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롯데그룹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관심의 초점인 신동빈회장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키로 했다. 지난 6월10일부터 시작된 롯데그룹 15개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수사는 사실상 용두사미로 끝났다.
검찰은 지난 100여일 이상 신격호 창업주 신회장, 신동주 전SDJ부회장 오너일가 자택과 그룹 정책본부및 계열사에 대해 이잡듯 뒤졌다. 재벌수사에서 역대급을 기록했다. 1톤 트럭 15대이상 분량의 서류와 파일등을 가져갔다. 총수와 오너일가 경영자 등 24명이 출국금지됐다.
전문경영인들도 숱하게 소환됐다. 검찰은 연일 피의사실들을 언론에 흘렸다. 거대기업의 부도덕한 경영을 때려잡고, 오너를 처단하겠다는 의욕이 넘쳐보였다. 거악을 척결한다는 정의감이 팽배했다.
신회장에 대한 비자금과 횡령 배임 혐의가 언론과 방송에 연일 오르내렸다. 종편 패널들은 사실확인도 거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구 퍼부었다. 롯데가 악덕기업인양 매도됐다.
더욱 난처했던 것은 신회장이 미국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위해 현지 출장중에 자택 압수수색이 이뤄졌던 점. 기공식에 참석했던 뉴욕특파원들은 롯데의 미국진출과 기공식 의미를 들으려다 졸지에 비자금과 횡령혐의에 대해 취재해야 했다. 현지 합작기업 최고경영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롯데그룹 매출은 100조원에 이른다. 임직원 12만명,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하면 32만명의 글로벌기업이미지는 만신창이가 됐다. 외신을 타고 나가는 기사들은 롯데에 대해 부정적 기사가 많았다. 중국 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동남아 등에서 벌이는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았다.
롯데는 검찰 수사이후 중요한 의사결정이 연기되거나 유보됐다. 호텔롯데 상장 포기가 대표적이다. 신 부회장의 경영권 탈취소송이후 불거진 한일롯데간 불투명 지배구조를 해소하려던 스케줄이 차질이 빚었다. 공정위과 언론 국민들이 요구한 지배구조 투명화는 검찰수사로 장기간 유보됐다. 신회장이 구속됐을 경우 일본주주들이 한국롯데를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검찰이 19일 신동빈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는 등 롯데수사를 마무리지었다. 의욕에 비해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위기를 넘긴 신회장은 그룹의 혁신과 지배구조 개편,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등 경영정상화에 나서야 한다./연합뉴스
롯데케미칼의 미국 엑시올공장 인수도 물건너갔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복합쇼핑몰및 복합단지 조성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롯데는 매년 7조원가량 투자했다. 올들어 하반기엔 수조원대 투자가 올스톱됐다. 신규일자리 창출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올들어 30대그룹 투자가 30%가량 격감한데는 불황에 따른 대기업들의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전방위 대기업수사도 악영향을 미쳤다.
롯데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 이인원 부회장은 지난 8월 중순 검찰 소환을 앞두고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자신이 10여년이상 그룹정책본부장을 맡은 이후는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다고 죽음으로 '항변'했다. 신동빈회장이 그룹총수가 된 후에는 비자금이 없었다는 것이다.
롯데 수사결과는 실망스럽다. 검찰이 의욕적으로 파헤쳤던 비자금 조성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이 화룡점정으로 생각한 신회장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법원은 주요 범죄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이 있다는 점에서 구속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횡령과 배임혐의도 검찰과 롯데측간에 이견이 크다. 배임은 검찰과 법원마다 이현령비현령이다. 잡을 게 없으면 찾는 게 배임죄다. 조자룡헌칼 쓰듯이 남용하는 게 배임죄다.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선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사회의결 등 투명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치면 경영자에 대해 배임죄를 들이대지 않는다.
신 전부회장이 계열사에서 10여년간 수백억원의 월급을 받은 것에 대해 횡령혐의로 기소한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새로 밝혀진 내용도 아니기 때문이다. 금감원 DART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공개된 자료에 불과하다.
계열사 사장들의 구속영장도 줄줄이 기각됐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을 구속하는 실패했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롯데가 거대한 비리를 저질렀다며 단죄하는 데 성공했는가? 아닌 것 같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 후유증만 부각됐다.
일부 성과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의 대규모 탈세가 적발됐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70억원대 횡령혐의로 구속됐다.
이 정도 사안을 갖고 검찰이 롯데그룹을 초토화시킨 것은 과잉 수사,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대기업 수사 때마다 거론되는 기업 살리는 수사, 스마트한 수사. 환자 살리는 성공적 수술 주문은 항상 도루묵이다. 일단 그물망으로 그룹을 덮쳐놓고 수사에 착수하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 별건수사도 그대로다. 수사기법이 업그레이드되지 못하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고양이가 먹잇감을 낚아채듯한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수사는 김총장의 말과 달랐다. 롯데그룹의 경영차질도 심각했지만, 롯데 임직원들의 충격과 허탈감도 컸다.
롯데는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다. 신회장은 불구속 기소 상태에서 경영을 해야 하는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12월 준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의 마무리와 그룹 지배구조 혁신에 나서야 한다. 중단된 호텔롯데 상장은 재추진돼야 한다. 정부및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부정적인 그룹이미지를 해소하는 책임경영및 사회공헌에도 힘써야 한다.
롯데 수사를 촉발시킨 신 전부회장도 숙고할 게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이용한 각종 소송과 언론플레이를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창업주를 등에 엎고 동생 신동빈회장을 축출하려는 쿠데타는 실패로 끝났다. 일본 주주들과 한국의 롯데 전문경영자들은 신동주의 경영권 찬탈에 동조하지 않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창업주의 정신 건강문제를 둘러싼 오락가락 행태와 언론플레이. 치매약 복용은 처음에 부인했다가 상황이 불리해지자 이를 인정했다. 부친에 대한 효의 문제까지 생각하게 한다.
형제간 분쟁에 민유성 전 산업은행회장과 법률가들이 대거 개입한 것도 안타깝다. 국책금융기관 수장을 지낸 인사가 특정그룹 형제간 송사에 끼어들어 분쟁을 확대재생산했다.
글로벌 금융전문가이자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유력인사라면 국가경제를 위해 여생을 바쳐야 하는 게 바른 도리가 아닌가 한다. 금융원로가 롯데형제간 화해를 시키지는 못할 망정 분쟁을 키웠다. 공익보다 사익에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때다.
신동주는 롯데 임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수십만명의 안위를 생각했으면 한다. 수임료만 생각하고 싸움을 부추기는 법조인들에 둘러싸여 있는 것 같다. 신전부회장은 고령의 부친 건강을 중시해야 한다. 롯데가 2세들이 부친에 대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 위대한 기업가로 평가받도록 하는 데 합심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이룬 창업주가 여생을 편안하게 지내도록 효를 다해야 한다.
신동빈회장과의 화해를 통해 한일롯데그룹이 글로벌그룹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대승적 판단을 했으면 한다. 집착은 탐욕을 낳고, 탐욕은 말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롯데주주와 경영인, 임직원들은 누가 경영하기를 원하는지는 자명하다.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미디어펜=이의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