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공산주의자' 표현을 놓고 벌어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법적공방에서 문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준 법원 판결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피고인 고 이사장 측에 따르면, 재판부가 사실상 피고 변론을 막는 등 재판이 일방적으로 문 전 대표 측에 유리한 흐름으로 진행돼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김진환 판사는 28일 문 전 대표가 고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고 이사장은 문 전 대표에게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 참석해 "부림사건은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문재인 (대선)후보도 그 사건 변호사였다"며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다.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고 이사장이 아무런 근거 없이 공개된 장소에서 허위 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지난해 10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오른쪽)이 국회에서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야당 의원들로부터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사퇴를 종용받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진환 판사는 "고 이사장의 발언은 문 전 대표에 대한 논평의 수준을 넘어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그의 발언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는 3000만 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 이사장 측은 재판부의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고 이사장 측은 "재판이 시작되면서 불길했던 예상이 맞았다. 본인신문신청, 증인신문신청을 재판부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고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피고의 변론 활동을 못하게 하려면 '피고의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으니 조사를 안 해도 된다'고 할 때나 가능한데 피고가 변론하려는 것을 다 막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세상에 이런 재판은 없다. 황당할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고 이사장이 문재인 전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확신한 이유를 자세히 정리했고 수백장의 참고자료를 첨부해 제출했다. 전문가들의 증언 자료들도 첨부해 문 전 대표를 공산주의자로 볼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냈는데, 법원은 그럴만한 정황이 없다며 한마디로 짤랐다"며 "재판부가 자료를 단 한 장이라도 읽어보고 재판을 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도 "재판부는 공정한 재판은커녕 공정한 재판을 하려한다는 외관을 갖추려는 노력조차하지 않았다"며 "원피고 본인신문신청, 증인신문신청 등 피고측의 항변수단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막무가내로 판결을 내렸다.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언론·시민사회에서도 법원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모 매체 대표는 "특정한 이념성향을 지닌 모임에서 유력 정치인에 대해 평가한 발언인데 그것까지 명예훼손이라면 정치인에 대한 논평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억압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법원이 본인신문신청, 증인신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당하는 피고 입장에서 충분히 변론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