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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 만들겠다"…신동빈, 질적성장 전환 등 경영쇄신 가속

2016-10-25 12:36 | 김정우 기자 | tajo81911@gmail.com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년 2개월여 만에 국민 앞에 다시 머리 숙이고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룹 지배구조와 조직 개선,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 사회적 책임 수행 등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4개월여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 등과 관련한 사과와 앞으로의 방향을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해 8월 같은 자리에서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과 함께 국민에게 허리를 굽혀 사과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복잡한 지배구조와 권위적인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룩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새로운 롯데를 만들이 위한 6가지 쇄신안을 발표했다.

쇄신안에는 ▲신동빈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구축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과 사회공헌·동반성장 토대 마련 ▲투명한 지배구조 위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 ▲호텔롯데 상장의 조속한 재추진 ▲그룹 정책본부 축소와 계열사 책임경영 강화 ▲향후 5년간 40조 투자와 7만명 신규 고용 및 1만명 정규직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신동빈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는 외부 전문가 참여로 실효성을 담보할 계획이다. 이종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상무는 “(준법경영위원회를 통해) 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준법제도를 점검하고 비준법적 요소가 있다면 개선한다”고 설명했다.

질적 성장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은 “그룹의 경영철학과 전략 방향을 큰 틀에서 바꾸겠다”며 “외형성장에만 집중한 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부족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 아시아 상위 10대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같은 비전 아래 외형 확대에 치중해 온 것이 충분치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사회와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 국민의 기대와 사회의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이 되는 데 주력하겠다”며 그 연장선에서 사회공헌과 동반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롯데그룹이 재계 서열 5위의 규모에도 일본 롯데와의 관계성 등으로 ‘국적 논란’을 일으킨 점과, 국가 경제 기여 정도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12월 초 발표될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특허권을 잃은 워드타워점을 되찾기 위해 여러 사회공헌과 공약 실천에 집중하고 있는 것과도 일치한다.

지난해 불거진 경영권 분쟁부터 올해 검찰 수사까지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 노력을 강화겠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관련 법규와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하겠다”며 지난해부터 추진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해소하고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구심점이 되는 호텔롯데 상장도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현재 일본 롯데 계열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주주 구성을 기업 공개를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에도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을 약속하고 추진했다.

당시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 계열사 지분을 현재 대비 30% 이상 낮추는 계획이 검토됐지만 검찰 수사로 기약 없이 미뤄졌다. 단 이번에도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가 재판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를 마무리하기 전에 본격적인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순환출자 고리는 지난해 초 416건에 달했던 것을 올해 7월 말 기준 67건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신동빈 회장의 이번 약속에 따라 남은 부분의 완전한 해소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호텔롯데 상장 여부가 관건이다.

전근대적 조직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현재 그룹의 수뇌부인 정책본부를 축소하고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된다. 각 계열사가 그룹 중심의 의사결정이 아닌 전문경영인의 책임 경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단, 정책본부 개편이 자체적인 노력 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외부의 감사를 받는다. 이종현 상무는 “자체적인 진단으로는 실질적 개편을 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세부적인 인원조정이나 조직 변경 등에 대해 외부 조직진단을 받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 경제 기여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투자·고용 확대를 제시했다.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 신규 채용, 비정규직 1만명의 정규직 전환 등이 골자다. 투자된 돈은 주로 M&A(기업 인수합병), 설비투자, R&D(연구개발) 분야에 집중 투입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검찰 수사로 대규모 투자 활동이 위축돼 어려움을 겪었다. 

경영권 분쟁에 대한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신동빈 회장은 “그룹 경영권 분쟁이 더 이상 혼란이 없이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 등에서의 영향력 강화에도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쇄신안은 지난해 제시된 것보다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이다. 지난해에는 호텔롯데 상장과 지주회사 전환 통한 순환출자고리 해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출범, 기업문화개선위원회 설치 등이 제시됐다. 조직 개선 측면에서 외부 감사를 받는다는 점 등에서 이번 쇄신안이 한층 실효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외부 전문가와 경영진 임직원과 협의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혀 이번 쇄신안의 세부 사항 마련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쇄신안 발표를 마친 신동빈 회장은 “앞으로 롯데그룹은 국민과 사회가 기업이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대표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노력을 계속 지켜봐 주시고 앞으로도 롯데그룹을 성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미디어펜=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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