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큰비를 뿌렸던 태풍 '차바'로 쑥대밭이 된 남부권 도시에는 공통적인 원인이 나타난다.
시가지를 흐르는 도심하천이 범람해 온통 도시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호우를 몰고 온 이번 태풍에 낙동강에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도심하천 곳곳이 넘쳐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도심하천 범람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고 지적했다.
창원대 토목공학과 류시완 교수는 "최근 집중호우 패턴을 보면 시간당 강수량이 매우 많아지는 등 양상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며 "과거 강수 조건으로 설계된 도심하천이 집중호우를 이겨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은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포장된 곳이 많아 대량의 빗물을 받아내기 힘들다. 즉 투수 면적이 좁아져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는 대신 하수도를 통해 도심하천으로 곧바로 흘러들어 간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도시홍수연구소장은 "도시화는 빗물이 땅으로 신속히 스며들지 못하게 한다"며 "이번에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빗물이 한꺼번에 빠르게 도심하천으로 몰려 물이 넘쳤다"고 진단했다.
집중호우 상황에 도심하천이 시민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위험으로 다가온 것이다.
최근 도심하천은 치수(治水) 기능과 함께 시민 휴식공간이나 도시를 보기 좋게 꾸미려는 목적으로 인공적으로 손을 댄 곳이 많다.
하천 정비사업 명목으로 물길을 바꾸거나 하천변을 포장해 산책로, 자전거길, 조깅코스, 주차장을 만들고 각종 시설물을 설치한다. 포장된 하천변은 저항을 줄여 유속을 더욱 빠르게 만들어 피해를 키운다.
전문가들은 하천 범람에 따른 도심 홍수를 막으려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치수행정을 확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하천에 속한 도심하천은 하천 정비 설계를 할 때 대체로 50~80년의 빈도에 맞춘다.
과거에는 이 정도 빈도라면 집중호우가 내려도 도심하천이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더 강력해지고 잦아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100년 이상 빈도의 집중호우에도 견디도록 도심하천 설계빈도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빗물이 도심하천으로 흘러드는 속도를 늦추고 유입량을 줄일 필요도 있다.
류시완 교수는 "도심에 공원을 만들고 보도블록을 깔 때도 빗물이 스며드는 재질을 사용해 가능한 많은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경우 삼안기술단 부사장(수자원개발기술사)는 "폭우로 불어난 빗물을 한동안 가둔 후 도심하천으로 방류하는 우수저류시설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전문가들은 빗물 배수시설을 늘리고 도심하천과 연결된 지천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