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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 사퇴론 두고 친·비박 끝장토론…정병국-이정현 신경전

2016-11-02 15:13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4선 이상 중진들이 2일 '최순실 비선실세 파문'을 계기로 제기된 당 지도부 사퇴 요구와 정국 해법 관련 논의를 위해 모여 공개 토론을 벌였다.

친박계에선 지도부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면서도 '등 떠밀려' 물러나는 양상이 되면 당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 비박계는 여론을 강조하며 청와대·정부에 이어 당도 가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면서 대립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를 열고 처음부터 끝까지 공개 회의를 진행, 이처럼 가감없는 의견 청취를 진행했다.

비박계 김재경 의원은 "국민들이 그동안 머리 속에 그려온 그림이 불행하게도 점차 생각대로 굳어져간다"며 "특검을 하든 말든 검찰에서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밝혀낼 것이다. 문제는 이제 진실규명에 있어서 대통령께서 한발짝 더 진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의 속을 긁어준다. '문제가 있다면 나도 조사하라'는 당당한 입장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박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당 지도부 거취에 대해선 "국민들 눈높이를 견딜 수 없으면 물러날 것이고, 신뢰를 지킬 수 있으면 계속 해나가도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 모두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거취문제는 깔끔히 하는게 역사에 남기에도 부끄럽지 않다"고 사퇴론을 제기했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 4선 이상 중진들이 2일 '최순실 비선실세 파문'을 계기로 제기된 당 지도부 사퇴 요구와 정국 해법 관련 논의를 위해 모여 공개 토론을 벌였다./사진=미디어펜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현재 위기는 대통령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지근거리에서 막아내지 못한 청와대 참모진에 첫째 책임이 있고 둘째는 당 책임이다. 그래서 '이정현 사퇴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위기 수습 물꼬를 대통령이 터줘야 한다. 진솔한 사과와 함께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의견을 밝혀야 한다"고 지도부 사퇴론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도 야권을 향해 "국정마비를 즐기는 게 아니라면 약속대로 거국내각을 받아들여 국정을 수습하라"며 "혼란이 커져야만 반사이익도 커진다는 무책임한 생각은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 김정훈 의원은 "지금 우리가 내전상태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어야 할 상황인가"라며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모양 좋게 협의하듯 해야지, 어떤 세력이 다른 세력을 몰아내려고 하듯 하면 누가 나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협의체를 구성하라. 당대표와 원내대표, 서청원·김무성 전 대표와 또 두세명이 대책위를 구성해 거기에서 논의하고, 비대위를 구성할 상황이면 그때 어떻게 하겠느냐 해서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들과 국민들에게 모양 좋게 일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의총 열면 세력끼리 충돌하고, 내전이 악화된다"고 우려했다.

정우택 의원은 "지도부 사퇴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출근길 지하철에 등떠밀려 타듯 지도부를 내보내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고 김 의원 의견에 공감하며 "청와대나 정부도 국정 중단, 국정 공백 상태로 가는데 당도 공백 상태로 갈 여지가 생기면 이후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는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시고 국민과 당원이 이해할 수 있는 로드맵을 그려서 밝혀달라"고 했다. 대책 없는 사퇴는 곤란하다는 의견으로, 친박계와 지도부 사퇴 촉구 움직임 모두에 거리를 둔 유승민 의원도 이같은 의견에 공감했다.

지도부 사퇴를 강력 촉구해온 비박계 정병국 의원이 구체적 언급 없이 이정현 대표의 과거 행적을 문제삼자, 이 대표가 '명예 훼손'이라며 즉각 반발, 양자간 설전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정 의원은 일단 "당내에서 분란이 되고 있는 당 지도부 사퇴론은 친박 비박의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한 뒤, "이 사태를 수습하는게 지도부가 사임하고 비상대책회의체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이 대표께서 그동안 어떤 말씀, 과거 무슨 말씀한 부분까지 거론하면서 (사퇴를)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진정으로 국민의 소리와 당원들의 소리를 들어달라"고 하자, 이 대표는 즉각 "기왕 얘기 나온 김에 거론해달라"고 제동을 걸었다.

이 대표는 "제가 과거 도덕적으로 연관된 무언가 있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건 공식석상에서 적절치 않다. 지금 이보다 더 말하지 않고 아껴두실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정 의원이 '이 자리에서 말싸움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하자 이 대표는 "이 자리에 언론도 있으니 다 말씀해 달라"며 "제가 지금 공당의 공식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당대표 아니냐"고 추궁했다.

'당대표이시기때문에 제가 자제하는 것'이라는 항변을 들은 이 대표는 다소 격앙돼 "아니 자제하지 마시라. 제가 왜. 그럴 수 없으면 그 말을 취소하시라. 취소하시라구요"라며 "개인 명예를 그리 하시면 안되지 않느냐. 내가 뭘 한 건지 지적을 하시려 했으면 말씀해달라"고 채근했다.

정 의원이 '그걸 말씀드려야 되냐', '도둑질하셨느냐'면서 답변을 회피하자 이 대표는 "아니 안했는데, 한것처럼 말씀하시니까"라고 거듭 채근했다.

정 의원은 유승민 의원 발언 직후 "가장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모셨던 분이고, 또 이전에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 하셨고. 또 대표로서 당을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하실 필요 없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회의 도중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내정 소식이 타전되자 정 의원은 "사전에 아셨느냐. 우리가 떠들어봐도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이 대표를 추궁했고, 이 대표는 "다른 분 또 말씀 주시려면 해 달라"고 외면했다.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왼쪽)이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 직후 이날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힌 이정현 당대표와 마주 앉아 설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밖에 친박계에선 비박 주도의 지도부 사퇴 요구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홍문종 의원은 "많은 분들도 언론도 얘기하지만 어떤 정파적,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자기 나름의 의견 개진한 것이 아니냐"고, 정갑윤 의원은 "불이 난 당에 불끄려고 애쓰는 사람과 부채질하는사람의 모습이 명백히 보였다"며 "초재선을 불러 연판장을 쓰게 하고, 그걸로 당 지도부를 사퇴하라고, 의총을 소집하자고 하는 게 우리 당 모습"이라고 각각 비판했다.

비박계에선 김재경 의원이 재차 나서 "참 인식차이가 이렇게 크다"며 "우리가 지켜줘야 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뭔가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고, 나경원 의원은 "당 리더십과 신뢰 회복을 위해 우리가 다들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인데, 이를 계파갈등으로 몰아가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가세했다.

이날 중진들의 의견을 듣고 난 뒤 이 대표는 "좋을 땐 좋을 때 대로, 위기 때는 위기 때 대로 하나씩 헤쳐나가고 극복, 수습해나가는 게 공동체이고 당 조직"이라며 "중진들께서 지혜를 나눠달라"고 '사퇴 불가'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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