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재현 기자]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글로벌 경제의 '태풍의 눈'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안고 있다.
클린턴의 완승으로 끝날 듯 했던 미 대선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클린턴(민주당) 후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계획을 발표하면서 트럼프(공화당)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줄이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을 맞았다.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과 유가 급락 등 대내외 악재로 코스피가 23.28포인트 하락한 2013.89로 장을 마감한 26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 대선의 불확실성은 11월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상 신호를 저지하고 나서면서 눈치보기에 나섰다. 올해 11월, 12월 두 번의 금리인상 기회가 있지만 이 마저도 무산된다면 시장측면에서는 "과연 시장과 소통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신뢰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세계 증시 역시 FOMC의 눈치작전을 면밀히 관찰하며 하루 앞을 예단할 수 없게 됐다.
1일 국제금융센터(뉴욕사무소 현지 보고서)와 미 NBC 등 외신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7%와 41%로 나타났다. 클린터의 이메일 스캔들 재조사 이슈가 미 대선의 선거판세를 흔들어놓지 못했다. 최후의 승자를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계분석가 Nate Silver에 의하면 현재 양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5.2% 수준이다. 7월 초 FBI 국장이 클린턴 후보의 행위를 위법으로 단정한 공식 발표를 한 이후 클린턴 측 지지율 하락폭이 2%p 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재수사 발표의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반면 양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오차한계 범위로 좁혀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론조사 격차는 지난달 17일 7.1%로 최고점에 도달한 후 1.9%p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김건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클린턴 측 지지율이 2%p 이상 하락하고 트럼프가 현재의 상승세를 지속한다면 양 후보의 지지율은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막판 판세 예측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미지수이지만 어느 후보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지 않는다면 패배한 후보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사회분열이 발생한 소지가 있다.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양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국론분열이 심화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클린턴의 승리가 될 경우 트럼프 지지층은 대선결과 불복 가능성이 충분하다. 클린턴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클린터 지지계층이 느끼는 박탈감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 대선 불확실성이 선거 후에도 지속될 우려에 뉴욕증시는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는 하락하고 달러와 국채는 상승하는 등 투자 심리에 변곡점이 되고 있다.
미국 증시는 대형 M&A와 개인소비지출 호조에도 대선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하락했다. 유럽증시는 유가 하락 영향에 에너지 관련주 중심으로 약세가 지속됐다.
31일(미국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보다 18.77포인트 하락한 18142.42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역시 전장보다 01.26포인트 낮은 2126.15에 장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는 0.96포인트 내린 5189.14에 장을 마쳤다.
유로 Stoxx지수는 전날(3104.27)보다 0.8%p 하락한 3055.25를, 코스피는 전장(2019.42)보다 0.6%p 내린 2008.19로 장마감했다.
미국 국채금리는 FOMC를 앞두고 관망세가 지속된 가운데 FBI의 클린턴 후보 이메일 조사에 따른 불안심리 등이 안전자산 선호 강화로 반영되면서 장단기 국채 금리에 영향을 줬다.
더욱 복잡해진 것이 FOMC다. 11월1일부터 2일까지(현지시간)에 개최될 FOMC는 오는 8일 대선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12월 금리인상을 보류한다는 시각이 많아졌다.
옐런 연준 의장은 9월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조건은 정비됐지만 명확한 증거를 확인하고 싶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4일 발표되는 10월 고용통계 등을 점검한 이후 금리인상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
옐런 의장은 10월 강연에서 경제활동참가율 저하 등으로 미국경제의 공급능력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이 과열된 고압경제를 유도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12월 금리인상 이후에도 통화정책 정상화를 신중하게 전개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시장에서는 미 대선보다 12월 미국 FOMC의 금리인상 결정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통화시장에서는 클린턴 우세를 봐라보는 측면을 볼때 위험선호가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으로 고점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12월 금리인상을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한다"고 예측했다.
특히 11월은 미 대선때문에 금리인상에 조심스러운 눈치다. 12월에는 미국경제가 견조한 성장세가 있다고 하지만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그마저도 시기를 놓친다면 미 연준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점에서는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시장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인데 그 여지마저 없는 상황이다. 시장의 신뢰를 그나마 주려면 12월에는 금리인상 카드를 꺼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반면, 미 연준은 고뇌에 시간을 맞고 있다. 2007년 서브프라임 발발 전인 1994년과 1995년 2년 동안 미국은 17차례의 금리를 올렸다. 이때 아시아 금융위기로 이어지며 신흥국들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2008년 서브프라임때는 금리 올린게 모기지론을 받은 서민들에게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 경제가 좋다고 하지만 주변 경제국들의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쉽게 미 금리인상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교훈을 깨닫게 된 것. 서브프라임 같은 혹은 이 영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다른 악영향이 부메랑이 돼 미국을 덮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 연구위원은 "옐런 연준 의장은 중국 불확실성, 영국 브렉시트, 위안화 급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을 강조한 것을 보면 미국의 경제지표가 좋다고 해도 통화정책 현실화할 수 없는 이유는 각국의 경제가 글로벌화 돼 있다는 것"이라며 "자금 경로가 거미줄처럼 엮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조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금리인상을 섣부르게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보호무역 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운 터라 한국의 경우 미 대선의 결과와 금리인상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이유는 통화정책에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