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오는 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질 예정인 미국 대선 투표를 앞두고 글로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부추겨 결국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져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9%로 2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일단 연준은 1일부터 열리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12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는 증시의 적? 그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주요지수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질 때마다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달 23일까지만 해도 50%를 찍으면서 38%에 그친 트럼프를 10%포인트 이상 앞섰던 힐러리 지지율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재수사 방침을 밝히면서 급변했다.
최근에는 힐러리와 트럼프의 지지율이 1%포인트 격차로 줄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면서 미 대선이 한치도 예상할 수 없는 혼전에 접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욕증시 다우존스지수는 지난달 27~31일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지수가 이달 1일 장중에 1990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증시에서는 ‘트럼프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처럼 트럼프에 대해 글로벌 증시가 경계감을 나타내는 것은 그간 그가 “오바마 대통령을 돕기 위해 금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이 되면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을 교체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도 높게 연준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연준이 힐러리보다 더 정치적”이라면서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강하게 성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단기간에 치솟을 수 있다는 공포감이 증시에 퍼지고 있다. 이미 노무라증권은 지난 9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임기 동안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금에 비해 2.5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트럼프가 힐러리에 비해 예측할 수 없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가 증시에서 ‘공공의 적’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힐러리도 만만치 않은 증시 악재?하지만 최근에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트럼프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힐러는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정책 확대,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재정 확대정책의 결과, 미국의 물가가 상승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 시간당 7.5달러인 최저임금을 힐러리는 15달러로 2배 인상할 것을 공언하고 있어 이에 따른 물가인상과 큰 폭의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와는 달리 감세 없이 태양광 등 사회기반시설(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감행하는 것 역시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이에 힐러리가 당선된다고 해서 미국 증시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라는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은 미국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내느냐에 따라 증시 수준이 결정될 것이고 금리인상 역시 이에 따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누가돼도 기준금리 영향 없지만...힐러리가 국내 증시에 유리”전문가들은 힐러리나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완전하게 보장되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대통령도 연준에 함부로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독립성이 보장된 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의 비난에 대해 옐런 연준 의장은 “정치가 연준 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맹세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만큼 기준금리 결정은 미국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대통령이 누가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무리 트럼프가 예측 불가능한 이미지라고 해도 공화당이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강해 누가 대통령이 돼도 기준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연준이 올 12월에 한번, 내년 두 번 정도로 완만하게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왕이면 힐러리가 당선되는 것이 국내 증시에 유리하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워낙 금리인상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실제로 기준금리가 올라가지 않더라도 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국내 증시에서 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며 “트럼프가 부자감세와 국채발행을 늘리겠다는 공약 역시 기준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 연준이 독립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행정부의 입김이 전혀 안 들어간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국내 증시에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