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집중 판매되고 있는 '30일 무이자 대출' 상품이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금융소비자들의 신용등급이 폭락하는 경우도 많은 데다 연체금리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독당국 또한 골머리를 앓는 눈치다. 업계도 여론의 압박에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대부업권‧저축은행권 사이에서 '30일 무이자대출' 상품이 활발하게 홍보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의 TV광고가 허용되는 밤 10시 이후 종편‧케이블채널 광고는 거의 '30일 무이자대출' 광고로 점철돼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화 한통이면 곧바로 대출이 진행된다"는 광고문구는 급박한 상황에 놓인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유혹적인 멘트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집중 판매되고 있는 '30일 무이자 대출' 상품이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효과는 실제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30일 무이자 대출을 이용한 소비자가 4만 4000명 수준이다. 어느덧 '30일 무이자대출'이 금융소비자들에게 성큼 다가온 셈이지만 광고에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도 존재한다.
최근 금융감독원과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 1등급 금융소비자가 대부업체에서 신규 대출을 받을 경우 신용등급이 평균 3.7등급 폭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등급 소비자의 경우 평균 3.3단계 등급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3등급과 4등급은 각각 2.5단계, 1.7단계의 등급 하락이 관찰됐다.
업계에서 1~3등급과 4등급 이후는 여러 면에서 '다른 대접'을 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용 1등급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대출금리는 평균 3.8%지만 4등급이 되면 9.6%, 5등급은 11.9%로 금리부담이 빠르게 높아진다. 2000만원을 빌렸다고 가정할 경우 연이자 부담액이 76만원에서 238만원으로 폭등하는 셈이다.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신용등급 1등급인 사람이 저축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으면 등급은 평균 2.4단계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2등급이었던 사람은 2.7단계, 3등급은 2.1단계, 4등급은 1.5단계 하락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30일 무이자'라는 홍보문구에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을 이용할 경우 향후 대출시장에서 완전히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그러나 광고에 이와 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요망된다. 김영주 의원은 "대부업‧저축은행 대출시 신용도 하락과 관련된 내용을 이용자들에게 사전에 고지하도록 감독당국이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30일 무이자대출의 위험성은 등급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한 달 안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체금리가 급상승하는 측면도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소비자들은 약속된 30일 안에 빚을 갚지 못하면 그 이후부터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적용받는다.
실제로 30일 무이자 대출을 받은 4만 4000여 명 중에서 30일 안에 빚을 갚은 사람은 6% 수준인 2700여 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94% 소비자는 결국 '무이자'라는 덫에 걸려 더 많은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형편이 된 셈이다.
금융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현장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대부업체나 저축은행을 제재할 명분은 없기 때문이다. 감독당국 한 관계자는 "최근 30일 무이자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웹툰까지 제작되는 등 비판여론이 형성됐다"면서도 "법의 틀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무조건 금지시킬 수는 없어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털어놨다.
한편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는 저축은행‧대부업체들도 여론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30일 무이자 대출상품을 팔고 있는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달 초까지만 판매하고 관련상품 홍보를 포함한 활동 일체를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