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정우 기자]최근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편의점이 크게 늘어 전국 3만개를 넘어섰다. 그 중에서도 이마트가 인수한 위드미의 증가세가 두드러져 신세계의 ‘유통 왕국’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주목된다.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 ‘주요 편의점 가맹점주와 가맹본부 매출액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CU(9312개), GS25(9192개), 세븐일레븐(7586개), 미니스톱(2131개)의 전국 가맹점 수는 2만8203개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들의 점포수는 각각 1만106개, 1만40개, 8227개, 3000개 가량 등으로 더 늘어 3만개를 돌파했다. 후발주자인 위드미도 지난 13일 기준 1538개 점포를 넘어서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약 1800개 가맹점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마트는 2013년 12월 위드미를 운영하던 위드미에프에스(FS)의 지분 100%를 인수하고 최근 이마트위드미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인수 당시 위드미 점포수는 87개 수준이었지만 2014년 501개, 지난해 1058개로 업계에서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보였다.
매출액도 지난해 1351억원으로 전년 대비 364.8% 수직 상승했다. 단 영업적자도 전년의 두 배에 가까운 262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에도 점포수 증가에 따라 매출과 적자 규모가 함께 확대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후발주자로서 ‘투자를 통한 성장’ 단계에 있다는 점과 이마트의 자본력을 감안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이 같은 적자 기조의 지속 여부와 장기적인 사업 경쟁력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위드미는 이른바 ‘브랜드 편의점’으로 불리는 기존 4개 업체와 다른 수익구조를 갖는다. 상품 판매수수료 외에 가맹점주가 본사에 매출에 비례하는 가맹수수료를 지급하는 기존 방식 대신 가맹 형태에 따라 월 66만~165만원 가량의 고정 월회비를 지급한다.
이는 가맹점 입장에서는 매출이 많을수록 수익이 커지고 반대의 경우 큰 매력이 없는 구조로 볼 수 있다. 본사에서는 각 가맹점의 매출보다 전체 점포수에 따라 이익이 늘어나게 되는 구조다. 신세계 측에서는 약 2500~3000점 달성 시점에 손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에 따라 각 가맹점의 브랜드 경쟁력 제고가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장기적인 실적 증진, 브랜드 존속 여부의 문제로 지목된다. 가맹점 수가 늘어야 시장 안착이 가능해지는 구조임에도 각 매장과 상품 경쟁력보다 점포수 확대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딜레마’ 때문이다.
이마트는 최근 2년간 4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위드미에 약 53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편의점 자체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보다 가맹점 확대를 위한 전략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위드미의 최근 행보를 보면 KDB나눔재단, 사회연대은행 등과의 소외계층 창업지원사업이나 서울노인복지센터와의 시니어 창업지원 인턴십 업무협약(MOU)를 맺는 등 다양한 계층의 가맹점주 확보 노력이 눈에 띤다.
올해 성장 전략을 보면 ‘다점포화 기반구축을 위한 출점확대 전략’을 가장 먼저 내세운다. 하반기 수도권 신도시와 일부 지방 혁신도시 위주의 신규출점 확대와 서울·수도권 위주의 우수 개인점포의 위드미 전환이 골자다.
기존 브랜드 편의점들은 각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해 ‘2+1’ 상품 등 다양한 프로모션과 매장 인테리어, PB(자체 브랜드) 개발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수십 년 이상의 오랜 운영 과정에서 구축한 정산 시스템과 가맹점 관리 조직으로 밀착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평가다. 이는 상대적으로 위드미의 시스템이 미흡한 부분으로 꼽힌다.
위드미도 ‘경영주와 동반성장하는 상생형 운영 전략’, ‘오픈에서 판매까지 체계적인 경영주 영업지원 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상생형 운영은 24시간 운영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 영업시간, 고정월회비 등의 기존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으며 영업지원 시스템은 기존 편의점들과 동등한 물류체계, 매장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상대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상생형 편의점’을 전면에 내세운 부분은 이마트가 새롭게 구축한 것이라기보다 기존 ‘개인 편의점’ 업계의 시스템을 계승·발전시키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고정월회비, 자율 영업시간이 대표적이며, 2013년 편의점 업계에서 가맹점 대상 불공정 관행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시점부터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아직 위드미의 각 점포 경쟁력은 기존 브랜드 편의점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위드미가 이마트라는 ‘브랜드 파워’를 업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드미의) 실제 매장 인테리어나 상품 구성이 편의점에 특화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마트의 ‘피코크’ 등 PB 상품을 팔고 있지만 원하는 소량 상품을 사러 오는 편의점에서 적합한지는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세계라는 대형 유통망 전체를 보면 위드미의 역할을 다르게 볼 수 있다. ‘종합 유통 그룹’의 역량을 전달하는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 지휘 아래 백화점부터 대형마트, 면세점 등 대부분의 유통 플랫폼에서 선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타필드 하남’이라는 복합쇼핑몰로 기존 유통업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시도를 보여줬다. 여기에 해외 드럭스토어 도입까지 나선 신세계가 1인 가구의 소비 트렌드 중심에 있는 편의점 사업을 외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신세계그룹 관계자도 “편의점 위드미 사업의 의미는 모든 유통망을 보유함으로써 전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마트 PB뿐 아니라 신세계포인트, 간편결제 ‘SSG페이’ 등 그룹 내 다양한 시스템과 위드미의 시너지도 고려할 수 있으며, 최근 도입한 ATM 없는 예금인출 ‘캐시백’ 서비스나 편의점 택배와 같은 다양한 소비자 서비스 구상이 가능하다.
단, 아직까지 신세계그룹의 주 경쟁자로 꼽히는 롯데,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기업이 면세점과 해외 시장 진출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과, 오랜 기간 구축된 편의점 업계의 진입 장벽은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기존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다양한 형태의 매장, 브랜드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스타필드부터 이마트 트레이더스, 피코크 등이 성공 사례로 꼽히는 동시에 이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도 앞두고 있다.
새로운 도전인 편의점 위드미가 정용진 부회장의 성공가도에 ‘발목’을 잡기 전에, 질적 성장을 통해 이마트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