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지난달 28일 시행된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 넘겨져 과태료 재판을 받는 전국 첫 사례가 나왔다.
그간 김영란법과 관련한 규정의 모호성 때문에 '실제 위반 여부는 재판에 가봐야 가려질 것'이란 관측이 퍼진 만큼 이번 과태료 재판의 향방에 법조계의 이목이 쏠린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강원도 사건을 관할하는 춘천지법은 이날 춘천경찰서로부터 민원인 A씨를 대상으로 한 김영란법 위반 과태료 부과 의뢰 사건을 접수했다.
이는 김영란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전국 첫 번째 사건인 것으로 대법원은 파악했다. A씨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달 28일 자신의 고소사건을 맡은 춘천경찰서 수사관에게 시가 4만5000원 상당의 떡 한 상자를 보냈다.
해당 수사관은 떡을 즉시 돌려보내고 경찰서 청문감사실에 서면으로 자진 신고를 해 처벌을 면했다.
경찰은 A씨를 조사한 뒤 그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수사관에게 떡을 보낸 것이 김영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법원에 과태료 부과를 의뢰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제23조 제5항 제3호는 공직자에게 수수금지 금품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한 사람을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A씨는 경찰에서 "개인 사정을 고려해 조사 시간을 조정해 준 것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법 위반이 입증되면 금품 가액 2∼5배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떡값을 고려할 때 최소 9만원에서 최대 22만5000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법 위반 입증이 불충분하면 춘천경찰서에 통보해 보완을 요구하거나 아예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사건은 춘천지법 신청32단독 이희경 판사가 맡았다. 법원은 A씨와 검찰에 각각 위반 사실과 관련한 의견서를 내도록 한 뒤 제출된 의견과 함께 춘천경찰서의 소명자료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토 결과를 토대로 과태료를 위반했는지를 판단한 뒤 위반이 맞는다면 과태료 액수를 정할 방침이다. 재판은 처분 여부가 명백할 경우 당사자 출석 없이 약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A씨가 약식재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정식재판에 회부된다.
법원은 약식재판의 경우 ▲ 법 위반 사실이 객관적으로 명백해 당사자의 반증 여지가 없는 때 ▲ 객관적으로 위반 사실이 증명되고 정당한 사유의 부존재가 강하게 추정되는 때 과태료를 부과한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