2016-09-23 21:51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대 정기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날인 23일 여야 협의 없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본회의 상정을 강행한 야권이 정부로부터 사실상 '역(逆)필리버스터'라는 반격에 직면한 가운데, '국무위원들의 식사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새누리당의 항의로 30여분간 본회의가 파행했다.

이날 오후 교육·문화·사회 분야 대정부질문 9번째 질의자인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끝난 오후 7시50분쯤부터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향해 항의하기 시작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정회 없이 회의장을 이탈할 수 없는 국무위원들을 방치하고 본회의 사회권을 이양하고 식사를 하고온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23일 오후 7시50분쯤부터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진행 도중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의장석 앞으로 나와 '국무위원들도 식사할 시간을 달라'는 취지로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의장석 앞으로 다가가 정 의장을 향해 "저녁식사를 위한 정회도 없이 이렇게 의사일정을 진행하는 게 어딨냐"고 소리쳤다. 이어 "우리는 밥도 못 먹었다. 김밥 먹을 시간이라도 줘야 되지 않느냐"며 "의장도 식사를 하지 말었어야 한다. 의장은 밖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정 의장은 "오늘 의사일정이 좀 복잡해 (정회 없이) 하게 됐으니 자리로 들어가달라"며 "(의원들) 밥은 돌아가면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 국무위원들 걱정도 하지만 근데 어쩔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후 두 사람이 설전을 이어가는 도중 정 의장은 "내가 언제 밖에 나가서 식사를 했느냐? 왜 없는 소리를 하느냐"며 "오늘 회의가 이렇게 늦어진 것이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됐느냐. 잘 알지 않느냐"고 발끈하기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를 향해 "당신이나 걱정하라. 회의 진행은 내가 알아서 한다"며 다음 질의자인 김석기 새누리당 의원을 수차례 호명, 대정부질문 진행을 계속하려 했으나 여당 의원들의 항의가 멈추지 않자 3당 원내대표간 협의를 하라고 요구했다.

정 의장과 정 원내대표가 의장석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소속 의원들도 각당 의석에서 고성과 함께 언쟁을 주고받았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이 "여러분 형사처벌 됩니다. 비디오 촬영이 다 되고 있다"고 하자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누가 형사 처벌 얘기를 하고 있냐. 형사처벌 같은 소리 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후 8시28분쯤 정 의장은 "3당 원내대표가 합의를 위해 지금 정회 했다가 오후 9시에 개의하겠다"며 정회를 선언했다.

23일 오후 국회 대정부질문 도중 '국무위원들이 식사할 시간을 달라'는 정진석 원내대표와 의사일정 진행을 고집하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의장석을 사이에 두고 대치를 이어가던 가운데, 새누리당과 더민주 소속 의원들도 각당 의석에서 고성과 함께 언쟁을 주고받았다./사진=미디어펜



30여분이 지나 오후 9시1분쯤 김석기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시작된 뒤, 김 장관 해임건의안 상정 저지를 위한 의원의 짧은 질의-국무위원의 긴 답변 식의 여권의 역 필리버스터 전략이 재개됐다. 의원의 질의시간은 15분 제한이지만 국무위원의 답변은 법적 시간제한이 없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통과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를 벌인 바 있는 더민주를 비롯한 야권은 의석에서 재차 소리치며 강력 반발했지만, 여권의 합법적인 지연작전을 막을 뾰족수를 찾기 어려운 처지다.

한편 오후 9시43분 현재 11번째 질의자인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대정부질문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12번째 홍익표 더민주 의원, 마지막 이우현 새누리당 의원의 순서가 남아 있다. 

의사일정 제1항인 대정부질문 다음 안건으로 제2항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성공 개최를 위한 정부지원 촉구결의안', 제3항 '국무위원(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해임건의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다만 대정부질문 직후 새누리당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1인당 5분)이 신청돼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2항과 3항이 상정되기 전 자정을 넘겨 본회의 차수 변경을 통한 재(再) 개의가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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