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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기씨 사인 논란…특검 말고 부검해야 하는 이유

2016-10-07 09:50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고 백남기씨의 사인이 병사인 이유

한 명의 외과의사가 있었다. 그에게 좋지 않은 상태의 뇌출혈 환자가 왔다. 응급 상태라 한 밤 중에 최선을 다해 응급 수술을 했다. 수술 후 CT와 MRI를 찍어보니 수술은 상당히 잘 되었고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워낙 상태가 좋지 않던 환자라 수술 후에도 의식 회복이 되지 않았다. 수술 결과가 잘 되었다고 환자의 의식이 수술 후 즉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의사는 수술 후 흔히 발생하는 여러 합병증과 거의 1년 가까이 싸워가며 환자의 상태를 유지해왔다. 환자는 악화되기도 하고 호전되기도 하면서 스스로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고, 의사 또한 환자를 살리고 의식이 회복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의식이 회복되는 건 의사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었으니 말이다. 그가 주치의로서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지식으로 수술 후 합병증들을 관리해가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환자가 호전되길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환자의 콩팥 기능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고령이라 콩팥 기능이 떨어져 있음은 추측 가능했지만 여러 약물을 쓰다가 콩팥 기능이 저하되었다. 그래도 그런 합병증의 경우에 혈액 투석을 하면 호전되기 때문에 혈액 투석을 하자고 보호자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보호자가 치료를 거부한다. 더 이상의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단다. 외과 의사는 이전에도 여러 환자들이 수술 후 급성신부전이 오는 경우를 봤었고 혈액 투석을 하면 신부전 해결이 되었다. 의사는 환자가 혈액 투석 후 의식이 돌아오고 퇴원하는 경우도 수차례 봤기에 이러한 상황 자체가 안타까웠다. 환자 보호자들의 요구대로 한다면 환자가 사망하는 게 자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보호자 동의 없이 혈액 투석을 할 수 없었고 결국 혈액 투석을 하지 못한 채 환자는 사망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식이 회복되고 살아서 걸어 나갈 수 있는 환자를 끝까지 돌보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의사의 역할은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이런 경우 환자는 수술하게 된 뇌출혈 때문에 사망한 것일까 아니면 급성신부전을 해결 못해 사망했을까.

당연히 후자다. 뇌출혈 환자들이 다 사망하는 것도 아니고 의식이 회복되어 퇴원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것이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고 백남기씨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밝힌 이유다.

백남기씨의 삶과 죽음은 선택받지 못한 운동권의 일생이 어떠한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의 살아온 이력을 보면 그러하다. 결국 그의 죽음은 가족들에게 조차 선택받지 못했다./사진=연합뉴스



백남기씨를 부검해야 하는 이유

백남기씨는 물대포가 아니라 병사로 사망했다. 그런데 유가족과 백씨측 투쟁본부는 “경찰의 과잉진압, 물대포가 백남기씨를 죽였다”며 “부검이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부검을 반대하는 이유로 “부검을 의뢰하는 주체가 사건 가해자인 경찰과 검찰이며 이들로 인해 사인이 바뀔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말인지 막걸리인지 아리송하다. 부검을 의뢰한 검찰은 물대포를 쏜 경찰도 아닌데 다 한통속일 거라는 음모론이다. 더욱 의아한 것은 백남기씨의 딸인 백도라지-백민주화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경찰을 살인죄로 고발했다는 점이다. 해당 사안의 수사 주체 또한 경찰과 검찰인데 유가족은 무엇을 믿고 고발했는지 의문이다.

백남기씨의 죽음은 국회에서 정쟁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부검하지 않아 사인이 정확히 판명되지 않은 건을 두고 정치모리배들이 옥신각신한다. 오늘도 국회에서의 시체팔이가 성행 중이다. 의학적 과학적 판단으로 충분할 사안이 특검까지 하자는 정치적 놀음으로 불거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백남기씨의 삶과 죽음은 선택받지 못한 운동권의 일생이 어떠한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의 살아온 이력을 보면 그러하다. 결국 그의 죽음은 가족들에게 조차 선택받지 못했다.

뇌수술은 나쁘지 않게 끝났고 수술 후 관리를 하다보면 백남기씨의 의식이 돌아올 수도 있었겠지만 연명 치료를 거부했던 가족들에 의해 백남기씨는 더 이상의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가 생전에 연명 치료를 거부했다고 하지만 망자는 말이 없으니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는 일이다.

입으로 진실 규명을 외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백남기씨 유가족이든 야당 정치인이든 불법폭력 시위자들이든 누군가가 정말로 진실을 원한다면 부검하는 게 정답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부검을 반대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론을 원하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건 진실을 구하는 태도가 아니라 궤변이며 정의를 멋대로 제단하려는 부도덕이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는 고 백남기씨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밝혔다./사진=서울대 홍보브로셔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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