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경쟁에 1장의 중소·중견기업 특허권을 두고 5개 업체가 경합을 벌이면서 최종 선정될 사업자가 ‘독이 든 성배’를 들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6월 추가로 일반경쟁 3개,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 1개의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 공고를 내자 입찰에 뛰어들 후보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신청 마감일인 지난 4일 최종적으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각 5곳, 총 10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다. 최종 선정될 4곳이 들어서면 서울에만 총 13개 시내면세점이 들어서 각축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입찰에서 한 발 앞서 면세 사업에 진출한 신규 사업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한경쟁에 뛰어든 ▲엔타스 ▲탑시티 ▲정남쇼핑 ▲신홍선건설 컨소시엄 ▲하이브랜드 등 5곳의 경쟁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5월 문을 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내부./신세계디에프
이들 신규 사업자에 대한 우려는 사업자 증가로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에서 열세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에게 면세 사업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먼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으로 진출한 SM면세점이 올해 상반기 약 140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으며 신세계, 한화, 두산 등의 신규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신규 면세점의 흑자 전환에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 가능한 경영 역량이 필수적이다.
또 면세 사업의 특성상 기존 점유율이 높은 사업자가 해외 명품 등 브랜드 유치에서 월등한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로도 대부분 선점하고 있다는 점이 진입 장벽으로 꼽힌다. 여기에 각종 마케팅 비용에 대한 부분도 중소·중견기업에게 부담이다.
이번 입찰에서 후보 업체들이 평가 받을 항목은 ▲보세화물 관리 능력(250점) ▲재무건전성 등 경영 능력(300점) ▲중소기업제품 판매 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1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150점) ▲기업이익 사회 환원 정도(150점) 등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거나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대기업에 비해 판로 개척 등에서 불리한 중소·중견기업의 특성상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나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등에 대한 평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초기 재무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운영 역량이나 주변 환경 등 입지적 조건 등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면세 사업의 초기 투자비용이 큰 만큼, 입찰에 뛰어든 후보들이 일정 기간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는 부분을 충분히 인지하고 대비했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엔타스와 탑시티가 공항 면세점 운영 경험이 있어 운영 역량 부분에서 비교적 우수한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엔타스는 2014년 인천항 제1국제 여객터미널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인천 구월동 시내면세점에 이어 9월 인천국제공항점을 오픈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다. 탑시티는 지난해 인천공항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다른 경쟁자들도 각사의 차별화된 특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남쇼핑은 여행사와 명동 상권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지난해 특허권을 획득한 SM면세점도 하나투어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는 점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하이브랜드도 15년의 쇼핑몰 운영 경험을 전면에 내걸었으며 동대문제일평화시장, 신홍선건설, 홍선 3개 업체의 선홍선건설 컨소시엄도 동대문 상권에서의 경험을 강조했다.
면세점 후보지를 보면 엔타스와 탑시티가 젊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신촌에서 정면으로 맞붙고, 정남쇼핑은 ‘외국인 관광 1번지’로 꼽히는 명동 상권의 자가 건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엔타스와 탑시티는 젊은층 수요를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고 정남쇼핑도 인근 대형 면세점들과의 차별화가 요구된다.
유일한 강남권인 양재IC 인근에 후보지를 정한 하이브랜드는 버스 52대분 주차공간을 확보한 자가 건물과 버스 70대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더케이호텔과의 협약, 인근 코스트코 등으로 이어지는 쇼핑 코스 등을 내세운다. 외국인 관광객 상권과 거리가 있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신홍선건설 컨소시엄은 동대문 상권에서 섬유, 유통 인프라 등을 활용해 신진 디자이너, 중소 상인들과의 시너지 창출 전략을 택했다. 동대문에 지난해 진출한 두타면세점이 시장 쇼핑 관광 수요와 면세점 수요를 일치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 점을 감안해 상권에 최적화된 상품 구성을 갖추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입찰에서 중소·중견기업 후보들은 모두 대기업과 별개의 수요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한 후보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면세점과 다른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젊은 개별 관광객 등의 수요를 공략할 수 있는 상품 등을 구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 공략이 까다로운 해외 명품 브랜드 외에 화장품 등 뷰티 품목이 면세점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도 공략할 부분이다. 뷰티 상품의 경우 국내 브랜드의 인기가 높고 상대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여기에 주변 상권, 관광지 활용 등 효율적인 마케팅을 연계하는 차별화 전략이 경쟁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SM면세점 관계자는 “대기업에 비해 브랜드 유치나 모객 활동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와 해외 관광객 유치 경로를 확보해가고 있다”며 “주변 관광지를 활용한 독자적인 프로그램 등의 검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