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없고 세금 낮추니 자동차산업이 부활하더라."
영국 자동차산업청장의 말이다. 영국 자동차업계에서는 15년간 큰 파업이 한번도 없었고, 법인세율도 20%로 낮고, 임금상승률도 1%에 지나지 않아 자동차산업이 부흥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를 돌아보자. 최근 현대차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지 3개월 만에 임금교섭이 타결되면서 정상적인 생산 가동에 들어갔다. 파업은 끝났지만 생산차질 규모만 14만2000여대, 3조1000억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1차 협력업체의 매출 손실액도 최대 1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경우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4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이 있었고 최근 10년간 10조 원 가까운 매출 손실을 입었다. 이 쯤되면 단순히 대립적 노사관계나 후진적 노동운동 때문으로 보기에는 그 피해와 영향이 심각하다. 이제는 왜 노동조합이 관행적인 파업을 하고 장기간 파업을 이어가는지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쟁의행위 기간에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인력을 채용할 수 없고, 도급, 하도급은 물론 파견도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영구,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 가운데 대체근로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없다. 조업 유지, 계속에 관한 사용자의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는 본질적인 기본권이다.
하지만 우리법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 보호라는 명분하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체근로금지 규정을 두어 사용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대체근로 금지로 초래되는 단체교섭 구도의 불균형은 필연적으로 불합리한 단체협약 내용으로 이어지게 된다. 회사는 파업으로 인해 초래되는 막대한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인사권·경영권 등 고유권한에 대한 침해마저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봉 1억원의 현대차노조가 지난달 26일 12년만의 전면파업에 이어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파업영향으로 자동차생산규모가 인도에 밀려 6위로 후퇴했고 수출 역시 멕시코에 밀려 4위로 미끄러졌다. 자동차 노조 파업 여파로 20개월만이 회복세를 보였던 수출도 한 달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연합뉴스
후진적인 파업 행태에 대한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쟁의행위 시 사업장 시설을 점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로 인해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현행법이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을 점거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공권력은 손을 놓은 채 방관만 하고 있어 기업 스스로 직장점거로 인한 피해를 막기에는 부족하다.
법원이 전면적 직장점거는 금지하고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만 허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면점거로 이어지거나 업무연계성으로 인해 부분적 직장점거만으로도 피해가 확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게는 2009년 직장점거로 인한 폭력시위로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노사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긴 쌍용차 불법파업부터 최근에는 100일 넘게 불법 직장점거를 이어가고 있는 갑을오토텍의 사례까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특히 직장점거로 인한 조업중단과 생산차질은 해당 기업 뿐 아니라 경영상황이 열악한 수많은 협력업체의 피해로 이어지는 등 산업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사업장 밖에서 주로 피켓 시위 같은 형태로 쟁의행위가 행해지고 있으며 이는 제도적·관행적으로 철저히 준수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쟁의행위의 실효성 확보를 이유로 노동조합에게는 직장점거를 인정하면서도 사용자의 유일한 대항수단인 직장폐쇄는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최근 유럽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좌·우를 막론하고 정부 차원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시작으로 스페인의 노동개혁, 영국의 노조법 개정, 프랑스의 '노동법 개혁 프로젝트 2016'까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을 위한 정책들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최소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체근로금지나 직장점거와 같은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노동개혁은 노동 기초질서의 회복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이동응 경총 전무
[이동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