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정우 기자]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 대기업 신규 특허권 2장을 놓고 유통 공룡들의 치열한 접전이 다시 한 번 펼쳐질 전망이다.
앞서 롯데, 현대백화점, SK네트웍스가 이번 입찰 참여를 공식화 한 상태에서 28일 현대산업개발과 손잡은 호텔신라(HDC신라)와 지난해 신규 진입에 성공한 신세계까지 가세했다.
지난해 7월과 11월 각각 진행된 1·2차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서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이 각각 두산과 신세계에 특허권을 넘겨줬다.
이에 빼앗긴 운영권을 되찾으려는 롯데·SK네트웍스와 2호점을 노리는 신세계·HDC신라, 숙원사업인 면세점 진출을 노리는 현대백화점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번 입찰에서 각사는 기존 면세점이 밀집한 서울 강북 상권이 아닌 동남권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먼저 지난해 5월 문을 닫기까지 24년간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했던 SK네트웍스는 최신원 회장이 직접 명예회복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이사회에서 “워커힐면세점은 우리나라 관광문화 발전과 역사를 함께해 온 국내 유일의 도심 복합 리조트형 면세점”이라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차별화된 한류 관광 쇼핑 모델을 만들어 반드시 특허를 획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종료 이전, 면적을 기존 대비 2.5배까지 확장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워커힐호텔과 카지노 수요를 기반으로 서울 동부권에서 오랜 기간 운영해 온 경험과 공격적 투자 계획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우수한 경쟁력 평가를 받았음에도 3위 면세점인 월드타워점 수성에 실패한 롯데 역시 특허권을 되찾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에 제시한 공약들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점과 강남권 면세점 효과를 집중적으로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제시한 아시아 10위권 사업자 달성의 ‘비전 2020’과 향후 5년 간 15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지역상권 발전을 위한 ‘언더스탠드 애비뉴’, ‘석촌호수 음악분수’ 등의 사업계획 등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호텔, 면세점 등이 한 군데 있어 높은 매출이 유지되던 것이 면세점 영업종료로 인해 많은 관광객이 유출된 상황”이라며 송파구에 조성된 놀이공원, 호텔, 쇼핑몰 복합단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와 관광 인프라를 고려해 신규 면세점 후보지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이어지는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로 확정하고 다음달 4일 특허신청서를 제출한다.
신세계 신규 면세점은 JW메리어트호텔서울, 쇼핑몰 파미에스테이션, 지하철 2개 노선이 지나는 고속버스터미널역과 경부·호남고속버스터미널과 연결되는 중심부에 조성될 계획이다.
용산·이태원부터 서래마을·강남역·가로수길 등의 수요를 연결하고 고속버스터미널을 중심으로 전국까지 이어지는 ‘문화·예술·관광 허브’를 노린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센트럴시티의 쇼핑과 관광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관광객 수요를 창출하고 다양한 연계 상품과 교통망을 통해 서울 동남권은 물론 전국으로 파급효과를 확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2012년 부산 시내 면세점으로 면세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과 서울 명동점까지 빠르게 사업을 확장해 왔다.
특히 명동점이 올해 개점 100일 만에 일평균 매출 26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여 이번 입찰 참여로 상승세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현대백화점과 HDC신라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대로 하나를 두고 마주보는 후보지를 선택했다. 현대백화점은 코엑스몰과 나란히 위치한 무역센터점을, HDC신라는 건너편 아이파크타워에 면세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이 정지선 회장의 숙원사업이기도 한 만큼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입찰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더 이상 경쟁사들에 면세 사업을 내주지 않고 유통 강자의 면모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사인 HDC신라면세점은 용산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이은 2호점으로 강남·북 상권 동시 공략을 노린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 경험과 현대산업개발의 입지, 개발 능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전망이다.
양사 모두 지하철 삼성역과 코엑스몰을 중심으로 조성된 강남 상권의 중심지라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예정이지만 동일 지역인 만큼 함께 신규 특허권을 따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펼쳐질 유통 대기업들의 마지막 서울 시내 면세점 대전은 기존 사업자들의 명예회복으로 이어질지, 신흥 강자들의 군림으로 새로운 판을 만들게 될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