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 현대차 노조의 파업에 적잖은 피해를 입어왔던 중소기업계가 결국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반기 대목으로 작용할 코리아 세일 페스타(KSF)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로 중소기업까지 피해가 커, 이에 불매운동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의 부품 협력업체 대표는 "파업 기간 이미 부품 공급 물량이 대폭 줄었는데 파업이 더욱 장기화하면 우리 회사는 연간 기준 3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볼 것이다"며 "일부 공장이 가동 중단된 만큼 앞으로 경영 지속 여부가 우려스럽고 파업을 하는 걸 보니 노조의 안중에는 협력업체는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미디어펜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기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품 불매 운동을 검토하겠다는 강한의지를 밝혔다.
중소기업계가 특정 기업 노조를 겨냥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도 노조 파업에 대해 불매운동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기업계가 이처럼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은 현대차 노조 파업의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대부분 중소기업인 협력업체의 피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한 7월부터 전면 파업을 단행한 최근까지 2개월간 협력업체의 현대차 공급 부품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최대 50% 줄어들었다.
현대자동차 전면 파업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총 손실 규모는 하루 9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현대차의 부품 협력업체 대표는 "파업 기간 이미 부품 공급 물량이 대폭 줄었는데 파업이 더욱 장기화하면 우리 회사는 연간 기준 300억 원가량의 손실을 볼 것이다"며 "일부 공장이 가동 중단된 만큼 앞으로 경영 지속 여부가 우려스럽고 파업을 하는 걸 보니 노조의 안중에는 협력업체는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연봉 1억 원을 자랑하는 현대차 귀족노조의 파업에 많은 피해를 입어왔던 중소기업계가 분계하고 나서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며 귀추가 주목된다./연합뉴스
특히 현대차 비계열 협력업체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도 협의회가 이례적 대응에 나서게 된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작년 현대차 비계열 부품사의 매출은 평균 11.7% 정도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 부품 계열사의 총매출은 전년 대비 6.3%가 증가한 것으로 산업연구원은 추정하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계열사가 아닌 부품 업체로서의 불만이 높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의 파업 단행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보니 그간 억눌렸던 감정이 폭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과 현대차 간 임금 격차가 상당한데도 현대차 노조가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단행한 것도 중소기업계가 불매운동이라는 고강도 대응 카드를 꺼낸 이유로 거론된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연간 1인 평균 급여(남녀 포함)는 9600만 원으로 중소기업의 연간 급여 3363만 원보다 3배 가까이 많다.
대기업 평균 연봉 6544만 원과 비교해도 현대차 급여는 3000만 원 이상 많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현대차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를 야기한 주범이다"며 "임금 격차로 청년 일자리 미스 매치 현상이 발생하는 데다 고용 불안 상황도 심화하는데도 현대차는 파업을 단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기중앙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중단하지 않으면 제품 불매 운동을 검토하겠다는 강한의지를 밝혔다./미디어펜
업계에서는 협의회가 실제로 불매운동에 들어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불매운동 언급만으로도 현대차 노조에 상당한 압박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협력업체와 현대차의 관계 등을 고려하면 불매운동이 실제로 실행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업계 관계자는 "협의회는 협력사의 입장을 반영해 노조 파업을 비판했는데 실제 불매운동까지 일어나면 협력사와 현대차와의 관계는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어쨌거나 국내 협력사들은 현대차 의존도가 높아 현대차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하는 불매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른 협력사 관계자도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에도 협력사는 현대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파업이 장기화하지 않는 한, 불매운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