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체는 움직이면 마찰을 일으킨다. 빙하는 물체다. 그러므로 빙하는 움직이면 마찰을 일으킨다. 대전제와 소전제가 맞으면 삼단논법은 틀릴 수가 없다. 송민순 전 외통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한겨레신문 사설은 회고록 내용의 정확도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다른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경우에는 정확도를 보증하는 것이 더욱 요원하다.
<기사개요>
● 매체 : 한겨레신문
● 기사명 : [사설] '색깔몰이’ 말고는 잘하는게 없는 정권
● 등록일자 : 2016년 10월 17일 (월)
맞는 말은 여기까지다. 핸드백 매장을 생각해보자. 특정 상품이 잘 팔린다고 해서 그 상품만 진열하는 경우는 없다. 그 상품을 추천한다고 고객이 다른 상품은 일절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없다. 우선 매장에 들어오는 길에 몇 가지 상품을 보게 된다.
마찬가지다. “덮는다”, “눈 돌린다”라는 표현은 포털사이트와 SNS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어떤 뉴스 등으로 다른 뉴스를 덮는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북한이 인권결의안에 줄곧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온 점을 생각하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물어보고 기권을 결정했다는 것부터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북한의 입장은 명확하다.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 것이다.
북한에 물어봤고 그 의견이 반영되었으면 기권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엇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일까. 이해되기 어려운 것은 따로 있다. 북한주민들과 관계가 없는 국제사회가 결의할 때 정작 대한민국 정부가 함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유엔인권결의안 논란을 밝힌 송민순 전 외통부 장관의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모습. 한겨레신문 사설은 회고록 내용의 정확도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했다./사진=연합뉴스
색깔몰이라는 말을 들으면 생각나는 실험이 있다. 중학교 때 무릎을 때리면 다리가 들어올려지는 '자동반사’ 실험이다. 북한과 관련 있다는 말이 나오면 마치 무릎이라도 맞은 것처럼 반응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휴전국가에서 적국과 관련이 있는지의 여부는 밝혀내야 할 사안이지 색깔몰이라고 말할 성격의 것이 아니다. 아니면 다행이지만 맞으면 큰 일 아닌가. 우리 조상들은 아니 뗀 굴뚝에 연기가 난다고 보지 않았다.
사소한 것도 아니고 이토록 중요한 사안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은 의문스럽지만, 결과적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기권을 선택했다. 기권이라는 것은 불명확한 입장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대단히 명확한 입장이다. 사설의 주문과는 다르게 기억을 복원한다거나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보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대목은 제목이다. 본문에는 새누리당이 색깔몰이 한다고 되어있는데 정작 제목에는 정권이라고 쓰여 있다. 영국, 일본 등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는 국가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3권분립이 이루어지는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한 국가이다.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정한 제목인지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알면서도 여당과 동일한 기관인 것처럼 서술한 것인지는 필자만이 알 것이다. /나광호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언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나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