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
검찰이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총수를 소환한 후 며칠 고심하다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회장은 매출 100조원의 글로벌 그룹 총수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 지난 6월 10일 신회장 일가자택 압수수색과 그룹정책본부, 계열사 압수수색, 경영진 소환 등을 대대적으로 벌인지 108일만이다.
재계5위그룹 롯데는 오너의 신병문제로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신회장에게 적용된 횡령과 배임혐의는 치열한 유무죄를 다투고 있다. 불구속 상태에서 경영을 하면서 사법부 심판을 받게 할 수는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인신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안타깝다. 거악을 척결한다는 검찰의 과잉의욕이 넘쳐나 보인다.
검찰로선 신회장 신병처리로 롯데수사의 화룡점정을 찍고 싶어한 것 같다. 신병처리 문제는 법경제학적 효율과 정의를 동시에 추구하는 관점에서 봐야한다. 정의만 중시하면 효율은 무시된다.
글로벌 경영환경은 잠시 졸면 도태되는 숨막히는 위기상황에 있다. 롯데도 연간 단위로 수십건의 투자와 인수합병, 사업재편등을 진행하고 있다. 오너경영 특성상 대주주의 경영판단과 리더십이 절대적이다.
롯데는 형제간 분쟁과 갈등이후 정부와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신동빈롯데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횡령과 배임혐의는 치열한 유무죄 다툼이 불가피하다. 매출 100조원그룹의 총수는 증거인멸이나 도주우려가 없다. 경영을 하면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 효율과 정의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연합뉴스
일본롯데홀딩스의 몇몇 주주가 한국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회장은 대국민사과와 함께 지배구조 선진화와 투명화방안을 발표했다. 호텔롯데를 상장해서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하려 했다. 한일롯데 수백개 계열사가 얽혀있는 것을 해소하는 것은 시급했다.
검찰 수사는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호텔롯데 상장은 무기한 연기됐다. 한국롯데를 지주회사로 바꾸는 것도 차질을 빚었다. 기업공개와 투명한 지배구조는 물거품이 됐다.
인도네시아 쇼핑몰 인수와 베트남 복합단지 조성도 올스톱이다. 미국 화학업체 엑시올사 인수도 물건너갔다.
롯데의 올해 7조원규모 투자 중 상당부분이 축소될 전망이다. 투자축소는 일자리감소로 이어진다. 신회장 신병처리와 국내외투자 정지로 사라질 일자리가 적지 않다.
롯데 경영공백 상태를 해소하면서 오너와 그룹을 둘러싼 각종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
신회장의 횡령과 배임혐의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배임죄 적용은 이현령비현령으로 기업경영자를 옥죄는 최악의 조항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배임 문제는 검사와 판사에 따라 둘쑥날쭉이기 때문이다. 배임죄는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추상적이어서 논란이 돼왔다.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배임혐의를 적용하지 않는다. 일본 등 극히 일부국가만 배임죄가 있다. 대부분 이사회의결 등 정당한 절차를 거치면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한국검찰은 경영자 수사시 배임 혐의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명백한 혐의가 없으면 먼지털이식으로 배임의 잣대를 들이대곤 했다.
신회장 일가가 계열사 임원으로 등재하고 월급을 수령해온 행태는 글로벌스탠더드 측면에서 개선돼야 한다. 신동주 전 SDJ부회장 신격호 창업부 셋째 부인 서미경씨의 계열사 등재 월급수령에 대해 신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게 적절한지는 유무죄를 다툴 수밖에 없다.
검찰은 롯데그룹 수사의 타깃이었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선 기소를 하지 않았다. 잠실제2롯데월드 인허가 의혹도 마찬가지다.
장고끝 강수를 둔 검찰의 롯데 신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이제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28일 이뤄질 판사의 영장실질 심사가 관건이다.
혐의에 대해선 엄정한 수사는 필요하다. 총수를 신병처리하려는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각종 비리나 혐의는 밝혀내야 한다. 수사와 기소는 롯데경영진이 경영을 하면서 받도록 했으면 한다.
수사와 재판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비리는 척결하되, 기업을 살리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신회장의 지금의 시련은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론 윤리경영, 투명경영을 촉진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형제간 분쟁을 거쳐 고초를 겪은 그룹들은 더욱 단단해졌다. 총수와 전문경영인간의 파트너십과 동지애가 높아졌다. 고생을 같이 한 경영진, 직원들의 충성심과 애사심도 한층 증가한다. 한일롯데간 원롯데체제를 가속화하는 호기이기도 하다.
롯데가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하고, 글로벌그룹으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롯데에 드리워진 '수술'이 잘 끝나고, 고난과 시련을 겪은 '환자'도 더욱 건강하게 퇴원하길 기대한다.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미디어펜=이의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