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 석유수출기구(OPEC)의 전격적인 원유 생산량 감산 합의가 이뤄진 후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 이번 합의는 OPEC이 국제원유시장 통제에 다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세부 논의 사항에서 합의가 깨질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29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회사에 따르면, OPEC은 알제리에서 열린 비공식 회의(26~28일)에서 예상과 달리 감산에 전격 합의했다. 생산량을 현재 일일 3324만 배럴에서 3250~3300만 배럴로 축소하겠다는 것.
석유수출기구(OPEC)의 전격적인 원유 생산량 감산 합의가 이뤄진 후 국제유가가 출렁이고 있다./미디어펜
이는 OPEC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생산정책에 합의했다. 사우디가 그간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고 이란의 감산 불참을 허용했다.
현재 OPEC의 산유량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올해 8월 OPEC의 산유량은 3369만 배럴로 전월대비 12만 배럴이 증가했다.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152.9만 배럴 증가한 규모다. OPEC의 증산은 여전히 시장에 가격 하락 압력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 정정 불안을 겪고 있는 국가의 산유량은 전월에 비해 감소했지만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사우디 등의 산유량 증가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사우디와 동맹국, 알제리, 이라크, 러시아 등이다. OPEC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사우디는 이번 회담을 앞두고 산유량 감산 합의를 이끌어냈다. 사우디는 이란이 산유량을 현 수준(362만 배럴)으로 동결하는 경우 사우디의 산유량을 올해 1월 수준을 감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 8월 사우디의 산유량은 올 1월에 비해 49만 배럴 증가했다.
반면 이란은 올해 말까지 400만 배럴의 산유량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에 도달하기 전에는 산유량 동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바 있다. 핵협상이 마무리된 후에도 미국은 이란에 대한 일부 제재를 유지하고 있어 외국인 투자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 탓에 고유가 수출 정책을 펼수 밖에 없었다.
또한 이란은 다른 산유국에 비해 석유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낮아 다른 산유국처럼 수출 가격을 크게 할인해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하지 않고 있다.
OPEC의 감산 합의 소식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강세로 전환되면서 미국 원유재고 감소 등으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8일 5.3% 급등해 배럴당 47.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2.38달러 상승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의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6% 올랐다. 미국 원유재고가 예상과 달리 감소세를 이어간 점도 유가상승을 이끌었다.
이번 감산 합의는 셰일혁명으로 약화된 OPEC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전망이 나오는 반면 알맹이 없는 합의라는 평가가 동시에 터져 나온다.
OPEC은 유가 하락세가 시작된 2014년 하반기 이후 생산경쟁을 지속하며 국제원유 시장에 대한 통제를 사실상 포기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가 재가입한 이후 생산목표 일일 3000만 배럴도 유명무실했지만 이번 합의로 위상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가 이란에 대해 양보함으로써 올해 1월 외교관계 단절을 시작으로 악화된 양국간의 갈등이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유가가 반등하게 되면 산유국들의 재정과 경제상황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각 회원국별 생산목표를 오는 두 달후인 11월 정기회의로 미뤄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는 비관적인 의견도 나온다. 회원국들 마다 유리한 생산목표를 할당받기 위해 각국이 증산에 나설 경우 최종 합의 실패의 소지가 농후하다.
올해 2월에도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생산동결에 합의했지만 이해관계 대립과 이견 노출 등으로 4월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이란이 증산을 지속할 경우 OPEC의 감산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란을 제외한 데 대해 이라크 등 여타 산유국들의 반발 가능성도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러시아가 11월 정기회의에서 감산에 동참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면서 "중남미 등 여타 비 OPEC 국가들에 대한 설득도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회의적인 이유는 OPEC 감산으로 미국 셰일업체들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점과 회원국간 신뢰 부족도 최종 합의를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는 요인이다.
결국 11월 말까지 시장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유가 변동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11월 정기회의에서 최종 합의에 성공한다 치더라도 합의 위반에 대한 제재 규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과거 사례처럼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는 불안감도 유가 변동폭을 흔들어놓는 이유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