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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경제민주화가 아닌 경제자유화에 초점 맞춰야

2016-10-27 11:10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지난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의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나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개헌 논의를 시작할 것을 공식제안 했다. 헌법 개정의 배경 및 목적에 관해서는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 반복”을 막고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정책현안을 함께 토론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창출하기 위한 헌법 개정임을 밝혔다.

하지만 87체제의 극복이라는 헌법 개정의 목표는 맞으나 극복의 대상은 권력구조가 아니라 반시장적 헌법 조항이 개정 논의의 초점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헌법 개정 논의의 방향이 1987년 헌법으로 만든 대통령제 권력구조(power structure)의 개편이 아니라, 1987년 헌법 개정으로 만들어진 시장비판적 그리고 광범위한 정부개입과 규제를 허용하는 반자유(自由) 헌법을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헌법으로의 개정이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권력구조로부터 발생하는 권력의 집중을 완화하고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4년 중임 대통령제, 분권형 대통령제(dual executive system)1), 의원내각제(parliamentary system) 등으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여·야의 과도한 권력 투쟁, 지역주의 등 한국정치의 모든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년 단임을 4년 중임으로 바꾼다고 해도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또 대통령이 첫 번째 임기 말에서 재선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의 남발하는 현상 그리고 두 번째 임기에서의 레임덕 현상의 발생도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와 같이 그대로일 것임을 예상한다. 

둘째,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이원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의원내각제로 바꾼다고 해도 정책의 단속으로 인한 비효율성은 극복될지는 몰라도 다당제 정당체제에 의한 공존의 정치나 연정에 익숙하지 않은 대한민국의 정치문화로 내각의 불안정성(unstability)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분권형 대통령제의 경우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과 국회의 다수당이 다른 분점정부(divided government)의 경우 대통령과 총리의 정책 갈등은 차치하고라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일된 외교·안보정책 추진이 불가능해지는 국가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조약체결권과 국군통수권을 가진 대통령과 산하에 외교부를 둔 수상 간에 외교 주도권 싸움은 이념적 대결로 번질 수 있고 권한의 대립은 일상화 될 것이 거의 명확해 보인다. 

경제에 정부가 개입하여 무제한적 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현행 경제조항들을 모두 정비하여 간단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보편적이고 차별 없이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으로 자유의 헌법을 완성하는 것이 이번 개헌 논의의 핵심 과제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이원정부제는 외치(外治)를 대통령(President)에게 내치(內治)를 수상(Prime minister)에게 맡기는 업무 분담으로 국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목적보다는 대선 이후 자리 나눠먹기의 제도화가 그 목표일뿐이다. 권력의 분립이란 이미 존 로크(John Locke)가 제안한 행정권력(국왕)과 입법권력(의회)으로의 권력 분립, 또는 몽테스키외(Charles de Montesquieu)가 제시한 입법-행정-사법으로의 3권의 분립이 있을 뿐이지 대통령과 수상으로의 역할과 기능의 분리가 분권(division of power)이 될 수는 없다. 권력이 분립이 되지 않고 역할만 분리되기 때문에 역할 다툼이 생길 것이고 나아가 남북통일 문제나 FTA 체결과 같은 이슈의 경우 외치와 내치의 구분이 모호한데 허구한 날 대통령과 수상이 영역 다툼으로 갈등하면 외교, 국방, 경제 모두 마비될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결국 대통령 권력의 분산을 위해 이원정부제나 내각제로의 개헌을 한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언어의 유희일 뿐이다. 특히 내각제란 '입법권력’이 '행정권력’까지 장악하는 권력의 융합(fusion)이 그 특징으로 결코 권력의 분산이 아니다. 한 방송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4년 중임 대통령제’ 25.2%,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21.5%, '분권형 대통령제’ 19.6%, '의원내각제’ 7.9%였다.2) 또 다른 방송사의 여론조사의 경우 '4년 중임 대통령제'가 33.5%로 가장 높고, '분권형 대통령제'가 28.3%, '의원내각제'는 14.2%에 불과했다.3) 이렇게 국민 선호도가 낮은 내각제와 인지도가 낮은 분권형대통령제 모두 국민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이 집요하게 추진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국회가 행정부까지 장악하여 국회의원이 장관도 되고 싶다는 권력 확대의 의지 이외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  

셋째, 국회의원들이 행정권까지 장악하고 싶다는 권력 확대 의지가 개헌의 핵심 이유라면 그러한 개헌 논의는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개헌 논의의 핵심은 어떻게 미래 성장을 가능하게 하느냐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4·19 이후 1960년 개헌에서 이승만 권위주의 시절의 과도한 권력 투쟁을 문제 삼아 내각제로 권력 구조를 바꾸었지만 여당이었던 민주당 내부의 신파·구파 갈등은 사그라지지 않았고 민주당 정권의 안정성(stability)을 크게 훼손했다. 권력구조는 운용의 문제이지 헌법의 문제라고 보기 힘든 측면이 있기에 권력구조 논의는 최소화하고 헌법이 지향해야 할 대한민국이라는 공화국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바꾼다 하더라도 여·야의 과도한 권력 투쟁, 지역주의 등 한국정치의 모든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사진=미디어펜



올 해는 1987년 6월 민주화 이후 29년이 되는 해인데 경기 침체의 상황은 매우 엄중하다. 1987년 이후 고도 경제성장은 멈추었고 그 30년이 되는 지금 경제성장율은 연2% 중후반대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경제성장으로는 3만 달러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 2만 달러를 달성한 것이 2006년이니 11년째 3만 달러 달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소위 '87체제’가 가져온 '민주주의 공고화’(the consolidation of democracy)를 넘어, '민주주의 심화’(the deepening of democracy), 그리고 이제는 '민주주의의 질’(the quality of democracy)을 논의하는 단계의 민주화의 업적에 “무엇을 위한 민주화였는가?”를 다시금 의심하게 되는 상황이다. 

즉 1987년의 민주화가 정치의 민주화와 함께 경제의 민주화를 초래하여 저성장의 지속이라는 '국가실패’(the failure of nation)가 현실화 된 상황이기에 새로운 헌법은 경제민주화 “경제문제를 정치화 하지 않고” 경제를 시장에 맡기는 구조적 개편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 2017년의 헌법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국가건설(nation-building)을 완성시키는 헌법이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동시에 이룩하였다, 하지만 서구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이전에 이룩한 '자유화’를 이루지 못한 채 미완의 상태이다. 서구의 역사 발전에서 보듯이 '자유화’, '산업화’, '민주화’는 어느 하나 없이는 다른 것들도 미완의 것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헌법 개정에서는 늦었지만 '자유화’라는 목표를 설정하여 '자유화’ - '산업화’ - '민주화’의 삼각형의 세 꼭짓점의 완성을 기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화’ - '산업화’ - '민주화’의 완성으로 선진 국가를 만들 기회가 이번 헌법 개정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헌법 제119조 1항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의 명시와 제119조 2항의 균형성장, 경제안정,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억제, 경제민주화를 위한 규제와 조정은 상호 모순되니 삭제하여 경제를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자유화시키는 조항이 담겨야 한다. 요약하면 경제에 정부가 개입하여 무제한적 권력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현행 경제조항들을 모두 정비하여 간단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보편적이고 차별 없이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으로 자유의 헌법을 완성하는 것4)이 이번 헌법 개정 논의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1) 학자에 따라 '이원집정부제’ 또는 '준대통령제’(semi-presidential system), '총리형대통령제’(premier-presidential system)로도 불린다. 이원집정부제의 원어는 'dual executive system'인데 'executive system’을 '집정부제’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고 또 고대 로마 공화정의 '집정관’(consul)과 혼동될 염려가 있다. 따라서 '이원집정부제’라고 부르기보다는 '이원정부제’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번역으로 생각된다. 강원택, 『대통령제, 내각제와 이원정부제』, 서울: 인간사랑, 2006, p.168.

2) 이승필, “[JTBC 여론조사] 개헌·선거구제 개편…국민들 여론은?,” 2014년 11월 6일.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tvh&oid=437&aid=0000057313 

3) MBN 뉴스 8, “[긴급 여론조사] 대통령 개헌 제안 긍정 41.8%·부정 38.8%,” 2016년 10월 24일. http://www.mbn.co.kr/pages/vod/programView.mbn?bcastSeqNo=1139292. 

4) 민경국, “경제관련 헌법개정의 필요성: 시장경제를 위한 자유의 헌법”, 『제도와 경제』, 제2권 1호, 2008년 2월. 


(이 글은 자유경제원 세상일침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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