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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조, 우병우 이어 이번엔 김주현인가

2016-10-16 09:0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한동안 잠잠하던 조선일보의 신경증이 다시 도진 것 같다. 어제(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김주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2006년도에 넥슨 김정주 대표 부친 소유로 돼 있던 서울 반포동 빌라를 매입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이라고 표현한 건 김 차장이 김 대표 부친 소유 부동산을 샀다는 것 한 가지 사실 외엔 의혹을 제기할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많고 많은 곳 중 하필이면 왜 부패 검사 진경준과 엮인 넥슨이 또 등장했냐는 것이고 수상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 거래가 의심스럽다는 걸 꿰맞추려고 다시 서울대 학번이 어떻고 사시가 몇 회고 검찰 내부에서 같이 근무를 했다는 둥 관계 타령을 읊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기타 언론 보도를 보면 대략 의혹이라고 나온 게 이 정도다. 이런 부실한 근거들을 가지고 뭔가 대단한 부정이 있는 것처럼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사자인 김주현이란 이름 석자 쾅 박아 1면에 보도한 것은 조선일보가 유일하다. 당사자에게는 치명적인 보도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일보는 김 차장 의혹을 제기하면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끼워 넣었다. 진경준과 우병우가 친하고 우병우와 김주현도 친한 관계라는 게 검찰 내부 관계자들 말이라면서 말이다. 조선일보가 엮는 방법을 보면 부패한 진경준과 이들이 모두 이러저러하게 엮인 관계라고 강조하는 식이다. 그러니 뭔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의혹의 직접적 근거라곤 없다. 

그리고는 사설로 이렇게 썼다. "우병우·진경준·김정주·김주현 등 4명 모두 이 모든 게 우연이라고 한다. 세상 일에 우연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연이 겹쳐 일어날 확률은 아주 낮은 법이다." 통상의 세상일이라면 조선일보의 말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특수한 조직에 특수한 업계라는 협소한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얘기는 좀 달라진다. 우연이 자꾸 겹치는 게 이상할 수 있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왜 이런 우연이 자꾸 겹치는가. 이건 뒤에서 구체적으로 한번 따져볼 생각이다.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주현 차장검사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엉뚱하게 돌맞은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

필자가 판단컨대 지금 시점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은 김주현 차장검사다. 또 넥슨이 등장하면서 끼워 팔기식으로 같이 언급되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억울할 일이다. 언론보도만 나온 것으로 보면 김 차장의 부동산 거래는 이상할 게 없다. 

김 차장은 심지어 한겨레에 아파트 매매계약서까지 보여주면서 결백을 증명했다. 부동산을 낀 거래였고 살던 집 주인이 전셋집을 비워달라는 바람에 11억1000만원에 해당 빌라를 사서 이사를 갔다는 것, 자금은 원래 소유하던 안양 아파트를 판 7억원과 살던 집 전세금3억 5천만원, 모자란 금액은 은행대출을 받아 해결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의혹이 나온 것도 없다. 김 차장은 또 자기는 김정주 대표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모르는 사람이고 매입한 빌라가 김 대표 부친인 김교창 변호사 집이라는 사실도 몰랐으며 잔금을 치르는 날 한번 본 게 다라는 것이다. 김교창 변호사도 "부동산 중개업자가 검찰 과장이라고 해서 검찰에 있는 사람이 이사를 들어오는 정도로만 알았지 김주현 차장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거래를 중개한 부동산 업자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빌라 전 주인 김교창 변호사가 김정주 부친이라는 것을 몰랐다가 최근에 기사를 보고 알았으며 부동산 거래도 시세에 맞게 거래된 것으로 어떤 특이점이 없다고 증언했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얘기 아닌가. 넥슨이라면 눈에 핏발부터 서는 조선일보와 한겨레 정도의, 정의감인지 앙심인지 모를 의지를 갖고 있는 자라면 모를까 일반 국민 어느 누가 김교창 변호사가 김정주 부친이라는 걸 알겠으며 또 관심이나 있어 하겠나. 

설령 이름을 들었다 할지라도 빌라를 중개한 부동산 업자의 말처럼 10년 전 시시콜콜한 일들을 다 기억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 차장 집으로 김정주 대표 휴대폰 요금 청구서가 날아온 것도 해명이 됐다. 보도에 의하면 김교창 변호사가 이사 가기 전 10개월 정도 실제 그 빌라에 김정주 대표가 살았다고 한다. 

아들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아버지가 썼다니 김정주 대표든 김교창 변호사든 누구 이름으로 청구서가 빌라 집으로 날아온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사를 갔는데 이전 집주인 이름의 공과금이 자기 집으로 날아드는 것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흔한 일이다.

'학맥 사시 근무처'가 의혹과 소설기사 근거의 전부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또 트집을 잡은 게 검찰이 진경준 주식 뇌물 건으로 7월 김정주 자택 압수수색하러 빌라에 갔다가 왜 그냥 발길을 돌렸냐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걸 "수사팀 관계자들은 문제의 빌라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고 표현했다. 

이것도 좀 어이가 없다. 아니 김정주의 집이 아닌 다른 사람 집이라는 걸 알고도 그럼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어야 한다는 얘긴가. 아무리 검찰이라고 사건과 무관한 엄한 사람 집을 자기들 멋대로 쳐들어가도 되나. 그 집이 일반인이든 검찰 직원이든 무슨 상관인가. 

조선이나 한겨레나 그 당시 검찰이 상부에 보고를 제대로 안했다고 마치 무슨 큰 의혹이 있는 것처럼 썼다. 필자도 검찰이 내부적으로 그런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수남 검찰총장이 늦게나마 감찰본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그 결과 김 차장에 관해 아무 비위사실도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압수수색 때 상부에 보고가 됐든 지금이든 김 차장에 관해 현재 나온 내용과 크게 달라질 내용이 다른 게 뭐가 있나. 

보도에 의하면 김주현 대검 차장이 매입해 살고 있는 빌라와 넥슨 쪽 의혹을 언론이 추적한 게 약 3개월 전부터라고 한다. 그게 13일 대검 국감에서 나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왜 하필이면 또 넥슨이냐는 것 외에 나온 게 없다. 이걸 조선일보는 '검찰 간부와 넥슨의 거래가 또 나왔는데 이게 전부 우연이냐'는 것이고 한겨레신문은 '김정주 부친 집 산 김주현 대검차장, 진경준과 깊은 인연'이 있다는 식으로 또 의혹을 부풀린 것뿐이다. 

김 차장이 빌라를 매입할 당시에 김주현 진경준 두 사람이 법무부 검찰과장과 검찰과 검사로 근무했는데, 이때 진경준이 주식대박 부정을 저지르던 시기니 김 차장도 뭔가 연루가 돼 있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추측인 것이다. 

조선일보는 김 차장과 진경준이 4차례에 4년 동안 근무했다고 둘 사이의 인연을 강조한다. 진경준이 검사장 승진할 때 김 차장이 검찰인사를 총괄했고 우병우 수석이 청와대서 인사검증을 했으니 이들 간에 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전부 검찰 내 근무지나 학맥이나 사시 몇기 따위라는 게 근거로 동원이 됐다. 

조선일보는 김주현 차장 의혹을 제기하면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끼워 넣었다. 조선일보가 엮는 방법을 보면 부패한 진경준과 이들이 모두 이러저러하게 엮인 관계라고 강조하는 식이다. 그러니 뭔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의혹의 직접적 근거라곤 없다. 조선일보가 이번에도 티끌만한 팩트를 가지고 태산처럼 부풀려 선동하는 것은 독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조선은 송희영 건으로 아직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사진=염합뉴스


왜 하필이면 또 넥슨이냐는 의문에 대한 의문

'2013년판 한국법조인대관'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법조인 중 62%가 소위 말하는 SKY 출신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대가 근 40%를 차지한다. 서울대 법조인 출신 인물을 뭔가 부정이 있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면서 학맥으로 엮자면 선후배 관계로 그 누구라도 엮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역으로 말하면 이건 참고 자료는 될지언정 어떤 의혹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걸 뜻한다. 사시가 몇 기니 검찰 내부에서 근무처가 어디니 하고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단적으로 말해 안 엮일 사람이 누가 있나. 국감에서 야당이 제기한 의혹이긴 하지만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죽자고 달려든 김 차장 의혹도 학맥 사시 근무처 개인 인연 이런 것을 빼면 근거라고는 거의 전무하다. 의혹이라는 것도 해명이 거의 다 된 것들이다. 허술하기 짝이 부실근거들을 붙잡고는 '왜 또 하필이면 넥슨이냐 수상하다'는 언론의 진상짓처럼 이 의문만 남는다. 

필자도 그게 궁금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조선일보나 한겨레에 취재를 하나 제안해보고 싶은 게 있다. 대한민국 검사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이 어디인지를 말이다. 아마 그들 중 상당수가 강남을 중심으로 가까운 주변 지역에 거주하지 않을까. 이건 물론 필자의 추측이다. 강남 부동산 업자들은 그 지역 부동산 거래를 하면서 가장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매물이 나오면 집 주인은 누군지 또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 친척 중 고위공직자나 검사 변호사 의사 이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정보를 서로 나눌 수 있다. 당연히 소문도 금세 퍼진다. 거래 성사 시 거액의 중개수수료를 쥘 수 있는 이런 사람들을 주로 상대하는 부동산 업자들도 있을 수 있다. 우 수석 처가 땅도 그렇고 김정주 부친 김교창 변호사가 거주한 빌라나 그걸 매입한 김 차장도 강남이란 지역과 부동산 업자들이 관계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린 조선일보

하필 김 차장이 매입한 빌라가 넥슨 창업주 대표 부친이냐는 사실이 궁금하긴 하다. 허나 순전히 우연이라는 김 차장 말을 못 믿을 이유도 없다. 더군다나 의혹을 뒷받침할 어떤 물증도 없다. 해명도 깨끗하다. 대한민국 고위층 부유층이 몰린 지역에 특수 계층의 사람들 특수한 부동산 업계에 한정된 좁은 영역에서 오간 일상적인 부동산 거래 아닌가. 조선일보가 과장하듯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줍는 것처럼 기막힌 우연은 아니라는 얘기다. 

야당이 아무것도 아닌 김주현 대검 차장 의혹을 걸고넘어진 것은 선거사범 기소와 무관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말해 야당에 편파적인 검찰과 특히 우병우 수석을 김 차장 건을 가지고 한 번 더 조지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달려든 것도 이해가 간다. 아무것도 아닌 걸로 사설까지 쓴 조선일보의 신경증이 유난스럽지만 둘 다 공통의 적 청와대와 우병우가 있지 않나. 

청와대와 검찰이 미운 이유는 이해한다. 반박노선 조선일보는 송희영 전 주필 비리의혹 건이나 세간에서 얘기하는 거절당한 청탁 루머 같은 것들로 이미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청와대와 우병우라면 이가 갈릴 것이다. 선거사범 형평성이 안 맞는다고 정치검찰 운운하는 야당이나 좌파신문들이 검찰과 우병우를 때리고 싶은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러나 납득할만한 근거도 없이 이들 선후배 관계가 어떻고 근무처가 어디고 사시가 몇 기니 하는 이따위 정도로 의심스럽다고 멀쩡한 사람을 짓밟는 짓은 도를 넘는 것이다. 의혹을 제기하려면 타당한 근거와 자료를 내놓고 해야지 소설로 선동하는 기사는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조선일보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다. 1등 신문이라는 조선일보가 이번에도 티끌만한 팩트를 가지고 태산처럼 부풀려 선동하는 것은 독자를 우롱하는 짓이다. 조선은 송희영 건으로 아직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좌파언론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편향된 논조도 그렇고 좌파 찌라시들이나 사용하는 수법으로 소설로 인격살인하고 한 사람을 매장하려는 저질의 보도 행태는 꼴불견의 극치다. 그 버릇 못 고치면 조선일보는 희망이 없다. 오랜 독자들이 여전히 조선일보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정말 곤란하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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