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해당했다 故백남기 사건을 바라보며
고 백남기 씨가 숨을 거두고, 한 편의 칼럼이 올라왔다. “백남기 사망 – 지긋지긋한 사망유희”. 매체 뉴데일리에 게재된 글로, 성신여대에 다니는 한 학생이 썼다고 한다. 글을 읽어봤다.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고인이 불법행위 도중 경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폴리스라인을 넘었고, 진압될 것을 알면서 경찰에게 접근하다 물대포를 맞고 사고가 난 것이니 경찰이나 정부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칼럼의 필자는 이러한 안타까운 죽음이 또다시 '전문 선동꾼’들에 의해 반정부운동의 무기가 되었노라며 개탄하고 있다.
소셜 미디어부터 언론매체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논조의 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고, 심지어 나도 이와 유사한 내용의 글을 쓴 바 있다. 대개 이런 류의 글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는 걸로 그 생명을 다한다. 애당초 뉴데일리라는 매체부터가 독자 성향이 아주 확실한 곳이다.
그런데 이 글은 달랐다. 필자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넘어가버렸다. 필자가 비판하던 좌파 세력을 중심으로 이 글은 크게 화제가 되었고, 각 커뮤니티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으로 퍼져나갔다. 그렇게 필자에 대한 인민재판대가 세워졌다.
고 백남기씨 사인을 두고 유족 측은 서울대병원에게 사망진단서를 바꾸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서울대병원 담당의는 백남기씨가 병사한 것으로 판단했다./사진=연합뉴스
댓글 등에 쓰여 있는 '인간쓰레기’ '싸이코패스’ '악마’ 등의 단어는 다른 욕설에 비하면 차라리 온순한 것이었다. 칼럼 아래에 나와 있는 필자의 사진을 가지고 외모비하를 하는 것은 물론, 필자의 신상정보는 지저분한 인신공격의 소재가 되었다. 93년생 여학생인 필자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했다가 여론에 의해 철저하게 짓밟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가 치르는 대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형벌이었다.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가벼운 분노는 인터넷 공간을 벗어나 그녀의 현실을 억누르기 시작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폭력성을 배설하려는 사람들은 인민 재판대에 올라간 마녀가 단죄되는 것을 봐야겠다는 심산으로 그녀가 재학 중인 학교 성신여대에 연락을 했다.
그리고 성신여대 학생회가 나섰다. 필자가 재학 중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의 학생회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자신들의 학우가 물의를 빚었으니, 그들이 사죄하겠다는 것이다. 또 학생회는 이번 사건에 책임을 느끼고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한다.
정치를 공부한다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잊고서, 다수의 여론 앞에 굴종했다. 학우의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위해 맞서야 했을 그들은, 오히려 학우가 쓴 글을 '죄’라 규정하고서 이를 대신 사과했다.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필자에게 돌은 던지고 있다. 앞으로 필자의 학교생활이 어떨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한 사람이 살해당했다. 정의로운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들’에게 거슬리는 의사를 표현한 '개인’의 인격은 철저하게 말살 당했고, 21세기 판 인민재판과 마녀사냥은 오늘도 또 다른 희생양을 찾고 있다. 그 다음 희생양은 당신일 수도 있다.
정치를 공부하는 성신여대의 학생들에게 볼테르의 말을 전한다. /우원재 자유기고가
"나는 당신과 생각이 다르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당신이 누군가에게 비난받는다면, 나는 기꺼이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우원재의 청년일기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원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