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경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지난해부터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온 지배구조 개선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호텔롯데 등 상장과 순환출자 완전 해소가 골자로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 유지, 일본 롯데와의 관계 정리가 관건이다.
검찰 수사에서 불구속 기소로 가닥이 잡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와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과 준법경영 제고, 투자·고용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으며 가장 현실적인 과제로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과 호텔롯데 상장 추진 등이 제시됐다.
지주회사 체제의 필요성은 복잡한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과 일본 롯데와의 관계 정리 때문이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롯데의 지배구조 특성이 드러나 개선이 요구돼 왔다.
계열사 간 복잡한 순환출자로 얽힌 롯데의 지분 관계를 요약하면, 국내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등 주력 계열사의 대주주로 있고 롯데쇼핑 지분은 또 롯데제과, 한국후지필름 등 다른 계열사가 나눠 갖고 있다. 이들 계열사 지분은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와 다른 계열사가 다시 보유하는 복잡한 형태다.
이에 더해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 주주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일본 롯데의 정점인 롯데홀딩스가 국내 롯데에 지배력을 미치는 구조다. 롯데가 ‘국적 논란’에 시달리는 핵심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2016년 6월 30일 기준)에 따른 호텔롯데의 지분 구조를 보면, 롯데홀딩스가 19.07%로 최대주주며 일본 L투자회사 11개사가 총 72.65%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일본 광윤사와 일본 패미리가 각각 5.45%, 2.11%씩 보유하고 있어 호텔롯데의 자기주식 0.17%와 부산롯데호텔 지분 0.55%를 제외하면 일본 주주로만 구성돼 있다.
국내 롯데의 실질적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주주 구성이 이렇다보니 사업 규모가 훨씬 작은 일본 롯데에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과 공동대표로 롯데홀딩스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의 주식 시장 상장을 통한 일본 지배력 희석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날 쇄신안 발표 직후 이종현 롯데그룹 상무는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8월,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 롯데케미칼 에틸렌 공장 기공식 입장 발표, 이번까지 세 번이나 의지를 표명한 것은 그 만큼 호텔롯데 상장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적 과제여서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주주 다변화를 통해 일본 주주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이번 검찰 수사로 상장이 무산되기 전 롯데그룹은 전체 주식의 약 35%를 일반 공모할 예정이었다. 일반 공모 주식은 우리사주조합, 일반 청약자, 기관 등에 배정될 계획이었으며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호텔롯데 상장에는 신동빈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재판이라는 난제가 남아 있다. 대표의 횡령 등 범죄가 있을 경우 해당 기업은 3년간 상장이 제한되는 규정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들어 관계 규제기관과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상의 지배구조 등에 따라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한-일 관계 정리가 필요하지만 선결 과제가 남아있는 만큼 남은 순환출자 고리 완전 해소에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지난해 초 416건이었던 순환출자 고리는 상당 부분 정리했지만 아직 67건이 남아있다.
남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함께 이뤄질 부분으로 재계와 언론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현재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등의 주주로 있는 하위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부터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리,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합병 등이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 13.46%를 비롯해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13.45%, 신격호 총괄회장 0.93%,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0.74% 등 오너 일가가 28.58%를 차지하고 호텔롯데 8.83%, 한국후지필름 7.86%, 롯데제과 7.86%, 롯데정보통신 4.81%, 롯데칠성음료 3.93%, 롯데건설 0.95%, 부산롯데호텔 0.78%, 우리사주조합 0.12%, 자기주식 6.16% 등이다.
첫 번째 시나리오인 지주회사의 계열사 지분 매입을 통한 정리는 상당한 재원이 필요한 방법이다. 업계에서는 호텔롯데가 롯데쇼핑의 계열사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은 약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제과 등 주력 계열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통합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이 거론된다.
롯데쇼핑 등의 지분을 가진 하위 계열사들에게 사업회사 지분을 배정하고 상위에 지주회사를 둬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복안이다.
이는 실제 일본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사용된 방법이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2007년 롯데 주식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하면서 존속법인인 투자부문 사명을 롯데홀딩스로 변경하고 신설법인인 사업부문이 롯데 사명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체제 전환을 마쳤다.
마지막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탄생 가능성이다. 롯데쇼핑 지분은 있지만 호텔롯데 지분은 갖고 있지 않은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 제고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대규모 사업을 영위하는 두 회사인 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현재까지 롯데그룹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호텔롯데 등이 유력한 지주회사로 거론되지만 면밀한 검토에 따라 유리한 방안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를 활용한 어떤 방안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결국 검토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보유 지분을 고려한 지배력 제고와 일본 롯데와의 ‘교통정리’가 중점적으로 고려되고 이를 전제로 비용 등 위험 부담이 가장 낮은 방향을 택할 전망이다.[미디어펜=김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