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미국의 100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 뒤를 밀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100대 기업의 CEO 중에 트럼프 캠프에 기부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보도했다.
CEO 가운데 19명은 경선 당시 공화당 내 다른 후보에게는 기부했지만, 이후 공화당 대선 주자가 된 트럼프에게 기부하지 않았다.
경선 당시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공화) 상원의원을 지지했던 제프리 이멀트 제너럴일렉트릭(GE) CEO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멕시코인과 무슬림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용납할 수가 없다"며 "(트럼프의 연설과) 나의 신념, 미국이 대변하는 가치, 우리 회사가 대변하는 가치를 일치시킬 수가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 대표 큰손 후원자로 꼽히던 메그 휘트먼 휴렛팩커드(HP) CEO도 트럼프에 등을 돌렸다.
휘트먼은 2012년 대선 당시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을 통해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를 기부했지만, 이번에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휘트먼은 앞서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트럼프는 무모하고 무식하다"며 공화당원들이 트럼프에게 표를 던지지 말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롬니와 젭 부시 등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던 로저 크랜들 매사추세츠 뮤추얼 생명보험 CEO도 7월 클린턴 캠프에 5400달러를 기부했다.
앞서 6월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CEO가 트럼프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열려고 했다가 회사 안팎의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행사를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크로재너치 CEO는 개인적으로도 트럼프에 기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0대 CEO 전원이 트럼프에게 등을 돌린 반면 클린턴 캠프에 기부한 이들은 11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애플의 팀 쿡 CEO와 아메리칸 항공의 더그 파커 나이키를 이끄는 마크 파커 등이 주요 기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존 포데스타 힐러리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점점 많은 기업인이 클린턴이야말로 경제를 위해 알맞은 후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12년 대선 당시 형세와 비교해서 급격한 반전이라고 WSJ은 설명했다.
2012년 선거 당시에는 미국 100대 기업 CEO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가 공화당 후보였던 롬니를 지지했다.
롬니 진영의 기금모금자였던 찰리 스파이스는 "롬니는 사업 감각 면에서 존경을 받았으며 수년 동안 기부자들과 관계를 쌓아왔다"며 "트럼프는 네트워크도 만들지 않은 데다가 사람들을 굳이 공격하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프 힉스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크고 작은 기업 CEO와 소유주들로부터 어마어마한 지원을 받고 있다"며 "상장된 대형 기업 CEO와 같은 지지자들에 의지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