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금융당국과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보험사의 자살보험금 소멸시효가 지난건에 대해서는 지급의무가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미디어펜
30일 보험업계,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교보생명보험이 고객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자살보험금 청구권은 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돼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1심과 2심에서도 보험사가 승소한바 있다.
자살보험금 논란이 된 것은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했던 재해사망 특별계약 상품 약관에 자살시에도 특약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부터 비롯됐다. 생보사들은 이는 '실수'로 포함,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해 미지급 논란이 됐다.
이후 약관에 나와있듯 보험가입 후 2년이 경과한 자살과 관련해서는 보험회사가 판매한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대법원의 결론이 나왔고 보험사들은 해당 대법원 판결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키로 했다.
하지만 보험금지급 사유가 생겼음에도 일정기간 청구하지 않아 시효가 완성, 소멸되는 '소멸시효 건'에 대해서는 보험사간에서도 입장이 갈렸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소멸시효와 무관하게 보험사들이 약속한대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이에 ING·신한·메트라이프·DGB·하나생명 등은 소멸시효 건에 대해서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반면 일부 삼성·교보·한화·알리안츠·동부·KDB현대라이프생명 등의 보험사에서는 배임 등의 우려가 있어 대법원의 판결 이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날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보험사가 승소하긴 했지만 오히려 보험사들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보험사가 패소할 경우 보험금 지급 등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마무리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가 승소,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어짐에 따라 소멸시효 건 역시 지급해야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인 금감원과의 마찰이 예상되고 있는 것. 이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할 방침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소멸시효 건 역시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된 것이 없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민사적 책임은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민사적 책임과 별개로 보험업법을 준수하지 않은 등 행정적 책임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행정제재와 관련해 보험금을 지급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에 따라 제재 수위는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판결문 등이 나온 후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로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의무는 사라진 것"이라며 "금감원과의 관계가 걱정되는 건 사실, 앞으로 좀더 합의점을 찾아가는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수준이기 때문에 우선은 판결문을 보고, 금감원은 입장 등이 나와야 앞으로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