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 |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정년 연장을 앞당겨 실시키로 하면서 현대차 기아차 LG전자 SK텔레콤 롯데 현대중공업 GS칼텍스정유 등 재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년 60세 의무화는 지난해 4월 임시국회에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개정되면서 본격 논의되고 있다. 이법안 통과로 300인이상 사업장은 2016년 1월부터, 300인미만 사업장은 2017년 1월부터 시행해야 한다. 이 개정법은 정년 연장과 함께 사업주와 근로자대표가 사업 또는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했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지배적인 우리 노동시장 현실에서 60세 정년 의무화는 막대한 비용 부담, 인사적체, 신규채용 여력 저하 등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성과·직무가치에 기반한 효율적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법 시행 이전에 안착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60세 정년 의무화로 인한 기업경쟁력 및 신규채용 여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임금피크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등 제반 규정의 교섭및 논의 요청에 대해 노동조합이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이 큰 것은 매우 우려된다. 정부나 사측은 개정법의 제19조2항에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에 대해 노조 측에서도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시 각 사의 경영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여 도입하되, 경총의 임금피크제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연장은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 중장년층 근로자들로 하여금 오히려 명예퇴직 등 인위적 구조조정에 상시 노출되게 할 것이다. 이는 신규채용 여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경총에서 실시한 근로자 인식조사 결과, 근로자의 66.8%가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노동연구원 ‘임금직무체계에 대한 근로자 의식조사’ 결과에서도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62.9%의 근로자들이 찬성했다. 직무급 또는 직능급 확산 필요성에 대해서는 62.5%가 찬성했다.
사측이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강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60세 정년이 연착륙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하다.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정부 가이드라인 수립, 사업장 지도, 임금피크제 도입 지원 확대 등 개정법 취지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환경을 서둘러 마련해줘야 한다. 시장 성숙도가 낮은 시점에서 법안이 입법화된 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임금피크제 도입시 노조의 동의조항의 적용을 배제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도 시급하다.
임금피크제는 막대한 기업부담으로 인한 기업경쟁력 및 신규채용 여력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근로자들도 상당수가 임금피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경총은 우리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총 임금피크제 모델’을 개발했다.
경총 임금피크제 모델은 정년연장으로 늘어나는 평균적인 기업부담을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을 연장할 경우 발생하는 부담의 60% 수준으로 설정하고, 나머지 부분은 이에 연동하여 설계하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현 정년 이전부터 임금을 조정하고 그 조정분을 기업부담분에 가산하여 연장되는 근무기간에 분할 지급함으로써, 지급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현 정년이 57세인 대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현 정년 이전 2년 동안 미리 임금을 조정한 경우(CASE 1)에서는 58세, 59세, 60세 근로자의 피크임금대비 지급률이 각각 80%, 70%, 60%로 나타나는 반면, 정년연장으로 늘어나는 근무기간만 임금을 조정하는 경우(CASE 2)에서는 각각 70%, 60%, 50%로 나타났다.
60세 정년 의무화 시대에 임금체계 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다. 단기적으로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 나가야 한다./이동응 경총 전무