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31일 오후 '비선실세' 의혹의 장본인 최순실 씨가 출석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오후 2시 58분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서 내린 최씨는 두꺼운 코트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목에는 점박이 문양의 목도리를 두른 채 나타났다.
검찰청사 앞을 빼곡히 메운 취재진 사이를 비교적 빠른 걸음으로 지나간 최씨는 검은 뿔테 안경에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최대한 얼굴을 가리려 애썼다.
당초 취재진은 검찰·변호인과 협의해 최씨의 안전이 보장되는 가운데 국민 앞에 최씨 스스로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는 발언을 듣기 위한 '포토라인 문답'을 갖기로 한 상태였다.
그러나 취재진 사이사이로 자리를 잡고 있던 일부 시위대가 한꺼번에 피켓을 펼치고 쏟아져 나와 "최순실 구속 박근혜 하야"를 외치면서 포토라인도 무너졌다.
이들을 제지하려는 검찰 관계자와 최씨 발언을 들으려는 취재진, 청사로 들어가려는 최씨 측이 한 데 엉켰다.
최씨는 황급히 주변의 도움을 받아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차에서 내린 지 약 2분 만이다.
최씨는 쏟아지는 플래시와 질문 세례에 "국민 여러분 용서해 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어 청사 엘리베이터 앞에서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최씨의 출석 소식이 전해진 이 날 서울중앙지검 앞은 이른 오전부터 몰려든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취재진이 발 디딜 틈 없이 출입문 현관을 메운 통에, 한 청사 관계자는 "난리다 난리"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한낮 오후 수은주가 8도를 가리키며 바람까지 몰아치는 '초겨울' 날씨에 취재진은 두꺼운 점퍼, 코트, 패딩으로 무장하고 최씨를 기다렸다. 뜨거운 커피를 총총걸음으로 사 들고 와 꽁꽁 언 손과 몸을 녹이는 이도 상당수였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 모인 취재진은 경찰 추산으로만 300명이 넘었다.
세간에 쏠린 관심을 증명하듯, 국내 매체뿐 아니라 미국 AP, 프랑스 AFP, 일본 NHK·TBS·후지TV 등 외신 취재진도 자리를 지켰다.
방송사들은 오전부터 출입문 앞에 생중계 부스를 10개 남짓 차렸고, ENG와 카메라 수십 대가 최씨가 들어오기로 한 방향을 향해 사격 명령을 기다리는 포처럼 자리했다.
최씨가 출석하기로 한 오후 3시에 가까워지자 현장의 취재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고 현장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편, 최씨가 인파를 뚫고 청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검은 색 명품 프라다 신발 한짝이 벗겨졌다. 한 남성이 이후 이를 주워 청사 내부로 들어가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결국 취재진, 시위대, 검찰 관계자 등에게 짓눌려 헝클어진 채로 엘리베이터에 겨우 몸을 실었다. 머리는 마구 뒤엉켰고, 얼굴은 뻘겋게 상기된 채였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시위대 중에는 민중연합당 피켓을 든 이들이 다수 목격됐다. 일각에서는 민중연합당의 구성원 가운데 통진당 출신이 포함됐고 활동 방향도 유사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